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 1% 시대

▲ 나라 안팎의 악재가 겹치면서 '4월 위기설'이 확산되고 있다. 황교안 과도정부, 중앙은행, 유일호 경제팀은 위기 관리에 역량을 모아야 할 때다.[사진=뉴시스]

미국의 연방기금금리(기준금리)가 15일 0.75~1.00%로 인상 조정됐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가 석달 만에 0.25%포인트 인상함으로써 8년 만에 기준금리 1% 시대를 열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은 올해 말 기준금리를 1.25~1.50%로 전망함으로써 연내 적어도 두차례 더 기준금리 인상이 있을 것임을 예고했다. 그만큼 미국 경제는 잘 돌아간다는 의미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한국 기준금리(1.25%)와의 차이는 0.25%포인트밖에 안 된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한차례만 추가 인상돼도 우리나라와 같아지고, 계획대로 연내 두차례 올리면 한미간 금리는 역전된다. 미국보다 높은 금리를 보고 들어왔던 외국인 자금이 미국으로 옮겨갈 수 있다. 달러화 강세가 맞물리면 이탈 속도는 더 가팔라질 것이다.

이미 1999년과 2005년 두 차례 미국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높았을 때 외국자금 이탈로 홍역을 치렀다. 일각의 예측대로 연내 세차례 더 올릴 경우 상황은 심각해진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한술 더 떠 “기준금리를 장기 중립적 목표인 3%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점진적으로 올리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미국만큼은 아니지만 나름 경기가 회복세인 영국과 유럽연합, 일본 등 선진국 중앙은행들도 초저금리 기조를 마감하고 금리 정상화의 길로 접어들 태세다. 그간의 돈풀기를 중단하고 단계적으로 금리를 올리며 돈줄을 죄는 쪽으로 통화정책을 틀고 있다.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자금의 이탈을 막으려면 우리나라도 이런 국제 금융시장 흐름에 맞춰가야 한다. 하지만 침체일로의 경제상황과 박근혜 정부 들어 폭증한 가계부채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한은은 지난 2월까지 8개월 연속 기준금리를 유지하면서 ‘완화적 통화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정치권과 정부의 경기부양 요구가 여전한데다 지난해 말 1344조원에 이른 가계부채에 발목이 잡혀서다. 현재 평균 3.2%인 대출금리가 0.5%포인트만 올라도 기존 43조원 이자 부담에 7조원이 더 늘어난다. 월 소득으로 원금과 이자도 못 갚는 200만 저소득자와 자영업자, 저신용자 등 한계가구에 시한폭탄으로 작용할 수 있다. 소비절벽 현상이 심각해지며 내수가 더욱 부진해질 것이다.

 

한은은 당초 올해 통화정책 방향을 ‘완화 기조’로 잡았다. 내수침체에 빠진 경기불황을 타개하기 위해서였다. 정부에도 ‘적극적 재정정책’을 주문했다. 하지만 석달도 안 돼 통화정책 기조를 바꿔야 할 상황에 처했다. 지난해 6월 이후 기준금리가 동결되고 있지만, 시장금리는 벌써 5개월째 오름세다. 은행권 대출금리는 지난해 10월부터 상승세다.

한은이 과연 언제까지 금리를 올리지 않고 버틸 수 있을까. 한미간 금리가 역전되는 시점-이르면 9월, 늦어도 연말-에 이르면 금리인상을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게다. 한은은 시장 참여자들이 통화정책 방향을 미리 감지하도록 성장ㆍ고용 등 주요 경제지표의 변화에 맞춰 선제적 신호를 보내야 할 것이다. 정부로선 한계가구의 대출원리금 부담 완화와 채무조정 등 정교한 가계부채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부동산 시장의 급랭을 막는 대책도 함께 요구된다.

그렇지 않아도 중국의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과 대우조선해양 처리, 미국의 환율조작국 발표 등 나라 안팎의 악재가 겹쳐 ‘4월 위기설’이 확산되는 판이다. 헌정 사상 첫 대통령 파면으로 새 대통령을 뽑는 보궐선거 과정에서 정치ㆍ사회적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 정치 리더십 부재의 시기엔 경제 컨트롤타워라도 중심을 잡고 경제를 제대로 추슬러야 한다. 인수위원회도 없이 출범하는 새 정권에 취약한 경제를 넘기면 초반부터 고전하고 민생도 힘들어질 것이다. 5월 9일 ‘장미 대선’까지의 50일에 국가의 명운이 걸려 있다. 중앙은행과 유일호 경제팀을 포함한 황교안 과도정부는 위기관리 역량을 총집결할 때다.
양재찬 더스쿠프 대기자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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