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찬의 프리즘] 그린 슈트냐, 옐로 위즈냐
[양재찬의 프리즘] 그린 슈트냐, 옐로 위즈냐
  • 양재찬 대기자
  • 호수 236
  • 승인 2017.04.17 08: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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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의 성장률 전망 상향 조정
▲ 경제지표들이 모처럼 긍정적 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향후 경기를 낙관하기엔 이르다. 사드 보복, 보호무역주의, 대북 리스크 등 변수가 수두룩해서다.[사진=뉴시스]

한국은행이 13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1%포인트 높였다. 지난 1월 종전 전망 2.8%에서 2.5%로 낮췄던 것을 2.6%로 재조정한 것이다. 수출이 늘고, 정보기술(IT) 분야 투자가 살아나고, 내수가 회복 기미를 보이는 점을 반영했다. 한은이 성장률 전망을 상향 조정한 것은 2014년 4월 이후 3년 만이다. 이에 앞서 11일에는 기획재정부가 경제 회복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으로 이어지는 국정 리더십 공백 상태에서도 한국 경제는 대내외 악재를 딛고 회복되는 ‘그린 슈트(green shoots)’인가? 그린 슈트란 겨우내 얼었던 땅에서 봄 새싹이 움트듯 경제가 조금씩 회복되는 모습을 가리키는 말이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2009년 3월 당시 미국 경제 상황을 설명한 표현이다.

이에 대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했던 비관론자인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사람들이 얘기하는 그린 슈트는 시든 잎(yellow weedsㆍ옐로 위즈)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미국 경제가 수개월간 회복하기 힘들고, 회복돼도 약한 모습일 거라며.

한은의 성장률 전망 수정은 그린 슈트인가, 옐로 위즈인가? 비록 0.1%포인트 조정이지만 나름 의미는 있다. 기준금리 조정 등 통화정책을 맡은 중앙은행이 국내 경기 전망을 미약하나마 긍정적으로 보고 있음이다. 물론 한계는 있다. 한은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한은은 “소비심리가 완만하게 증가하고 있지만, 가계소득 개선세가 미흡하고 가계부채로 인한 원리금 상환부담 등으로 소비제약 요인은 여전하다”고 진단했다.

성장률 0.1%포인트가 오차범위 수준이라는 점도 따져봐야 한다. 이를 두고 경기 흐름이 회복세인 우상향右上向으로 틀었다고 보는 것은 무리다. 한은 전망대로 성장해도 2015년과 2016년 성장률(2.8%)보다 0.2%포인트 낮다. 2014년 한해만 빼곤 6년째 2%대 저성장이 지속되고 있다.

수출이 늘어난다지만 잘 되는 업종은 대부분 생산기반이 해외에 있는 반도체ㆍ디스플레이 등 IT 관련 업종이다. 자동화율이 높은 이들 업종의 대기업 수출이 잘 돼도 국내 고용 및 소비 확대에 미치는 효과는 제한적이다. 3월 취업자 수가 늘었다지만 제조업 취업자는 9개월 연속 감소한 채 일용직 비중이 높은 건설ㆍ도소매업과 5060세대 자영업자들이 증가를 주도하는 이유다.

 

한은의 경기예측 능력 또한 의심스럽다. 불과 석달 전만 해도 한은의 경기 전망은 비관적이었다. 올 1월 성장률 전망을 2.8%에서 2.5%로 확 낮추면서 “민간소비가 생각한 것보다 더 둔화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번에는 “수출과 투자가 예상보다 좋았고, 소비심리 위축도 완화됐기 때문”이라고 말을 바꿨다.

향후 경기를 낙관하기도 이르다. 중국의 사드 보복, 미국발 보호무역주의, 북한 리스크 등 복병이 도사리고 있다. 한은 스스로 중국 관광객이 30%, 대중對中 수출이 2% 줄어 연간 성장률을 0.2%포인트 낮출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도 간과할 수 없는 대외 변수다. 안으로는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폭증하는 가계부채와 청년실업 등 난제가 산적해 있다.

관건은 5ㆍ9 대선 이튿날 출범하는 새 정부의 리더십과 정책 방향이다. 경제정책은 물론 외교안보 정책을 어떻게 취하느냐에 국가 운명이 좌우된다. 당장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사드 보복과 대중 수출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중산층 이하 서민경제 및 내수와 직결되는 주거 불안, 일자리 불안, 노후 불안 등 ‘3불不’ 요인을 어떻게 누그러뜨리느냐가 핵심이다.

세상사 모두 사람 손으로 움직인다. 경제도 사람이 하는 일이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게 사람이다. 국가가 국민을 제대로 대접해 기를 살려야 경제도 살아난다. 모처럼 긍정적 신호를 보이는 경제지표들이 그린 슈트가 되어 꽃을 피울지, 옐로 위즈로 시들고 말지의 열쇠는 새 대통령과 정부가 쥐고 있다.
양재찬 더스쿠프 대기자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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