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거꾸로 보는 오페라 | 운명의 힘 ❷

오페라 ‘운명의 힘’에는 알려지지 않은 뒷얘기가 있다. 이 작품은 1862년 11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극장에서 초연하기까지 1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작곡가 베르디를 시기한 다른 작곡가들의 반대로 공연이 연기됐기 때문이다. 다행히 1869년 2월 밀라노 스칼라 극장에서 막을 올린 수정된 대본의 공연은 이탈리아 청중의 성원에 힘입어 성공적으로 치러졌다.

▲ 오페라‘운명의 힘’은 여주인공 레오노라와 그의 오빠 카를로의 죽음으로 끝을 맺는다.[사진=뉴시스]

3막 = 이탈리아 군대 야영지. 이탈리아와 스페인 사이에 큰 전쟁이 발생한다. 돈 알바로(Don Alvaro)는 이름을 바꾸고 이탈리아 벨레트리(Velletri) 인근에 있던 프랑스와 스페인의 연합군에 입대한다. 그는 자신과 헤어진 레오노라(Leonora)가 죽었다고 확신하고 죽기 위해 싸움에 나선다.

그러던 어느날 전투 중에 위기에 처한 동료의 목숨을 구해준다. 그 동료는 자신을 죽이겠다고 다짐한 레오노라의 오빠 카를로(Carlo)다. 이 일로 가까워진 두사람은 서로의 정채를 알지 못한 채 의형제를 맺는다.

이후 전투에서 큰 부상을 당한 알바로가 자신의 사물함을 카를로에게 주며 없애 달라고 부탁한다. 사물함을 열어 본 카를로는 그 안에서 여동생인 레오노라의 초상화를 발견하고 생명의 은인이 알바로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는 부상에서 회복한 알바로에게 죽음의 결투를 신청한다. 하지만 결투를 시작하자마자 적군이 도착하고 두사람은 각자 도망친다. 하지만 삶의 회의를 느낀 알바로는 군복을 벗고 수도원으로 몸을 숨긴다.

4막 = 장소는 천사 성모성당. 가난한 사람들이 음식을 받기 위해 줄서 있다. 음식을 나눠주는 사람 중에는 성당에 새로 온 신부 라파엘레(Raffaele)도 있다. 그는 삶에 깊은 회의를 느낀 성당에 들어간 알바로다. 카를로는 새로 온 신부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그가 알바로라는 것을 직감한다. 성당을 찾은 카를로는 그를 확인하고 마지막 피의 결투를 신청한다.

알바로는 더 이상의 피를 흘리지 말자고 요청하지만 카를로는 비겁한 겁쟁이라고 욕한다. 알바로는 카를로의 말에 격분해 결투를 받아들인다. 잠시 후 카를로의 비명소리가 들리고 결투는 알바로의 승리로 끝났다. 죽음을 맡게 된 카를로는 마지막으로 고해성사를 부탁한다. 알바로는 고해성사를 할 수 있는 수도원을 찾는데 다름 아닌 레오노라가 숨어있던 곳이다. 그렇게 긴 시간을 돌아 두사람은 재회한다.

하지만 반가움도 잠시, 알바로는 그녀에게 오빠 카를로와 벌인 비극적인 결투를 얘기해 준다. 레오노라는 오빠 카를로에게 달려가고 죽어가던 카를로는 마지막 기운을 다해 그녀를 칼로 찌른다. 레오노라를 죽이는 것이 아버지의 원수를 갚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비극적 운명으로 사랑하는 여인과 친구를 잃게 된 알바로는 혼자 남아 회한 속에서 여생을 보낸다.
김현정 체칠리아|성악가(소프라노) sny409@hanmail.net|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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