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에 부는 관리비 절감 바람

에너지 시스템을 갖춰 관리비를 아낄 수 있는 오피스텔이 실수요자와 투자자 모두의 관심을 받고 있다.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임차인들의 선호도가 높아 공실 리스크를 피할 수 있어서다. 실수요자 역시 고정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최근에는 관리비 절감 시스템이 상가, 지식산업센터에까지 도입되는 추세다.

▲ 각종 시스템을 갖춰 관리비를 아낄 수 있는 수익형 부동산이 주목받고 있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여의도에 직장을 둔 김오성씨는 지난해 12월 서울 당산동 오피스텔로 집을 옮겼다. 그간 거주했던 합정동 오피스텔에서 관리비 폭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3.3㎡당 8000~9000원으로 평균 15만원에 육박했다. 이번에 옮긴 오피스텔의 관리비는 3.3㎡당 5000원, 평균 6만~7만원 수준이다. 절반 넘게 줄었다. 관리비 절감의 비결은 ‘대단지’다. 오피스텔 관리비는 가구별로 나눠 부과하기 때문에 대단지일수록 관리비 부담이 줄어든다.

주거 편의성을 높인 오피스텔이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아파트와 다를 게 없다고 해서 ‘아파텔’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신혼부부나 자녀가 1명인 가구 등 가족 구성원이 적은 수요자가 몰리면서 아파텔은 소형 아파트의 대체 상품으로 떠올랐다. 아파트보다 분양가가 싼데다 평면 구성이 기존 오피스텔보다 좋아서다.

물론 단점도 있다. 아파트에 비해 전용률이 낮아 매달 내는 관리비가 높다는 점이다. 전용률이란 전용면적을 공급면적이나 계약면적으로 나눈 것이다. 아파트는 전용률이 대개 80% 선인 반면 오피스텔은 50% 정도에 그친다. 오피스텔의 전용률이 낮은 건 업무용 시설이다 보니 기본적으로 주택인 아파트와 달리 계약면적(전용면적+주거공용면적+기타공용면적)이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아파트는 공급면적(전용면적+주거공용면적)을 기준으로 전용률을 구한다. 전용률이 낮으면 그만큼 기본 관리비가 비싸다. 관리비는 전용면적이 아니라 계약(공급)면적을 기준으로 부과해서다. 오피스텔 시장에서 관리비는 높은 가격 때문에 ‘제 2의 월세’로 통하고 있다.

 

건설업계도 시장의 불만을 읽은 눈치다. 관리비를 절감할 수 있는 오피스텔 상품을 속속 분양하고 있어서다. 저렴한 관리비를 콘셉트로 임차인들의 관심을 끌어 공실 리스크를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관리비가 저렴한 대표적인 오피스텔 상품은 ‘대단지 오피스텔’이다. 일반적으로 관리비는 가구별로 나눠 부과하기 때문에 가구 수가 많은 단지일수록 관리비 부담이 적다. 남향 오피스텔을 집중 배치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남향 오피스텔의 경우 여름에는 햇볕이 적게 들어와 덜 덥고, 겨울에는 깊숙이 해가 들어와 더 따뜻하다. 자연스레 냉ㆍ난방비를 줄일 수 있다. 낮 시간에는 채광이 잘돼 조명기구를 덜 사용하게 된다. 전기료 절감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건설사들은 친환경 에너지시스템을 적용하기도 한다. 태양열 에너지로 공용 로비와 엘리베이터에 전력을 공급하는 시스템을 적용한 오피스텔이 나오는가 하면 건물 청소 용수나 조경 용수 등은 빗물을 재활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지역냉난방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시스템은 개별난방보다 전력 부담을 30% 정도 절감할 수 있다. 지역난방은 열병합발전을 이용해 난방열과 전력을 생산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관리비 절감 시스템을 갖춘 오피스텔은 분양 성적도 좋았다. 경기 광교신도시에서 선보인 ‘힐스테이트 광교’ 오피스텔은 2일 만에 모든 호실의 계약을 완료했다. 이 오피스텔은 지역의 폐열을 활용해 가구 내 24시간 에너지를 공급하는 지역 난방시스템을 도입했다.

관리비 절감 노력은 상가와 지식산업센터에까지 번졌다. 이들 상품 역시 공용면적 비율이 높아 관리비 부담이 커서다. 외출 시 조명을 차단해주는 일괄소등스위치나 불필요한 대기전력을 차단하는 대기전력 조명스위치 등이 도입된 것이 대표적이다. 태양광 발전시스템 등 첨단 시스템 도입은 기본이다. 이중창, LED 등기구 등을 적용해 열 소비를 줄이는 건설사들도 숱하다.

관리비 절감 시스템을 갖춘 상가에는 투자자들이 몰렸다. 서울 송파구 문정지구에서 공급된 ‘H 스트리트파크’ 상업시설은 지역냉난방시스템을 적용해 단기간에 100% 분양에 성공했다.

동익건설이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서 선보인 상업시설 ‘동익 드 미라벨’도 완판에 성공했다. 이 시설에는 다양한 에너지 절약 시스템이 적용됐다. 지역냉난방시스템을 도입해 열병합발전소로부터 온수를 공급받아 난방용으로 쓴다. 기계실에는 냉동기를 설치해 온수를 찬바람으로 바꿔 냉방효과까지 누릴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옥상부에 계통연계형 태양발전설비를 장착해 공용전기료 부담을 낮췄다. 소비효율이 낮은 고효율 마감재를 사용해 입주자들의 관리비 부담을 낮췄다.

관리비 줄이면 분양 흥행

부산 사직야구장 인근에 위치한 테라스 상가 ‘자이언츠 파크’도 관리비 절감 콘셉트가 통하면서 100% 분양에 성공했다. 이 상가는 태양광 발전시스템과 자체 발광다이오드(LED) 전광판 설치 등으로 입점 업체의 ‘관리비 제로화’를 선언했다.

이처럼 관리비가 줄어든 수익형 부동산은 인기가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임차인들에게는 관리비 납부가 임대료를 내는 것과 비슷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바꿔 말하면, 관리비를 낮추는 건 그만큼 임차인들의 부담을 줄일 수 있어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 앞으로도 관리비 절감 시스템을 도입한 특화 상품이 속속 공급될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장경철 부동산일번가 이사 2002cta@naver.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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