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수스 로드리게스 멕시코 오아하카 주 경제부장관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중국의 사드 보복조치. 높아지는 무역장벽에 국내 기업들이 홍역을 앓고 있다. 이렇게 사방이 막힌 상황에서 헤수스 로드리게스(59) 멕시코 오아하카 주 경제부장관이 우리나라를 찾았다. 오아하카 주에 투자할 한국기업을 찾기 위해서다. 오아하카 주와의 파트너십이 꽉 막힌 경제상황에 숨통을 틀어줄 수 있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3월 30일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그를 만났다.

▲ 헤수스 로드리게스 오아하카 주 경제부장관은 “한국의 성장 모델을 기반으로 오아하카의 경제 발전을 이룩하고 싶다”고 말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멕시코 남부에 위치한 오아하카(Oaxaca) 주. ‘멕시코다운 멕시코를 느낄 수 있는 곳’이라는 명성답게 유구한 역사와 아름다운 문화유산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자연이 주는 천연자원도 풍부하다. 하지만 인프라가 미비하고 생산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아 풍부한 자원을 십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3월 29~31일 헤수스 로드리게스(59) 오아하카 주 경제부장관이 한국을 찾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해외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다. 로드리게스 장관이 오아하카 주의 비전을 말했다.

✚ 오아하카 주 정부는 지난해 12월 새로 들어섰다. 이번 주 정부가 중점을 두고 있는 사업은 무엇인가.
“경제부장관으로 취임하자마자 오아하카 주의 현 상황을 진단하고 어떤 산업 분야에 잠재력이 있는지 우선순위를 매겼다. 그 결과, 잠재력이 높은 4개 산업을 특화하고, 경제특별구역을 만들어 해외기업의 투자를 유치하기로 결정했다. 그러기 위해선 도로와 항만 등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우리가 한국을 찾은 건 이 때문이다. 한국 기업들에 오아하카 주는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것이다.”

✚ 4개 특화 산업은 무엇인가.
“첫째는 광업이다. 오아하카 주는 중남미 지역 중에서 철광석 매장량이 가장 많다. 둘째는 에너지 산업이다. 오아하카 주가 지형적으로 풍력 발전에 특화돼 있기 때문이다. 멕시코 전체 풍력단지 중 대부분이 오아하카 주에 구성돼 있다. 셋째는 농수산물 산업이다. 오아하카에선 각종 과일과 채소를 유기농으로 재배하고 있다. 수출품목 중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파파야ㆍ망고레몬파인애플커피 등 농식품이다. 그뿐만 아니라 500㎞가량의 해안가도 인접해 있어 수산자원도 풍부하다. 마지막은 임업이다. 목재가 풍부해 멕시코 지역 중 네번째로 잠재력이 높다.”

✚ 경제특별구역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야심차게 추진 중인 프로젝트다. 1000헥타르(1000만㎡)의 공업단지를 조성해 전세계 기업들의 투자를 유치한다는 게 골자다. 공단 조성과 함께 항만과 도로, 운하 설립 등 인프라 구축 계획도 포함돼 있다.” 

✚ 해외기업들의 투자를 이끌어낼 유인책은 있는가.
“경제특별구역은 주 정부와 멕시코 연방정부가 함께 추진하는 국가 프로젝트다. 경제특구에 투자하는 외국기업에 10년간 소득세를 면제해주는 등 각종 조세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경제특구 바로 옆엔 대규모 풍력단지가 조성돼 있고 철광석천연가스태양광 등 각종 자원이 풍부하다. 지리적으로 매력적인데다 전략적 사업이 가능하다는 거다. 이미 스페인독일일본 등의 14개 기업이 진출해 사업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천혜의 자원, 투자 가치 있을까

✚ 특별히 한국을 선택한 이유가 있는가.
“1960~70년대 한국의 상황을 돌이켜봤을 때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때의 한국과 지금의 오아하카 주는 유사점이 많다. 한국이 어떻게 발전하고 산업화를 이뤘는지 벤치마킹한다면 오아하카 주도 지속가능한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다.”

✚ 눈여겨보고 있는 산업이나 기업이 있나.
“한국 기업들이 광업과 인프라 분야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한국 방한은 이번이 처음이라 많은 진척은 없다. 이번 방문의 목적은 한국 기업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우리가 제공할 수 있는 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다. 일부 기업과 미팅을 했고, 지속적으로 관계를 이어나가자고 얘기를 나눴다.”

✚ 중장기 프로젝트가 대부분이다. 오아하카 주 정권의 임기는 6년인데, 불안해하는 투자 기업들이 많을 것 같다.
“도로사업처럼 1~2년 만에 끝나는 단기프로젝트도 있는 반면 광업산림업 등 중장기 프로젝트도 있다. 하지만 장기프로젝트는 정부만 참여하는 게 아니다. 시민참여위원회도 참여한다. 경제부 내엔 학계기업정부로 구성돼있는 오아하카 주 경쟁력 제고위원회도 있다. 그뿐만 아니라 투자자의 신뢰를 높일 수 있는 사법제도도 완비해 나갈 예정이다. 정권의 임기와 관계 없이 프로젝트는 수행될 것이다.”

✚ 오아하카 주 재정이 열악한 걸로 아는데 자금조달에 어려움이 있는 것 아닌가.
“우리 주의 재정상황이 넉넉한 편은 아니다. 다만 프로젝트별 자금조달 방식이 달라 우려할 필요는 없다. 항만 개선, 공단 조성 등 일부 프로젝트는 연방정부가 지원하고, 또다른 일부 프로젝트는 민관합작투자사업(PPP)이 될 것이다.”

✚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 이후 미국과 멕시코의 관계가 썩 좋지 않다. 미국의 견제가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는데, 한국 기업들이 멕시코에 진출했다가 불이익을 받는 것 아닌가.
“미국과 멕시코의 관계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미국 내 경제활동에서 멕시코가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 단적으로 요식업농업서비스 분야는 멕시코 노동력이 없으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 멕시코 내에선 어떤가.
“자동차테크놀로지 등 멕시코에 진출한 미국 투자자들의 규모가 매우 크다. 실제로 미국에 멕시코는 캐나다중국에 이어 세번째로 중요한 무역 파트너다. 한해 통상규모는 3200억 달러(약 362조원)에 달한다. 물론 우려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멕시코도 미국 의존도가 매우 높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도 무역 파트너를 다각화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한국과 중국을 방문한 건 그런 이유에서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이 오아하카 주에 투자한다면 양국은 새로운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한국형 성장모델 배우고 싶어

✚ 우리나라도 최근 미국중국과의 무역에 차질을 빚으면서 중남미 지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멕시코를 눈여겨보고 있는 기업들이 많은데, 이번 교류가 오아하카 주에 그치지 않고 멕시코와의 통상관계로 발전할 수 있을까.
“현재 한국과 멕시코의 자유무역협정(FTA)은 협상이 결렬된 상태다. 하지만 엔리케 페냐 니에토 대통령도 무역 파트너 다각화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는데다 한국과의 FTA를 조기에 체결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양국간 FTA는 이르면 올해, 늦어도 2년 안에는 체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오는 5월 열리는 한국과 멕시코의 직항 노선은 양국 간 활발한 교류의 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기업의 경제특구 진출은 한국과 오아하카 서로에게 윈윈일 공산이 크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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