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미 금리 역전 리스크

미국의 통화긴축 정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연말이면 한국의 기준금리를 넘어설 공산이 크다. 시장의 관심은 한국은행의 대응에 쏠린다. 금리가 역전되면 미국보다 높은 금리를 보고 들어왔던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미국에 맞춰 금리를 올릴 수도 없다. 13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 때문이다.

15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0.50〜0.75%에서 0.75〜1.0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2015년 12월 ‘제로 금리(0〜0.25%)’ 탈출을 시작으로 통화긴축 정책의 첫발을 뗀 데 이어 3번째 금리 인상이다. 다행히 시장에는 충격이 없었다. 금리인상을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파른 금리 인상을 걱정했던 증시는 2150선을 돌파했다. 원-달러 환율은 도리어 하락했다.

문제는 남은 불안요인이 더 크다는 점이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경제가 지금처럼 계속 좋아지면 금리를 3, 4개월에 한번씩 인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한ㆍ미 기준금리는 곧 역전된다.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1.25%로, 이번 금리인상으로 한ㆍ미 기준금리 차이는 0.25%포인트에 불과하다. 연준의 전망대로 올해 두 차례 추가로 금리를 올리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면 연말께는 한ㆍ미 기준금리가 역전된다.

기준금리가 역전되면 국내 증시는 불안해진다. 외국인 투자자금이 금리가 높고 안정적인 시장을 향해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달러 강세가 맞물리면 이탈 속도는 더 빨라진다. 그렇다고 한은이 미국에 발 맞춰 금리인상을 결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국내 시장금리가 오르게 되면 13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가 부담이다.

무엇보다 취약계층이 금리인상을 견뎌 낼지 의문이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소득 하위 20%인 가구의 만기 일시 상환 대출의 비중은 0.6%포인트 상승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준 금리가 오를 경우 취약계층의 상황이 어려워지고 내수가 위축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통화정책이 진퇴양난에 빠졌다는 얘기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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