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난설헌-수월경화’

▲ 조선 중기 천재 여류시인 허난설헌이 발레로 환생한다.[사진=국립발레단 제공]
여성의 재능을 인정하지 않았던 시대. 조선 중기 천재 여류시인 허난설헌(1563~158 9년)은 평생 자신을 외롭게 한 남편, 친정의 몰락, 두 아이를 일찍 떠나보낸 슬픔을 시詩로 달랬다. 가혹한 현실을 견디다 점점 쇠약해져 죽음으로 다가가는 자신의 삶마저 시로 예언한 그다.

“푸른 바닷물이 구슬 바다에 스며들고碧海浸瑤海, 푸른 난새는 채색 난새에게 기대었구나靑鸞倚彩鸞. 부용꽃 스물일곱 송이가 붉게 떨어지니芙蓉三九朶, 달빛 서리 위에서 차갑기만 해라紅墮月霜寒.”

그렇게 허난설헌은 부용꽃 스물일곱 송이가 지듯 스물일곱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살아서 끝끝내 인정을 받지 못한 그의 천재적인 재능은 죽은 후에야 비로소 조국도 아닌 중국에서 재평가를 받으며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천재적인 재능을 인정받지 못하고 슬픔을 살다 간 허난설헌이 발레로 환생한다. 국립발레단은 오는 5월 5~7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허난설헌-수월경화水月鏡花’를 선보인다. 그가 남긴 많은 작품 중 ‘감우感遇’와 ‘몽유광상산夢遊廣桑山’을 발레로 옮긴다.

안무는 국립발레단 솔리스트 강효형이 맡았다. 모던발레, 네오클래식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보여 온 강효형은 2015년 첫 번째 안무작 ‘요동치다’로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동일 작품으로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의 ‘넥스트 제너레이션’에 초청되기도 했다.

‘허난설헌-수월경화’는 그의 첫번째 전막全幕작품이다. 그는 천재적인 글재주를 가졌지만 끝내 빛을 보지 못하고 떠난 허난설헌의 삶을 ‘수월경화’라는 사자성어로 표현했다. ‘물에 비친 달’ ‘거울에 비친 꽃’이라는 뜻의 수월경화는 눈에는 보이지만 손으로 잡을 수 없는, 허난설헌의 뛰어난 작품성을 의미한다. “허난설헌의 시 자체를 무용화했다. 시 속에 등장하는 잎, 새, 난초, 부용꽃 등을 무용수의 움직임으로 표현했다.” 

무용수 움직임으로 표현하는 시

허난설헌 역은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인 박슬기와 신승원이 더블 캐스팅됐다. 음악은 가야금 명장인 황병기가 맡아 힘을 보탠다. 의상은 클래식 연주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디자이너 정윤민이 맡는다.

찬란하게 아름답지만 처절하게 슬픈 허난설헌의 인생이 5월 봄꽃과 함께 무대를 수놓을 예정이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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