중국 담당 애널리스트가 본 사드 정세

“예상보다 세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ㆍTHAAD) 배치를 두고 중국이 우리 기업을 압박하는 강도가 그렇다. 물론 충분히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였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을 담당하고 있는 김경환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중국은 현재 정치적으로 예민한 시기인 만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 김경환 애널리스트는 "중국은 자국 기업들의 피해를 불사한 행동도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사진=뉴시스]

✚ 중국의 사드 보복 강도가 점점 강해지고 있는데.
“중국에 있는 우리 기업에 대한 견제는 충분히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였다. 물론 현재는 자국 산업의 피해가 적은 분야에서만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주목해야할 건 따로 있다. 사드 부지가 확정되기 전과 확정된 후의 중국의 차이점이다.”

✚ 어떻게 다른가.
“기존의 보복은 정부와 관영언론이 주도했다. 대신 중국 국민들은 무감각했다. 여행 금지 조치를 내렸지만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는 지난해 753만명으로 전년보다 26% 늘었다. 한한령限韓令도 마찬가지다. 중국 정부의 압박을 받으면서도 우리나라 문화 콘텐트는 승승장구했다. 문화는 막는다고 막아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사드를 바라보는 중국인들의 여론이 냉랭해지고 있다.”

✚ 대중의 시선이 변하면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가.
“피해 규모가 커진다. 롯데그룹이 국방부와 부지 맞교환 계약을 체결하자 집중 포화를 맞은 것도 중국 국민들이 동참한 탓이다. 우리나라 제품을 두고 불매운동을 벌이는 것 역시 치명적인 일이다.”

✚ 중국의 움직임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중국의 움직임을 전망하기 위해서는 이들을 이해해야 한다. 일단 사드를 바라보는 중국 정부의 시선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시진핑 국가 주석이 13억명의 국민 앞에서 3번이나 배치 반대를 밝혔기 때문이다.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우리의 배치 결정으로 시진핑 주석의 위신이 떨어진 셈이 됐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는 앞으로도 불편한 심기를 표출할 가능성이 높다. 더군다나 올해 하반기에는 중국 최고 지도부가 교체되는 제19회 공산당대회가 있다.”

✚ 제19대 공산당대회가 어떤 의미를 갖는가.
“지금 시점에서 한반도 사드 배치에 눈을 감는다면 시진핑 주석은 정치적 입지에 타격을 받는다. 미국과의 ‘외교 기싸움’에서 밀렸다는 공격을 받을 수 있어서다. 각 부처 관료도 예민하긴 마찬가지다. 시 주석은 ‘집권 10년 룰’을 깨고 장기 집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인물이다. 그만큼 세력이 공고하다. 관료들의 당에 대한 충성심과 긴장감도 최고조에 달할 수밖에 없다. 수뇌부 주장에 부합하기 위해서라도 이들의 공세가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

✚ 우리 기업이 중국에 수출하는 품목 대부분은 재수출을 위한 중간재 성격이 강하다. 자국 기업과 산업에 피해가 될 수 있는 만큼 건드리지 않을 거라는 분석도 있는데.
“낙관론에 불과하다. 중국은 국유자본주의 체제다. 자국 기업들의 피해를 불사한 행동을 해도 기업들은 불만을 삼킬 수밖에 없다. 물론 공식적인 수입 제한 조치는 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하지만 환경ㆍ세무ㆍ안전ㆍ노무와 관련된 비공식 제재는 언제든 가능하다. ‘자국 기업 보호’라는 좋은 빌미도 있다.”

✚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일단 한중 관계의 회복 여부가 중요하다. 당장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결정 이후 조기대선의 흐름, 미국과 중국의 정상회담 가능성 등이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결국 올해 상반기까지는 중국 정부의 제재가 계속된다고 봐야 한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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