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해결책 뭔가
박근혜 정부는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5가지 정책’을 내놨다. 하지만 이 정책은 시장에서 통하지 않았다. 가계부채를 부풀리는 ‘부동산’을 규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뒤늦게야 ‘부동산 규제책’을 썼지만 골든타임을 놓친 뒤였다. 가계부채 해결을 위해 ‘큰 칼’을 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백약이 무효였다. 숱하게 많은 정책을 쏟아냈음에도 가계부채 증가세는 꺾이지 않았다. 한국은행의 ‘2016년 4분기 가계신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가계신용 잔액은 1344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증가액은 전년(1조203조1000억원) 대비 142조2000억원에 달했다. 2002년 이후 처음으로 1300조원을 돌파했고 연간 증가액도 사상 최대치를 찍었다.
가계부채 증가세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는 얘기다. 2007년 이후 한자릿수 증가세를 기록하던 가계부채는 2015년 10.86% 늘어난 데 이어 지난해도 11.73%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해 한국 경제성장률(GDP) 2.7%의 4배가 넘는 수치다.
부채의 질質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지난해 2월 은행권 대출을 까다롭게 하는 ‘여신 선진화 가이드라인’을 도입하자 대출 수요가 다른 곳으로 튀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어서다. 실제로 상호저축은행ㆍ신용협동조합ㆍ상호금융ㆍ새마을금고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규모는 지난해 3분기 11조1000억원에서 4분기 13조5000억원으로 증가했다. 특히 보험사ㆍ카드사ㆍ증권사ㆍ대부업체 등 기타 금융기관의 대출은 같은 기간 8조7000억원에서 15조9000억원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정부는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박근혜 정권 이후 5번의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발표했다. 그럼에도 가계부채 증가세를 잡지 못한 건 부동산 시장 활성화라는 ‘집착’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가계부채 1344조원의 41%에 달하는 561조원가량이 주택담보대출이라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가계부채의 원인이 ‘빚내 집 사라’는 정부 정책에 있었다는 것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정부 정책이 효과적이지 않은 건 가계부채 규제와 부동산 경기 유지라는 상반된 목표가 맞물려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전매제한 강화, 청약 자격 강화, 집단대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적용 등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동산 활성화 정책을 포기해야 한다”며 “대부분의 중산층은 부동산 활성화의 영향으로 집값이 오른 만큼 부채만 늘었다”고 꼬집었다. 그는 “주택 가격 상승과 함께 전ㆍ월세 등 주거비 부담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며 “주택담보대출를 비롯한 금융상품에 금리인상 상한선을 설정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의 영향이 본격화하고 있는 만큼 특정 계층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가계부채의 총량을 줄이는 게 어렵다면 부채 상환에 허덕이는 저소득ㆍ저신용 계층 먼저 구제해야 한다는 얘기다. 한계가구의 붕괴가 연쇄 반응을 일으킬 경우 한국 경제 전체의 위기로 번질 수 있어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1%포인트 상승하면 가계의 이자부담이 9조원 늘어난다. 가처분소득 대비 대출 원리금 상환액이 40%를 넘는 한계가구는 134만 가구에서 143만 가구로 13.3% 증가할 전망이다. 다중채무자ㆍ저소득자ㆍ저신용자 부채문제의 해결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전성인 홍익대(경제학) 교수는 “빚을 갚을 수 없는 저신용ㆍ다중채무자의 부채 탕감이 필요하다”며 “가계부채의 총량을 줄일 뿐만 아니라 경제활동에 복귀해 내수 회복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루 빨리 부실위험가구를 위한 선제적인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우리나라도 금리 인상에 피할 수 없는 일이 됐기 때문이다.
오정근 건국대(금융 IT학과) 특임교수는 “수도권 중소형아파트, 임대주책 공급을 확대해 전월세 대출 수요를 둔화시켜야 한다”며 “투자활성화를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생계형 대출 수요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금리 서민금융을 강화하는 등 취약가구의 대출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며 “회복이 불가능한 고위험 취약가구에 대해서는 부채의 일정부분을 탕감하는 신용회복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백약이 무효였네”
가계부채는 ‘작은 칼’로 잡기 어렵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은 가계부채 해소를 위해 양적완화, 규제혁파, 재정지출 정책, 유한책임대출(비소구대출), 부채탕감 등 6가지 큰 칼을 빼들었다. 그 결과, 미국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는 2007년 143%에서 2016년 105%으로 뚝 떨어졌다. 이는 눈덩이처럼 가계부채를 ‘대출 옥죄기’식 정책으론 해결할 수 없다는 걸 잘 보여준다. 차기 정부가 귀담아들어야 할 대목이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강서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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