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보험 가입자 수 증가가 홍보거리인가

젊으나 늙으나 소원은 ‘취업’이다. 최근 통계청 조사 결과 55~79세 연령층의 절반 이상이 미래에도 계속 일하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취업에 나서는 고령층도 크게 늘었다. 고용보험 가입자 수만 보면 고령층의 증가세가 청년층보다 훨씬 많다. 하지만 문제는 양질의 일자리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 고령층의 노동시장 진출이 전 연령대 중 가장 활발하다.[사진=뉴시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노동시장 동향분석’ 보고서를 보자. 2월 고용보험 피보험자수가 1264만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31만3000명(2.5%) 늘었다. 최근 둔화하던 고용보험 피보험자 수 증가폭이 5개월만에 30만명대를 회복했다. 새로 일자리를 구해 고용보험에 가입한 사람이 늘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단순히 취업자 증가를 구직난 해소의 지표로 볼 수는 없다. 불안정한 일자리가 늘어난 결과일 수 있어서다. 실제로 증가세를 주도한 계층은 서비스업 종사자, 여성, 고령층 등 노동시장 취약계층이었다.

먼저 연령대별로 살펴보자. 50세 이상의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7.7% 증가하며 29세 이하 청년층(1.9%), 30~40대(0.2%)보다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고령층의 노동시장 진출이 가장 활발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생계를 위한 저임금 노동에 몰리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2016 노동시장 평가와 2017 고용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로 최저임금을 겨우 받는 경비ㆍ청소ㆍ주차안내ㆍ운수업 등에서 고령층 취업자가 증가하고 있다. 변변한 노후 대책을 마련하지 못해, 은퇴 후에도 쉴 수 없는 고령층이 늘어난 결과다.

2015년(인구주택총조사 자료) 기준,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657만명, 전체의 13.2%에 달한다. 오는 2020년에는 베이비붐세대도 노인인구로 진입한다. 연금이나 사회보장이 부족한 상태에서 쏟아지는 고령층은 비정규직, 저임금 일자리에 계속 몰릴 가능성이 크다.

반면 한창 일할 20~40대 취업자 증가세(1.9%)는 지지부진했다. 특히 제조업 분야의 청년 취업자 수는 지난해보다 1만7000명 감소했다. 그동안 늘어나던 제조업 일자리도 지난해 7월부터 감소세로 돌아섰다. 조선업 구조조정과 수출부진이 겹치면서 제조업 노동시장 상황이 악화돼서다.

청년층 취업이 가장 활발하던 제조업(58만7000명)마저 주춤하면서 청년 일자리 문제가 더 어려워질 공산이 커졌다. 현재 청년실업률은 12.3%(2017년 2월 기준)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체감 실업률은 이보다 2배 이상 높다.

정세균 국회의장실에 따르면 청년층의 실제 실업률은 27.9%다. 추가취업가능자, 잠재취업가능자, 잠재구직자까지 포함한 사실상 청년실업자는 148만3000명으로 추산된다. 안정적인 일자리가 부족한 탓에 청년들이 취업을 포기하거나 취업 준비기간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 제조업 취업자 수는 줄어든 반면 서비스업 취업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의 일자리 축소와 달리 서비스업 취업자는 증가하고 있다. 서비스업은 일용직 근로자가 많다. 정확한 추이를 알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최근 증가세가 뚜렷하다. 분야별로는 도소매업(6만4000명), 숙박음식업(5만1000명), 보건복지(3만9000명)에서 취업자가 늘었다. 반면 금융보험(-2400명) 취업자는 감소세다.

고용노동부는 이런 결과를 두고 “노동시장의 산업고용 구조가 변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기 변동에 민감한 서비스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불안정한 일자리가 많다. 청년층과 고령층 모두 이 분야에 몰린다는 점은 우려할 만하다.

불안정한 일자리 증가

어두운 지표는 또 있다. 8만3000명이 비자발적으로 실직해 구직급여를 신청했다는 사실이다. 구직급여를 받은 전체 신청자도 8000명 늘어 39만8000명에 달했다. 구직급여 지급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6억원 증가한 4152억원으로 집계됐다.

 
일자리 구하기도 여전히 어렵다. 신규 구인인원은 25만3000명(15.6%), 신규 구직건수는 23만2000건(9.3%)으로 모두 전년 동월 대비 증가했지만, 구직의 어려운 정도를 나타내는 구인배수(0.66)으로 전년 동월(0.56)보다 높게 나타났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고용보험 피보험자가 증가세를 회복했다고 홍보하고 있다. 물론 취업자 현황을 확인할 수 있는 피보험자가 증가한 것은 긍정적인 신호다. 적어도 외적으로는 성장한 게 맞아서다. 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계약직과 같은 불안정한 일자리가 증가한 것을 엿볼 수 있다. 또 가장 심각한 일자리 문제인 청년실업 문제는 아예 해결되는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취업자 숫자 증가에 연연하기보다 일자리 노동환경 개선에 힘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송민정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연구원 smj@saesayon.org|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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