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일의 다르게 보는 경영수업

대통령이 왜 파면되고 구속됐을까. 필자(김우일 전 대우그룹 구조조정본부장)는 ‘참회’를 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본다. 만약 잘못을 뉘우치고 진정성 있는 사죄를 했다면 이 지경까지 오지 않았을 게다. 제자에게도 고개를 숙인 공자의 도가 필요한 때다. 진심 없는 사죄는 악어의 눈물이라는 논란만 불러일으킬 것이다.

▲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진심 어린 참회를 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지 모른다.[사진=뉴시스]

대통령이 파면되고 구속됐다. 제왕적 권력이 일순간 추락한 것이다. 이를 두고 두개의 시선이 존재한다. 한쪽은 정의로운 새 시대가 열리는 신호탄으로 해석한다. 다른 한쪽은 나라의 명예와 품격이 훼손됐다며 비판한다. 어떤 시선을 갖고 있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하나의 사안에 두 개의 시선이 존재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다만, 박근혜 전 대통령이 왜 파면됐는지는 짚어봐야 한다.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결정문 중 일부를 보자. 의미를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원문을 싣는다.

“피청구인(대통령)은 자신의 헌법과 법률 위배행위에 대하여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자 하는 노력을 하는 대신 국민을 상대로 진실성 없는 사과를 하고 국민에게 한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 이 사건 소추 사유와 관련하여 피청구인의 이러한 언행을 보면 피청구인의 헌법수호의지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이 부분이 핵심이다. 박 전 대통령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국민과의 약속을 지켰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수도 있다. ‘참회懺悔 없는 주장’이 부메랑처럼 날아와 박 전 대통령을 몰아냈다는 얘기다. 필자가 ‘공자의 가르침’을 말하려는 이유다.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누구나 잘못할 수 있다. 하지만 정말 큰 잘못은 ‘참회하지 않는 것’이다. 모르고 한 잘못은 비난할 수 없다. 그러나 잘못을 참회하지 않음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공자는 인仁과 덕德을 쌓기 위해선 자발적인 참회와 반성의 정신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했다. 일화도 전해진다.

일주일 내내 여행을 하던 공자와 제자들은 식량이 부족해 채소만 먹었다. 스승의 처지를 안타깝게 여긴 수제자 안희가 어렵게 쌀을 구해와 밥을 지었다. 부엌에서 밥 짓는 냄새가 진동하길래 공자는 부엌을 살며시 엿봤다. 그런데 안희가 솥뚜껑을 열고 흰쌀밥을 한숟갈 떠 입에 넣고 있는 게 아닌가. 공자는 의심했다. “착한 안희가 저럴 수 있을까. 평소 안희는 내가 먼저 먹지 않은 음식에 손을 대지 않았는데 다 거짓인가.”

생각을 정리한 공자는 안희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가 방금 꿈속에서 선친을 뵀는데 밥이 되거든 먼저 제사를 지내라고 하시더구나.” 제사 음식에 빗대 안희의 잘못을 꾸짖으려 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스승님, 이 밥으로 제사를 지낼 수 없습니다. 제가 뚜껑을 여는 순간 천장에서 흙덩이가 떨어져 스승님께 드리자니 더럽고 버리자니 아까워 제가 그 부분을 이미 먹었습니다.” 공자는 의심한 것을 후회하고 안희에게 바로 용서를 구했다.

공자가 성인으로 추앙 받는 건 잘못을 알면 바로 뉘우치고 용서를 구하는 지혜를 가졌기 때문이다. 이 일화에서 우리는 참회에 관한 두가지 면을 제대로 봐야 할 것이다. 첫째, 참회의 상대방이 자신보다 어리거나 미천한 신분이더라도 구애 받아선 안 된다. 제자에게도 머리를 숙인 공자를 떠올려라.

둘째, 참회는 겉으로 나타내야 한다. 공자는 공개적으로 용서를 구했다. 반대로 말하면, 자신보다 높은 신분만을 위한 참회, 대중성 없는 참회는 진짜가 아니다. 다른 사람을 기만하거나 자신을 속이는 행위다. 우리는 이를 ‘악어의 눈물’이라고 꼬집는다.
김우일 대우M&A 대표 wikimokgu@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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