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극복하는 부동산 투자법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투자 목표를 막연하게 설정한다. 귀동냥으로 들은 투자법을 교과서처럼 따른다. 문제는 이런 투자법 대부분이 ‘편견’에 불과하다는 거다. 지금처럼 변수가 많은 시장에서는 독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되레 편견을 잘 이용한 역발상 투자에 나서보는 건 어떨까.

▲ 부동산 시장에는 많은 투자 격언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 편견에 불과하다.[사진=뉴시스]

불확실성이 높아지면 많은 투자자들이 호재를 좇는다. 앞이 보이지 않으니 앞에 있는 것에 베팅하는 거다. 격언을 충실하게 좇기도 한다. “1층 상가에 투자하면 성공한다” “역세권 상가는 실패하지 않는다” 등을 맹신하는 것이다. 하지만 호재도, 격언도 때론 편견에 불과하다. 똑똑한 투자자라면 이런 편견을 이용하는 ‘역발상 투자’에 나서는 게 좋다.

■ 1층 상가는 잘 된다? = 1층 코너에 있는 상가는 인기가 많다. 눈에 잘 띄고 고객이 드나들기 편해 투자자는 물론 장사를 해야 하는 임차인도 선호한다. 새로 지어진 상가라면 그래서 1층이 가장 먼저 팔린다. 같은 건물이라도 3~4층보다 ‘몸값’이 서너배 비싸고 임대료도 비싸다.

그렇다고 모든 1층 상가가 투자에 유리한 건 아니다. 1층 상가가 잘 되기 위해서는 상층부 상가 간의 연계가 중요하다. 가령 상층부에 처방전이 잘 나오는 병ㆍ의원에 층약국이 입점한 경우 1층 약국은 타격을 받는다. 처방전에서 나오는 수익을 포기하고 매약賣藥에만 승부를 걸어야 해서다. 더구나 1층 상가는 입점 업종이 유행을 많이 탄다. 이 말은 곧 유행이 바뀌면 업종이 바뀔 수 있다는 거다. 반면 상층부 상가는 유행에 민감하지 않다. 장기 임대가 가능하기 때문에 공실이 발생할 가능성도 줄어든다.

1층 상가의 인기가 높은 이유가 ‘동선’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1층에 자리 잡은 점포가 아니더라도 외부에서 진출입이 가능한 반지하 상가도 1층 상가와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어서다. 전용엘리베이터와 계단이 있는 2층 상가 등 수직 동선이 형성된 상가 역시 1층 상가 못지않게 사람이 몰린다. 1층 상가의 비싼 분양가도 부담이다. 초기 투자 비용이 높으면 그만큼 수익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서다.

■ 역세권 상가는 잘된다? = 역세권 상가는 인기 상품이다. 유동인구가 워낙 많아서다. 환승역이라면 더욱 사람이 몰린다. 투자자 입장에서 최우선 고려 대상이 ‘지하철역이 인근에 있느냐 없느냐’가 되는 이유다.

 

그렇다고 모든 지하철역 주변이 사람이 몰리는 상권이라는 건 아니다. 역이라도 성격에 따라서 유동인구가 다르다. 역 주변의 상권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환승을 위한 역이나, 교통시설 역할만을 수행하는 곳은 상가 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아서다. 수도권에만 400여개 이상의 역이 있다. 이중에는 단지 이동 수단으로만 이용되는 역도 많다. 사람이 몰리는 출구에 따라 상권의 희비가 엇갈리기도 한다. 최근에는 10여개의 출구를 갖춘 환승역도 많다. 출구별 유동인구 분석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대형상가에도 리스크는 있다

■ 영화관이 입점한 상가는 잘 된다? = 최근 지어지는 상가에 반드시 입점하는 업종이 있다. 바로 영화관이다. 영화관이 상가의 필수 입점 종목이 된 이유는 ‘샤워 효과’ 때문이다. 유통 업계에서 통용되는 이 단어는 이벤트 방문 등으로 위층을 찾은 소비자가 아래층으로 내려가면서 자연스럽게 쇼핑을 한다는 뜻이다.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고 인근 상가를 찾는 효과를 기대하는 거다. 일부에선 ‘영화관 있는 상가에 프리미엄이 붙는다’는 말까지 나온다.

하지만 영화관이 있는 상가에 입점했다고 ‘성공’을 장담하기는 어렵다. 영화관을 찾는 고객이 상가를 찾는 목적을 생각하면 간단하다. 이들은 ‘영화를 보기 위해’ 방문했다. 꼭 인근 상가를 방문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거다. 게다가 최근 멀티플렉스 영화관들은 내부에 다양한 식ㆍ음료 콘텐트까지 갖추고 있다. 업종 차별화와 자체 경쟁력이 없다면 상가 내 영화관도 무용지물이 될 공산이 크다.

■ 상가가 클수록 잘 된다? = 최근 지어지는 상가 대부분은 몸집이 크다. 규모가 클수록 다양한 업종을 입점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점포수가 지나치게 많으면 임차인 유치에 실패할 수 있다. 대형 상가의 실패는 지역 상권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한번 공실이 나고 다음 세입자를 들이는 타이밍을 놓치면 공실 상태가 생각보다 오래간다. 이런 상태를 임대시장에선 안 좋은 신호로 해석한다. ‘상권이 한물갔다’는 인식을 주게 된다. 경쟁력 없이 상가의 규모에 집중하는 것보다는 상가의 접근성과 동선의 차별성을 살펴보는 게 먼저다.

 

■ 세대수가 많으면 잘 된다? = ‘아파트 세대 수가 많은 단지 내 상가는 대박’이라는 말이 있다. 시작부터 많은 배후 수요를 확보하고 있어서다. 그런데 이 말도 편견이 됐다. 한때 높은 경쟁률을 보였던 주택공사 단지 내 상가에선 최근 유찰이 쏟아지고 있다. 상권이 형성되기도 전에 많은 상가가 동시에 입점했기 때문이다.

인근에 대형마트라도 있으면 수요가 더욱 분산된다. 일부 생활밀착업종을 제외하고는 영업이 쉽지 않다. 단지가 크면 단지 내 상가 규모도 커지므로 중복 업종이 입점하는 경우도 많다. 세대수만 보고 단지 내 상가에 투자하는 건 피하는 게 좋다.
장경철 부동산일번가 이사 2002cta@naver.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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