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침체 해소책

소비가 갈수록 침체한다. 혹자는 ‘소비 절벽을 만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한다. ‘가계부채 때문에 소비가 회복될 가능성이 희박해졌다’는 비관론도 나온다. 이를 기우杞憂라고 깎아내리기도 힘든 상황이다. 소비침체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정우철 바른투자자문 대표가 ‘세가지 처방전’을 내놨다. 결론은 기~승~전 ‘저소득층’이다.

▲ 소비침체를 극복하려면 저소득층의 소득이 늘어야 한다.[사진=뉴시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프랑스 철학자 데카르트의 유명한 말이다. 여기에 빗대 독일의 경제학자 다비트보스하르트(David Bosshart)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소비한다, 고로 존재한다.” 인간의 삶은 ‘소비의 연속’이다. 화폐를 매개로 누군가의 소비는 누군가의 소득이 된다. 그런 소득은 또한 정부의 자산(세금)이 된다. 소비가 경제활동의 원천으로 불리는 이유다. ‘소비는 미덕’이란 말도 여기서 나온 것이다.

이렇다 보니 한 국가의 경기부양책은 일반적으로 ‘많이 소비하고, 많이 생산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각설하고. 필자는 지금부터 한국의 소비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소비절벽’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한국의 소비침체는 심각하다. 통계청 자료를 보자.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지난 4개월 연속 100 이하에 머물러 있다. 지난 2월엔 7년10개월 만에 최저치인 93.3으로 곤두박질쳤다. 소비자심리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100 미만이면 ‘경기가 앞으로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이가 많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의 소비침체가 가속화하고 있는 이유는 분명하다. 지난해 10월께부터 지루하게 이어지고 있는 국정농단 사태가 첫째 이유다. 여기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중국 정부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ㆍTHHAD) 등이 소비침체라는 불난 집에 기름을 부었다.

▲ 한국경제에 가장 필요한 건 컨트롤타워다. 새 정부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사진=뉴시스]

대외변수만이 아니다. 소비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대내적 변수도 수두룩하다. 무엇보다 소득증가율이 3년 연속 하락했다. 지난해엔 0.6%에 그쳤다. 반면 주거비 등 물가는 상승곡선을 가파르게 타고 있다. 국가경제 성장률도 1~2% 수준으로 바닥권이다. ‘사방이 막혔다’는 말이 딱 들어맞을 정도로 한국경제는 위기임에 틀림 없다.

문제는 정부가 ‘먼 산 불구경’만 한 건 아니라는 점이다. 정부로선 개별소비세 인하, 추경예산 투입, 금요일 4시 퇴근, 여행주간 확대, 관광열차 할인, K-세일데이, 호텔 숙박료 할인, 국립공원 관람료 인하 등 이것저것 다 해봤지만 소비침체의 늪을 탈출하는 덴 실패했다. 왜일까. 답은 간단하다. 인구고령화,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 높은 청년실업률, 소득의 양극화, 주거비용 증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부채 등 중요한 원인을 해결하지 못한 탓이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의 소비침체는 정책 부재 때문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에서 기인한 것이다.

소비는 숱하게 많은 경제 상황과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그 때문에 소비를 회복하는 건 쉬운 과제가 아니다. 한두 방법으로 문제를 풀 수도 없다. 그렇다면 소비 활성화에 도움을 줄 만한 대책은 무엇이 있을까. 첫째, 저소득층 보호다. 고소득자가 돈을 풀어야 소비가 증가한다는 말도 옳지만 양극화 해소는 저소득자 지원에서 시작해야 한다. 소비이론에 따르면 소득이 증가할수록 평균 소비성향은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

사방이 꽉 막힌 한국경제

소득이 증가해도 하루 3번 이상 식사를 하기 어렵고, 1벌 이상의 옷을 입기 어렵다. 고소득자의 소득 증가가 오히려 부동산 가격 상승 등 투기자본으로 치우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반면 저소득층의 소득 증가는 바로 소비로 이어진다. 따라서 소득이 낮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그것이 어렵다면 법정 최저임금을 잘 지킬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한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저소득자의 임금 인상은 중요한 과제다.

둘째, 기업의 투자 욕구다. 기업의 투자는 기업의 소비와 같은 뜻이다. 가계 소비와 다른 점은 기업 소비가 고용 발과 소득 선을 자극한다는 것이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선제적 투자에 성공해 수많은 고용 효과를 발생시킨 건 대표 사례다. 기업이 또다른 성장산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생태계를 조성하는 건 그래서 중요하고, 이는 정부의 책무다.

 

셋째, 정부는 미래의 불확실성을 낮추는 역할을 해야 한다. 필자는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소득의 크기와 무관하게 미래를 불안하게 여기면 소비가 감소할 수밖에 없어서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의 소비 부진은 정치적ㆍ외교적 불안감에 더 많은 영향을 받고 있을지도 모른다. 때에 따라선 경제정책보다 정치ㆍ외교정책이 경제에 더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한국경제는 지금 가계부채라는 큰 벽에 부닥쳐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6년말 현재 가계부채는 1344조원에 이른다. 정부의 1년 예산의 3배가 훌쩍 넘을 정도로 큰 규모다. 물론 가계부채를 둘러싸곤 다른 의견도 나온다. 가계부채 우려가 과장됐다는 것이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가계부채는 그 자체론 문제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경제규모가 커질수록 부채규모도 늘어나게 마련이다. 부채가 많다고 소비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니다.

가계부채에 시달리는 한국경제

종합컨대, 자산이 부채를 따라가기만 하면 별 문제가 없다는 거다. 몇년 전까지 한국의 가계부채가 별 리스크로 받아들여지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부동산과 연계된 가계부채도 늘었지만 부동산 가격도 동반 상승했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경우, 부동산만 정리하면 부채를 해결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상황이 달라졌다. 금리가 상승세를 타자 부동산 가격이 흔들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금리와 부동산 가격은 ‘역(-)의 관계’라서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부양할 수도 있지만 지금은 그러기도 힘들다. 미국이 금리인상을 시작한 마당에 우리만 저금리를 유지하는 것도 만만치 않아서다. 이 때문에 소비가 되살아날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지 않다. 소비절벽을 극복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하는 이유다. 앞서 언급한 세가지 대책이 유효하겠지만 우리에겐 이 방안을 진두지휘할 경제 컨트롤타워조차 없다. 한국에도 똑똑한 정부가 들어서야 할 때다. 5월 장미 대선이 중요한 이유다.
정우철 바른투자자문 대표 www.barunib.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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