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트럼프노믹스

트럼프 미 행정부가 2018년도 예산안 초안을 내놨다. 예산안의 기조는 ‘국방ㆍ안보 외엔 전부 삭감’이다. 인프라 투자 예산까지 줄였다. 그러자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까지 반발하고 있다. 재정정책을 강조한 트럼프노믹스의 실체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트럼프노믹스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거다.

▲ 트럼프의 재정정책에 따른 시장 기대치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사진=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제정책 운용방향(트럼프노믹스)이 또다시 국제 금융시장을 불확실의 늪으로 빠뜨리고 있다. 16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가 발표한 2018년도 예산안 초안을 두고 민주당뿐만 아니라 공화당도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양측 모두 불만이 많아 수정 가능성이 높은 ‘불안한 예산안’이라는 거다.

이번 예산안 초안은 전체 연방예산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재량지출에 한정한 것이어서 섣불리 판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국방예산을 제외한 모든 분야의 예산을 삭감해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강조한 ‘강력한 재정정책’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먼저 국방부와 국토안보부에 편성된 예산은 전년 대비 각각 10%, 6.8% 올랐다. 국방·안보 예산이 이처럼 크게 증가한 것은 약 40년만이다. 여기엔 멕시코와 맞닿은 국경에 장벽을 설치하고, 국경수비대와 이민세관집행관 등을 증원하는 예산이 포함돼 있다. 그 외 예산은 모두 삭감됐다.

가장 큰 비율로 예산이 삭감된 부서는 환경보호청이다. 3200명의 인력 축소, 오바마 전 대통령의 기후변화·환경보호 대응 프로그램인 ‘청정전략계획(Clean Power Plan)’ 철회 등에 따른 예산 삭감이다. 금액 면에서는 보건복지부 예산이 가장 많이 삭감됐다. 삭감 예산은 126억 달러(전년 대비·16.2%)로 간호사·의료전문인력양성 프로그램 폐지, 미국 의료 연구의 중심인 국립건강연구소 예산 감축에 따른 것이다. 국제기구에 납입하는 금액도 모두 삭감됐다. 세계은행 기부금 6억5000만 달러, 빈곤층 급식과 주거 지원 기부금 30억 달러 등이 줄었다. UN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자금 출연도 취소됐다.
교통 및 건설 인프라를 담당하는 운수부와 주택개발부 예산도 10% 이상 줄였다. 오바마 전 행정부의 예산안과 비교해도 각각 77%, 33% 감소한 수치다. 도로·철도 등 각종 교통 인프라 프로젝트 투자비를 철회하면서다. 그러자 인프라 투자가 정부 재정이 아닌 민간자본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트럼프는 3월 9일 부동산 디벨로퍼 대표들과 만나 인프라 투자를 위해 민·관의 강력한 파트너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재정정책 기대치 낮아질 것

민주당은 당연히 환경·복지 분야 예산 삭감을 반길 리 없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예산안 초안 발표 후 “트럼프의 예산안은 미국의 미래를 모욕하는 것”이라면서 의회 통과 저지 방침을 밝혔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민생 예산’ 축소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농업 예산까지 줄여 공화당 내 전통 보수파들까지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전체 예산안을 두고 트럼프와 미 의회 간 충돌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김동원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전체 예산안이 나온 게 아니라서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아직 가늠하기 어렵다”면서도 “하지만 예산 증대를 통한 재정정책의 신호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재정정책에 따른 성장 기대치는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