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 일자리 공약 어떤가

▲ 좋은 일자리 정책은 정책을 살리지만 나쁜 일자리 공약은 실업률과 양극화를 부른다.[사진=뉴시스]
좋은 일자리 정책은 파급효과가 크다. 고용 환경이 개선돼 고용률이 증가하고, 실업률은 낮아진다. 그러면 소비심리와 내수경기는 살아나고, 다시 투자와 고용 확대로 이어진다. 대선철이 되면 ‘일자리 공약’에 관심이 쏟아지는 이유다. 사상 초유의 ‘5월 장미 대선’을 앞둔 후보들의 일자리 공약은 어떨까. 이번에도 아쉬움 가득이다.

32.3%.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국민들이 차기 정부가 ‘일자리 창출’ 정책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답한 비율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2년 18대 대선을 앞두고 있던 국민들이 차기 정부에 가장 바라는 건 ‘물가 안정(36%)’이었다. 그다음으로 원한 게 바로 ‘일자리 창출(32.3%)’이다. 특히 경제활동을 시작하는 20대(31.3%)와 은퇴가 시작되는 50대 이상(42.6%)의 일자리 창출 요구가 컸다.

그래서였을까. 당시 유력 대권주자였던 박근혜 후보는 ‘행복한 일자리’를 비전으로 제시하며 일자리를 늘리고, 지키고, 올리고, 노사가 상생하는 이른바 ‘일자리 늘ㆍ지ㆍ오’ 공약을 내세웠다. 일하는 사람들이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거였다.

공약도 거창했다. 제조업 중심의 전통산업은 일자리 창출에 한계가 있다며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한 창조경제를 실현하겠다고 약속했고, 고용안정을 위해 일자리 지키기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5년 안에 15~64세 고용률을 EU목표와 동일한 수준인 70%까지 높이겠다고도 선언했다.

심각한 청년실업률 해소를 위해선 ‘청년창업 활성화’로 방향을 정했다. 정부와 기업이 공동으로 기금을 조성해 ‘창업기획사’ ‘청년창업펀드’를 만들어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게 주요 골자였다.

고령층 일자리 문제도 빼놓지 않았다. 임금피크제와 연계해 정년을 60세로 연장하고, 장년층 취업아카데미를 설립해 고령층 일자리에 맞는 직업교육훈련과 취업지원 서비스를 전개하겠다고 약속했다.

“고용을 확대하는 것도 좋지만 더욱 근본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날로 심각해지는 청년실업과 일자리 축소가 고착화하는 환경에서 바람직한 정책”이라는 평가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정부가 ‘고용률’이라는 숫자에만 너무 초점을 맞췄던 탓일까. 박근혜 정부에서 고용률은 소폭 상승(2012년 59.4%→ 2016년 60.4%)했지만 일자리의 질은 악화하는 역효과가 났다. 고용률에 치중해 비정규직 노동자 수가 늘어난 탓이다.

대선공약 이행률 ‘29%’

그렇다면 이행률은 높았을까. 아니다. 숫자에만 치중한 탓인지 이행률도 높지 않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지난해 2월 발표했던 ‘박근혜 대통령 집권 4년차 대선공약 이행 평가결과’에 따르면 대선공약 완전이행률은 절반도 넘지 못하는 41%였다. 공약 중에서도 ‘행복한 일자리’ 공약의 완전이행률은 29% 수준에 불과했다. 48개의 세부공약 중 14개만 완전히 이행하고 18개는 후퇴이행, 16개는 이행하지 않았다는 평가였다.

▲ 방향을 잘못 짚은 박근혜 정부의 청년 일자리 정책은 청년실업률만 높였다.[사진=뉴시스]
새로운 일자리 창출 정책 이행률은 유독 낮았다. 대선 당시 약속했던 근로시간 단축, 정규직 고용관행 정착, 비정규직 근로자 사회보험 적용 확대 등의 세부공약이 공염불에 그친 것이다. 특히 청년고용시장 환경은 지속적으로 악화해 1999년 이후 가장 높은 청년실업률을 기록했다. 경실련은 “청년일자리 정책방향이 공약설정 단계부터 잘못된 건 아닌지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런데도 박근혜 정부는 충분한 논의 없이 심각한 갈등을 일으킬 소지가 있는 정책들은 불도저처럼 밀어붙였다. 임금피크제와 성과연봉제가 그 예다. 고용시장에 필요한 일자리 정책과 동떨어진 것들도 많았다. 대표적인 예가 2014년 12월 내놓은 비정규직 종합대책이다. ‘평생 비정규직 시대’를 여는 꼼수라는 비판을 받은 이 대책은 비정규직의 계약갱신 횟수를 2년간 3회로 제한해 고용주의 권리를 더욱 강화해줬고, 파견업종 확대를 통해 공식적으로 비정규직 양산에 앞장선 꼴이 됐다. 일자리 공급부족을 창업과 해외취업으로 대체하려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정부는 입으로는 국민 다수를 위한 일자리 정책을 내놓겠다고 해놓고 다른 한편으로는 기업과 고용주만을 위한 고용시장 만들기에 여념 없었다는 거다. 박근혜 정부가 국민이 공감하는 일자리 정책을 내놓지 못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방향을 잘못 설정한 일자리 정책은 결국 낙제점을 받았다. 실업률은 상승하고, 양극화만 심화됐다. 특히 청년실업률이 1999년 이후 최고치를 찍으며 극심한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대선 당시 6~7%를 오르내리던 청년실업률은 지난해 2월 12.5%까지 치솟았다. 전체 실업률의 2배에 달하는 청년실업률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창업기획사’ ‘청년창업펀드’ 등 그럴싸해 보이는 정책들을 내놨지만 오히려 3%대를 기록하고 있는 전체실업률보다 청년층 실업률을 4배 이상 상승시키는 결과로 나타났다. ‘헬조선’ ‘흙수저’라는 신조어가 쏟아진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대통령 파면이라는 초유의 사태 속에 조기 대선에 출마를 선언한 대권주자들의 일자리 공약은 어떨까. 안타깝게도 새롭거나 실현가능한 정책들을 발견하기가 어렵다. ‘공공ㆍ민간부문 일자리 창출’ ‘근로시간 단축’ ‘중소기업 살리기’ 등 그동안 거론돼 왔던 정책들이 주를 이루는 것은 물론 실현가능성이 낮다는 지적도 많다.

포퓰리즘 공약 남발

대표적인 게 문재인 전 더민주당 대표의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 공약이다. 문 전 대표는 이 공약을 발표했다가 상대 후보들의 집중 공격을 받았다. 실현 불가능하다는 게 이유였다. 안희정 충남지사의 ‘전국민 안식년제’ 공약도 같은 이유로 비판을 받았다. 이뿐만이 아니라 포퓰리즘적인 공약이 많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대선후보들이 내건 공약들을 살펴보면 그들이 진정 노동환경에 대한 고민과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면서 “어느 후보도 좋은 일자리 정책 비전과 체계를 내놓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감정노동자나 아르바이트 노동자 등에 대한 언급이 없을뿐더러 후보 간 차별성도 없다는 거다. “정책은 구체성과 실효성이 있어야 하는데 후보들의 공약을 살펴보면 그게 없다. 그런 점에서 이번 조기 대선이 우려스럽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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