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김진억 한국보험설계사 협회장

▲ 이번 ‘Y세무사 탈세스캔들’만 놓고 보면 세무사를 관리하는 국세청도 책임이 없지 않다는 주장이 나온다.[사진=아이클릭아트]
‘Y세무사 스캔들’의 불똥이 일부 보험설계사에게 튀었다. ‘탈세를 일삼은 Y세무사가 일을 봐줬으니, 당신들도 공범’이라는 이유에서다. 국세청은 이들에게 “5년간 회계를 증빙할 소명자료를 내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보험설계사들은 날벼락을 맞은 듯 눈앞이 깜깜하다. 김진억 한국보험설계사협회장은 “우리가 공범이면 세무사를 제대로 관리 못한 국세청도 공범”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사실관계만 보자. Y세무사가 환급을 많이 받도록 해줬고, Y세무사 고객들은 내야 할 세금을 덜 냈다. 탈세로 볼 여지도 있다.
“절세인 줄로만 알았지, 탈세인 줄은 몰랐다.”

✚ 해명이 통하지 않을 수도 있다. 국세청은 ‘분납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안다. 억울할 일만은 아닌 듯한데.
“내야 하는데 안 낸 세금이 있으면 낼 거다. 근본적인 조세 원칙에는 이의가 없다.”

✚ 다른 문제가 있는가.
“비용을 비용으로 인정받지 못하니까 세금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5년간 증빙자료를 내서 신고를 다시 하라는데, 이건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자료밖에 안 된다. 보험설계사의 경우엔 특히 더 그렇다.”

✚ 자세하게 말해 달라.
“보험에 가입할 때 보험설계사로부터 선물을 받아본 적 있는가. 보험설계사들 호주머니에서 나온 돈으로 사는 거다. 커피값, 술값, 교통비, 이런 게 전부 영업비용이다. 다만 세법은 이걸 비용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영수증만으로는 비용이라는 걸 증명할 방법도 없다. 결국 5년치를 증빙하라는 건 비용을 소득으로 잡아 밀린 세금을 매기고, 여기에 약 40%의 가산세까지 내라는 것과 다름없다. 보험설계사들로선 세금폭탄을 맞은 셈이다.”

▲ 김진억 한국보험설계사 협회장은 “보험설계사와 같은 특수고용직은 세법 적용에서도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 업종별로 소득구간을 정해 어느 비율까지는 증빙이 없어도 경비로 인정해주는 제도가 있지 않나.
“그게 현실에 맞지 않다. 연매출 7500만원을 기준으로 그보다 높으면 경비 인정 비율이 줄어든다. 그런데 보험설계사의 경우 매출이 늘면 비용도 함께 증가한다. 비싼 보험에 가입한 고객을 더 많이 챙길 수밖에 없어서다. 억대 매출을 올리는 보험왕들도 매출의 절반가량이 비용이다.”

✚ 영업비용이 그렇게 많이 들어가는 걸 사회가 받아들여야 하는가.
“사실 보험사와의 계약관계를 유지하는 데 상당한 비용이 들어간다. 불법적인 비용이다.”

✚ 그건 또 무슨 얘긴가.
“보험설계사와 보험사는 고용과 피고용의 관계가 아니다. 쉽게 말해 위촉계약 관계다. 그럼에도 보험사가 갑甲, 보험설계사는 을乙이다. 대부분의 보험사는 수수료를 분납 형태로 지급하는데, 3개월 내 영업실적이 1건도 없으면 해촉(위촉계약 파기)한다. 보험설계사로선 불합리한 조건이다. 보험설계사가 일을 계속해서 원래 받아야 할 수수료를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대납 형태의 가짜 보험계약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렇게 들어가는 비용이 대부분이다.”

✚ 대납은 불법 아닌가.
“맞다. 잘못이라는 것도 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보험사를 상대로 머리띠라도 둘러야 하나. 보험사도 다 알지만 모른 척 한다. 위촉계약 관계의 불합리한 구조는 그대로 둔 채 과세원칙만 강조한다면 보험설계사들은 어쩌란 말인가.”

✚ 현실을 감안해서 세금을 제대로 낼 수 있게끔 해줘야 한다는 건가.
“그렇다. 특수고용직은 사업자처럼 비용을 제대로 처리할 수 없다. 노동자들처럼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새로운 세금 징수 체계를 만들어줘야 하는 건 국가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정부가 계약관계를 개선해주든, 특수고용직이라는 꼬리표를 떼주든 해야 한다. 국세청은 신고에 따른 책임을 납세자에게 죄다 돌리는데, 세금을 합법적으로 잘 낼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었는지 자문했으면 한다. 우리가 Y세무사와 공범이라면 세무사 관리를 제대로 못한 국세청도 공범이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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