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미 ‘數수의 시선’ 展

▲ ❶ 유현미, 수학자의 시선, 퍼포먼스, 2017 ❷유현미, Drawing for 433, 190x126㎝, inkjet-print, 2017 ❸ 유현미, Drawing for physical numerics,(m aking shot) mixmedia, 가변사이즈, 2017
“숫자는 내가 아는 모든 언어 중 가장 육체적인 동시에 정신적이다.” 유현미 작가가 ‘數수’를 작품의 주제이자 소재로 정한 이유다. 이번 전시는 숫자가 가지는 보다 정신적이고 유기적인 세계에 대한 상상력을 드로잉으로 표현해 보여준다.

작가는 수년 전부터 ‘數수의 육체’라는 주제로 숫자를 입체적이고 철학적으로 바라봐 왔다. 오가와 요코의 소설 「박사가 사랑한 수식」에서 영감을 얻은 후부터다. 작가는 수학자의 눈을 통해 바라본 공간을 상상하고 재해석한다.

화이트큐브의 미술관 공간을 흰 도화지로 재탄생시키고, 검은 테이프를 이용해 숫자와 선을 만들어 거대한 공간 드로잉 작업을 펼친다. 공간과 사물을 회화로 전환시켜 보는 이로 하여금 현실과 가상, 사진과 그림, 평면과 입체를 오가며 보는 것에 대한 인식의 혼돈을 준다. 이런 작업 방식은 작가가 지난 10여년간 즐겨 사용해온 방식이다. 일상적인 공간을 3차원적이면서도 2차원적이고, 4차원적이라는 느낌을 갖도록 연출하는 것이 작업의 핵심이다. 관객은 마치 그림이 된 현실 속으로 들어가 작품의 내용과 형식을 경험할 수 있다.
▲ ❹ 유현미, 1984, mixmedia, 가변사이즈, 2017 ❺ 유현미, 수학자의 시선, 퍼포먼스, 2017
총 12점이 전시되는 지하 전시장은 공간 드로잉 과정을 고스란히 담은 영상을 상영해, 마치 거대한 드로잉북같다. 학교 복도ㆍ욕실ㆍ강의실ㆍ작업실 등 일상 곳곳에서 진행된 다양한 드로잉 퍼포먼스는 작가와 두 퍼포머의 선택과 갈등에 의해 즉흥적으로 만들어진다. 예측할 수 없는 선과 선의 만남으로 하나의 형상이 되거나 흐트러진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세상의 우연한 질서와 이치를 닮았다. 

문자보다 먼저 생성되고 전세계 공통으로 사용되는 유일한 언어인 숫자. 디지털 세계를 지배하고 우리 현실 어디에나 존재하는 숫자. 이번 전시는 이러한 숫자에 집중해 숫자가 가지는 다층적인 상징과 의미를 되새긴다.

작가는 그동안 색(빛)을 입혀 그림처럼 현실을 재현했다면, 이번에는 흑과 백을 통해 초현실적이고 유기적인 형태로의 변화를 표현하고자 했다. 초현실적인 착시감과 기시감까지 드는, 인식의 혼돈을 경험하고 싶다면 서울 안국동 사비나미술관으로. 전시는 4월 14일까지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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