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과 탈세 사이 ‘특수고용직’ 있었다
불법과 탈세 사이 ‘특수고용직’ 있었다
  • 김정덕 기자
  • 호수 233
  • 승인 2017.03.28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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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세무사 탈세스캔들의 이면

최근 종합소득세 신고대상자들의 탈세를 도와준 한 세무사가 구속됐다. 일명 ‘Y세무사 탈세스캔들’이다. 국세청은 못 받은 세금을 받겠다며 팔 걷고 나섰다. 기관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니 박수쳐줄 일이지만, 찝찝한 면이 없지 않다. 세금징수를 완벽하게 하는 게 이번 사건과 같은 탈세사건을 막는 근본적인 해법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 이면을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다.

▲ ‘Y세무사 탈세스캔들’에 얽힌 특수고용직 종사자들은 “비용처리는 안 해주고 세금만 매긴다”고 불만을 토로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환급을 많이 받게 해주겠다. 수수료도 저렴하다.” Y세무사는 종합소득세 신고대상자인 보험설계사, 학원강사, 미용사, 자동차 딜러 등에게 세무기장(장부를 만드는 일)을 잘 해주겠다면서 이렇게 홍보했다. 실제로 Y세무사는 가상의 비용을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많은 환급을 받게 해줬다. 그에게 일을 맡기는 사람도 많아졌다. 하지만 Y세무사의 방식은 탈세였고 불법이었다. 결국 Y세무사는 구속됐다.

그런데 끝이 아니었다. 국세청은 Y세무사에게 세무기장을 맡겼던 이들에게 “5년간의 종합소득세 신고 누락분을 소명하라”고 통보했다. 제대로 소명하지 못하면 누락된 세금에 가산세(최고 40%)까지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보험설계사 등은 “절세인 줄 알았지 탈세인 줄 몰랐다”면서 “세금을 제대로 내려고 국가공인 세무사에게 기장료를 내고 일을 맡겼는데, 그걸 왜 우리가 책임져야 하는가”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국세청 앞에서는 시위도 벌였다.

하지만 일부에선 “몰랐다는 게 말이 되는가” “지금껏 탈세하다가 걸리니까 피해자 행세”라는 비판도 나온다. 국세청은 사업에 관련된 지출은 최대한 인정해주고, 분납도 가능하도록 하겠지만 세액만은 “원칙대로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Y세무사 탈세스캔들의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먼저 Y세무사에게 세무기장을 맡긴 사람들이 누구냐에 초점을 맞춰 보자. 종합소득세 신고대상자인 그들은 보험설계사, 학원강사, 자동차 딜러, 미용사, 골프장 캐디, 화물차 운전기사 등이다. ‘프리랜서’로 불리는 ‘특수고용직 종사자’다. 업무 지시도 받고 출근도 하지만 법적으로는 사업자여서 노동법과 4대 보험 등을 보장받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이번 사건을 단순한 탈세스캔들로만 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수고용직 종사자들은 법적으로 사업자다. 하지만 일반 사업자들처럼 지출을 ‘비용’으로 처리하지 못할 때가 많다. 보험설계사나 학원강사가 고객관리 차원에서 햄세트를 구입해 선물했다고 가정해보자. 기업으로 치면 판관비에 속하는 ‘비용’이다. 하지만 특수고용직 종사자로선 용처用處를 특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증빙서류가 달랑 영수증 한 장이기 때문에 국세청이 ‘생활비’라고 하면 반박할 수 없다.
물론 이런 불합리함을 방지할 목적으로 만든 제도가 있다. 단순경비율 제도다. 업종별로 평균 소득 기준을 잡고, 그 기준에 따라 일괄적인 비율로 주요 경비를 인정해주는 거다. 특별한 증빙이 없어도 이 비율에 따라 비용처리를 할 수 있다.

Y세무사 고객들은 누구일까

문제는 여기에도 허점이 있다는 거다. 한가지만 따져 보자. 사업자의 경우 과세는 매출액이 아닌 이익을 기준으로 한다. 매출이 늘어도 손해나 지출이 늘면 과세가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특수고용직 종사자들의 경우는 연매출액이 늘면 지출이 얼마가 됐든 세금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구조다. 연매출액이 일정 금액(업종별로 6000만~1억5000만원 사이)을 넘어가면 단순경비율 대신 기준경비율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기준경비율에 따르면 증빙이 없어도 비용으로 인정해주는 비율이 단순경비율일 때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뚝 떨어진다. 그리고 나머지는 모두 증빙을 해야만 비용으로 인정받는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특수고용직 종사자는 비용 증빙을 명확히 할 수 없다. 따라서 연매출액이 늘면 비용처리가 안 되는 불합리함이 다시 되풀이돼 결국 진짜 소득이 아닌 연매출액에 따라 세금을 물 수밖에 없다.더군다나 특수고용직 종사자들은 사업자로 분류돼 일반 직장인들과 같은 소득공제를 받지 못한다. 신용카드, 보험료, 교육비, 의료비 등 상당 부분에서 공제혜택이 없다.

“5년간의 종합소득세 신고 누락분을 소명하라”는 국세청의 명령에 특수고용직 종사자들이 발끈하는 건 이 때문이다. 제아무리 소명을 해봐야 서류상 비용으로 인정하기 어려운 것들이 더 많을 테고, 소득이 훨씬 많아지게 되니까 그만큼 세금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여기에 가산세까지 덧붙이면 그야말로 세금폭탄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회사와 위임ㆍ도급계약을 하는 특수고용직 종사자들은 특성상, 스스로 증빙을 할 수 없는 불법적 지출까지 존재한다. 보험설계사나 학원강사, 학습지교사가 고객의 보험료나 학원비를 대납하는 행위가 여기에 속한다. 엄연한 불법이지만 회사는 이익이 된다는 이유로 알고도 묵인하거나 오히려 부추기는 경우가 많다.

보험사가 보험계약 수수료를 한꺼번에 주지 않고 분할지급하면서 일정 기간 신규보험 계약이 없을 때 해촉(해고)함으로써 보험설계사에게 가짜 보험계약을 하도록 유도하는 게 대표적이다. 그래야 보험설계사는 나머지 수수료를 받을 수 있어서다. 위임계약에서 보험사가 우월적 지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에 보험설계사들은 알아서 움직일 수밖에 없다는 거다.

특수고용직 과세기준 다시 손봐야

이번 ‘Y세무사 탈세스캔들’을 계기로 특수고용직 종사자들의 불합리한 과세문제를 되짚어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박지혁 새빛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특수고용직 종사자들은 일반 사업자들과 달리 수입이 투명하기 때문에 소득 자체를 누락해 탈세하는 고소득자영업자들과 똑같은 시각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면서 “비용처리 기준을 다시 세워서 현실에 맞게 제대로 세금을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명자료 제출’ 명령은 과세 형평성을 따져야 하는 국세청으로서는 당연한 조치지만, 특수고용직 종사자들의 과세기준이 현실에 맞는지 따져보는 것도 국세청의 역할이 아니겠냐는 거다. 나아가 특수고용직 종사자들을 노동자로 명확히 규정하는 것도 방법일지 모른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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