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랭크인 | 히든 피겨스

▲ 영화 '히든 피겨스'의 장면들.
미국과 러시아가 치열한 우주개발 전쟁을 벌이던 1960년대 천부적인 두뇌를 가진 흑인 여성 3명이 우주궤도 비행 프로젝트에 선발된다. 하지만 이들은 출근길에 만난 경찰, 직장동료에게 인종차별과 성차별을 당한다. 화장실만 해도 멀리 있는 유색인종 전용을 사용해야 했다. 커피포트를 사용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중요한 회의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우주궤도 비행 프로젝트가 난관에 부딪친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새로운 수학공식을 찾아내는 것뿐이다.

영화 ‘히든 피겨스’는 미국 최초 유인 위성 발사에 큰 공을 세운 수학자 캐서린 존슨, 나사(NASA) 최초의 흑인 여성 책임자 도로시 본, 나사 엔지니어 메리 잭슨 3명의 여성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영화의 백미는 캐서린 존슨의 ‘타라지 P. 헨슨’, 도로시 본의 ‘옥타비아 스펜서’, 엔지니어 메리 잭슨의 ‘자넬 모네’ 등 세명의 배우가 보여주는 환상적인 연기 호흡이다. 타자리 P. 헨슨은 ‘인간 계산기’로 불린 천재 수학자 캐서린 존슨 역을 소화하기 위해 수학을 배우고 캐서린 존스를 직접 만나는 등 열정을 보였다.

NASA 흑인 여성들의 리더이자 프로그래머 도로시 본으로 변신해 묵직한 존재감을 증명한 옥타비아 스펜서는 이 영화를 통해 두번째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이라는 영예를 얻었다. 엔지니어 메리 잭슨은 가수 자넬 모네가 맡았는데, 첫 연기 도전임에도 각종 영화제에서 수상자로 지명되는 등 성공적인 스크린 신고식을 치렀다.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만큼 철저한 고증을 거쳤다. 특히 영화의 주인공이자 실존 인물 캐서린 존슨의 생생한 경험은 영화 곳곳에 묻어난다. NASA 초기의 역사적 사실, 우주선 디자인, 랭글리 연구센터는 NASA 수석 역사학자 빌 배리 박사의 자문을 통해 완벽하게 재현했다. 미국 최초의 우주 궤도 비행 프로젝트의 핵심 중 하나인 존 글렌의 우주선 디자인을 위해 수많은 자료들을 파헤쳤고 사소한 부분까지도 모두 반영했다.

이 영화의 배경 음악은 천재 뮤지션 퍼렐 윌리엄스와 영화 음악계의 거장 한스 짐머가 맡았다. ‘캐서린 존슨’이 흑인 전용 화장실을 쓰기 위해 달려가는 장면에서 울려 퍼지는 ‘Runnin’은 3분 20초의 음악에 그녀의 고충을 담으며 관객의 뇌리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히든 피겨스’의 주제는 3명의 흑인 여성이 겪는 인종차별과 성차별이지만 전혀 우울하지 않다. 하루에도 몇번씩 반복되는 차별을 재치 있게 받아치는 주인공의 모습은 유쾌하기까지 하다. 또한 자신들을 향한 편견과 차별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관객에게 가슴 뭉클한 감동을 전하기에 충분하다.

영화가 다루고 있는 1961년과 반이민 정책을 확대하고 있는 2017년의 미국의 모습을 비교하는 것도 큰 재미를 선사할 것이다. 영화가 전하는 ‘천재성에는 인종이 없고, 강인함에는 남녀가 없으며, 용기에는 한계가 없다’는 말의 의미를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기를 추천한다. 
손구혜 더스쿠프 문화전문기자 guhson@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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