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하이히 이튼 칼리지 서머스쿨 총디렉터

▲ 필립 하이히 총디렉터는 “한국 학생들이 다양한 경험을 쌓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일방적 수업은 없다. 선생님과 학생, 학생과 학생끼리 수없이 토론을 벌인다. 한 클래스당 12~15명의 소수정예가 다양한 가치를 두고 논쟁을 벌인다. 영국의 명문 사립중등학교 이튼 칼리지의 수업 콘셉트다. 올해 이 학교가 운영하는 ‘서머스쿨’ 한국 코스가 설립된다. 3월 26일 한국을 찾은 필립 하이히 이튼 칼리지 서머스쿨 총디렉터는 “한국 학생들이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윌리엄 윈저 왕자, 워털루에서 나폴레옹을 물리친 웰링턴 장군. 이들에겐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영국의 명문 사립중등학교 이튼 칼리지 출신이라는 점이다. 이튼 칼리지는 1440년 설립한 이후 지금까지도 각계각층의 인사를 수없이 배출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이튼 칼리지의 교육 방식은 각국의 학생들로부터 큰 관심을 불러 모은다.

이튼 칼리지 교육의 특징은 상호작용이다. 선생 주도의 일방적인 학습을 지양한다. 구성원 간에 토론과 질문, 응답이 끊임없이 오간다. 수업에서만이 아니다. 기숙사에서는 졸업생들이 멘토가 돼 언제든 도움을 준다. 이튼 칼리지의 한반 인원수가 12~15명에 불과한 이유다. 이를테면 ‘소수 정예 클래스(Class)’가 이튼 칼리지의 콘셉트다.

이튼 칼리지 서머스쿨(이하 서머스쿨)에 관심을 쏟는 해외 학생들이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서머스쿨은 해외 학생들에게 18일간 이튼에서 교육 받을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서머스쿨도 외국 학생들의 요청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필립 하이히 이튼 칼리지 서머스쿨 총디렉터는 이렇게 말했다. “다른 학교들은 유학생 전용 교육과정을 따로 만듭니다. 하지만 이튼 칼리지 서머스쿨은 이튼 칼리지 학생들이 받는 교육 과정과 동일해요.” 이튼의 교육철학에 관심이 있는 학생이라면 동등한 교육을 제공하겠다는 말이다.

이런 서머스쿨에 올해 한국 학생을 위한 코스가 생긴다. 지난 3월 26일 필립 하이히 총디렉터가 한국을 찾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는 한국 학생들로부터 한국 코스를 만들어달라는 요청 메일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적합한 파트너를 찾지 못해 늘 무산됐다. 그러던 와중에 교육컨설팅업체 더버닝부쉬의 필립 워딩턴 대표를 만났다.

이튼 칼리지 출신인 워딩턴 대표는 한국 학생들에게 영국의 교육과 문화를 전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서울 잠실에 더버닝부쉬를 세웠고, 서머스쿨 한국코스가 만들어지는 데 가교 역할을 했다. 하이히 총디렉터는 한국 학생들이 서머스쿨을 통해 한국에선 접하기 힘든 다양한 경험을 얻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역시 동아시아 국가의 전형적인 교육방식을 택하고 있어요. 학교에서도 공부, 방과 후에도 공부를 하죠. 하지만 공부만큼 다양한 경험도 중요합니다. 이튼 칼리지 서머스쿨의 코스에 스포츠, 대학ㆍ박물관 탐방 등 다양한 활동이 많은 이유죠. 이 과정에서 협동심도 길러지고 생각도 커지게 마련입니다.”

경쟁 위주 교육방식에 익숙해진 우리나라에서는 다소 먼 얘기처럼 들린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에선 이상적인 얘기”라면서 “이미 경쟁심리가 고착된 우리 사회에선 되레 그런 교육과정을 받고 온 학생들이 혼란을 겪을 수도 있지 않겠냐”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하이히 총디렉터는 서머스쿨을 다녀온 학생들이 변화의 단초를 마련할 것이라는 희망을 전했다. “중국과 일본에선 10년 이상 서머스쿨을 진행했습니다. 그곳에선 서머스쿨을 마치고 돌아간 학생들이 자국 학교에 우리의 교육 프로그램을 알려 많은 변화를 이뤄냈습니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양한 경험이 쌓이고 조금씩 바뀐다면 나중엔 큰 변화를 이뤄낼 수 있을 것입니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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