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차별 없애는 일본의 개혁

5ㆍ9 대선이 한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후보간 경쟁이 치열하다. 선거판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양강 구도로 재편되면서 상대를 향한 비난 공세가 부쩍 늘고 거칠어졌다. 인신 공격성 네거티브 선거 전략이 횡행하고 있다. 정작 국가를 어떻게 이끌고 국민의 삶을 향상시킬지에 대한 비전과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   

▲ 한국이 차갑게 식은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면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중점 과제로 추진해야 한다.[사진=뉴시스]
그사이 숙명의 라이벌 일본은 체력이 좋아진 경제를 바탕으로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위한 동일노동 동일임금 적용을 추진하는 등 노동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체 근로자의 40%가 넘는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이 ‘잃어버린 20년’으로 불리는 경기침체기에 양극화를 심화시켰다는 분석에서다. 사실 일본은 2013년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32년 만에 8000만명 아래로 감소하는 등 인구의 초고령화와 일손 부족이란 벽에 직면해 있다.

일본 아베 정부가 2019년부터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차별을 없애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적용, 장시간 노동 강제 규제, 고령자 취업 촉진 등 노동개혁에 적극 나선 것은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풀지 않고선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인식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생산가능인구가 지난해 37 63만명으로 정점을 찍었고 올해부터 감소하기 시작한다. 2014년 한 해만 빼곤 최근 5년 동안 내리 2%대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한국 경제도 ‘잃어버린 10년’의 전철을 밟고 있다. 게다가 비정규직은 계속 불어나고 정규직과의 임금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는 등 ‘잃어버린 20년’의 일본을 따라가는 게 한둘이 아니다.

사실 노동시장 개혁 작업은 한국이 일본보다 먼저 시도했다. 그러나 그 진행 속도와 현장 확산이 더디기 짝이 없다. 정치권이 관련 입법 조치를 미적대는데다 연공서열에 따른 임금체계인 호봉제가 가로막아서다.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하고 업무평가가 같다면 비정규직에게 같은 처우를 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은 2013년 2월 제정됐다. 그러나 대다수 정규직에 적용되는 호봉제 때문에 임금격차는 더 벌어졌다.

2000년대 초만 해도 정규직의 3분의 2 수준이었던 비정규직 임금은 최근 정규직의 절반 아래로 내려갔다. 고용노동부의 사업체 노동력 조사 결과 올 1월 상용직의 평균 월급이 433만7000원인 반면 임시ㆍ일용직은 157만3000원에 머물렀다. 정규직의 3분의 1에 불과한 월급으론 기본 생활하기도 어렵다. 현재 68시간인 주당 근로시간을 최대 52시간(법정근로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으로 줄이는 문제 또한 2013년부터 국회에서 논의했지만 진전이 없다.

 
한국도 심각한 소득격차를 해소하고 경제 활력을 되살리려면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중점 과제로 추진해야 한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법제화는 그 첫 단추다. 마침 야권 대선 후보들이 한목소리로 동일노동 동일임금 법제화를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4ㆍ13 총선 때에는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도 동일노동 동일임금제를 공약으로 제시했었다. 이참에 대선 후보들은 비정규직 차별 해소 방안을 포함한 노동개혁 문제를 놓고 끝장토론을 하라.

선거과정에서 후보의 자질과 도덕성에 대한 검증은 필요하다. 그렇다고 얼토당토않은 의혹을 제기하고 이에 대한 해명으로 짧은 선거기간을 허송해선 안 된다. 대선 후보와 정당들은 어떻게든 이기겠다는 이전투구 대신 국민의 고통과 신음소리를 직시하라.

심각한 청년실업과 비정규직 양산, 소득과 분배의 양극화 등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대선 후보들은 지난 겨울 전국 광장에 운집한 1500만 시민이 밝혀든 촛불의 시대정신을 무겁게 새겨야 한다. 격차해소와 공정한 사회 구현 등 시대적 가치를 실현할 정책과 비전으로 승부해야 마땅하다.
양재찬 더스쿠프 대기자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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