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재테크 | 새내기 교사의 재무설계

사회에 이제 막 발을 내디딘 사회초년생들은 금방 돈을 모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생각일 뿐이다. 재무설계의 아주 기본적인 것부터 인지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럴 땐 스스로 돈을 관리하는 요령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 계획을 구체화해야 체계적으로 자산관리를 시작할 수 있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유독 재무상담을 많이 신청하는 직업군이 있다. 바로 새내기 교사들이다. 오랫동안 임용고시를 준비하다 드디어 사회생활에 첫발을 내디딘 그들은 꿈도 희망도 크다. 초ㆍ중ㆍ고교에 새로 임용된 교사들이 봄에 월급관리와 저축방법을 많이 물어보는 이유다.

올해 초등학교 교사로 임용된 새내기 교사 최하린(23ㆍ여)씨. 임용고시에 합격해 마냥 행복하기만 했던 시간을 지나 조금씩 학교생활에 적응하고 있다. 수업 준비를 하고, 학생들과 직접 마주하며 수업을 하다 보니 마음가짐도 달라지고, 책임감도 점점 커진다. 현실에 눈도 뜨고 있다. 대학을 다니며 아르바이트로 경제활동을 하긴 했지만 본격적으로 돈을 벌기 시작하니, 아무래도 전과 달리 재무설계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최씨의 목표는 ‘목돈 마련’.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없다. 그나마 다행인 건 그가 “○○까지만 쓰자”라는 식으로 소비 한계선을 정해놓고 나머지는 저축하는 습관을 키워왔다는 점이다.

먼저 최씨가 세운 재무계획을 살펴보자. 그의 월소득은 평균 200만원이다. 이를 근거로 지출 플랜을 세웠다. 통신비가 6만원이고, 안양에서 서울로 출퇴근을 하느라 교통비는 10만원쯤 든다. 옷을 사거나 미용실에 가는 것도 10만원 안에서 해결할 생각이다. 친목모임 또는 데이트에 드는 비용, 간식비까지 포함한 본인 용돈은 월 30만원으로 잡았다. 부모님께 각각 10만원씩 용돈도 드릴 계획이다.

아직 부모님과 생활하고 있어 생활비가 별도로 들지 않고, 보장성 보험 역시 어렸을 때 부모님께서 가입해주신 상품이 납입 완료 상태다. 보장 내용도 잘 짜여 있어 추가 지출도 필요 없다. 이렇게 되면 최씨가 월 평균 쓰게 될 돈은 76만원이다. 과소비를 하거나 돈이 엉뚱한 데로 새는 일이 없기 때문에 월 소비규모는 4만원의 여유를 더해 80만원으로 잡기로 했다.

남은 건 소득에서 소비를 뺀 120만원이다. 흔히 결혼을 하지 않은 20대 사회초년생들에게 본인 소득의 60%를 저축하라고 권한다. 모든 20대 미혼 사회인들이 소득의 60%를 저축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최씨는 저축여력이 충분하다. 이에 따라 120만원을 저축과 투자로 나눠 관리하기로 했다. 최씨가 선택한 방법은 통장 쪼개기다. 여유자금을 4개의 통장(급여통장소비성 지출통장ㆍ비소비성 지출통장ㆍ비상금통장)으로 나눠 운용하는 것이다.
저축도 쪼개고, 투자도 쪼개고

일단 최씨는 월 소비 규모를 80만원으로 정했기 때문에 소비성 지출통장(생활비)에 80만원을 입금해 이 범위에서 소비 습관을 기르기로 했다. 여기서 여유자금이 생기면 즉시 비상금통장으로 옮겨 저축여력을 높여볼 생각이다. 이렇게 되면 4개의 통장 중 급여통장, 소비성지출통장, 비상금통장은 해결된다. 비소비성지출통장(적금 등) 계획만 남았다.

비소비성지출통장의 120만원은 저축과 투자로 나눠 운용할 계획이다. 먼저 저축은 총 2개의 적금통장에 하기로 했다. 그중 하나는 저축은행의 단기적금(50만원)이다. 인터넷이나 비대면 계좌를 개설하면 1년 만기 적금 이율이 시중은행에 비해 최대 1.5% 높다.

실제 소비형태를 경험하지 못한 최씨는 혹시 모를 변수에 대비하기 위한 긴급자금도 마련해야 한다. 이건 CMA MMW형에 별도로 10만원을 넣기로 했다. 1차 목표는 급여의 2배를 모아 비상금을 만드는 거다. 비상금 사용여부나 추가로 발생할 여유자금에 대해선 추후 다시 설계하기로 했다.

다음은 중ㆍ장기 플랜을 위한 투자다. 투자는 안정성과 높은 수익률을 모두 생각해야 한다. 높은 수익률은 리스크도 크기 때문에 최씨는 ‘안정적 우량주’ 중심의 적립식 펀드로 투자 감각을 키워갈 생각이다. 월 20만원으로 정한 투자규모 중 반은 국내 주식형 펀드에, 나머지 반은 해외 비과세 펀드에 가입했다. 해외 비과세 펀드의 경우 소득이나 나이 기준에 제한이 없어 누구나 1인당 3000만원 한도 내에서 가입할 수 있다. 10년간 매매, 평가차익, 환차익에 대한 비과세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에 이 상품을 제안했다. 장기 플랜을 위해선 적립식 펀드를 선택했다. 월 30만원을 투자해 지속적으로 관리해나갈 계획이다.

막연했던 최씨의 목돈 마련 계획은 이렇게 구체화했다. 120만원의 저축여력 중 60만원은 저축, 50만원은 투자로 나눴다. 남는 10만원은 여유자금으로 둘 생각이다. 통장을 쪼개고, 투자를 분산해 최씨는 안정적으로 리스크에 대처하는 동시에 천천히 투자 감각도 키울 수 있게 됐다. 비상금이 쌓이면 또 다른 재무목표를 세울 수도 있다. 막 경제활동을 시작한 사회초년생이 자산관리의 재미를 알아갈 일만 남았다. 
강수현 한국경제교육원 수석연구원 http://www.koreaifa.co.kr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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