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 정치」

 
기생충 학자인 저자가 박근혜 정권 4년 동안 2주마다 일간지에 연재한 칼럼을 책으로 묶었다. 다양한 이슈를 저자 특유의 위트와 반어법으로 풀어낸 정치 에세이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을 다룬 내용은 욕인지 칭찬인지 헷갈릴 정도다. 저자는 “박 전 대통령 때문에 힘들었던 사람도, 그분 때문에 죽고 못사는 ‘박사모’도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소개했다.

이 책에 따르면 국민들이 모르는 박 전 대통령의 장점은 의외로 많다. 가장 큰 장점은 빠르게 흘러가서 아쉬운 시간을 천천히 흘러가게 했다는 점이다. 박근혜 정권 들어서 시간이 거북이처럼 천천히 간다는 사람이 많았는데, 이 시간을 잘 활용하면 6개월 걸릴 일도 3개월만에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세월호와 메르스 사태에서 보듯이 ‘내 안전은 스스로 지킨다’는 신념을 갖게 했다. 덕분에 국민들은 늘 긴장하고 능동적인 자세로 살아가게 됐다. 임시 공휴일 지정은 신의 한수였다. 침체됐던 경제를 회생시킬 정도로 투자 대비 효과가 뛰어났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이 여러 업적을 쌓는 동안 국정원은 세계적인 정보기관으로 거듭났다.

저자는 박 전 대통령이 아이들에게 ‘대통령의 꿈’을 심어줬다고도 강조한다. 대통령만한 ‘꿀 직업’이 세상에 없다는 것을 알려줬다는 거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고, 하루 대부분을 관저에 머물다가 가끔씩 집무실 나와 남이 써준 원고를 읽기만 해도 2억1220만원의 연봉을 받는다. 관저로 재벌총수를 불러 몇마디 말만 해도 수백억원의 돈이 생겨, 지인들에게 크게 한턱 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죄를 짓고도 임기 중 형사소추를 받지 않아 관저에 머물 수 있다. 이만한 직업이 또 있을까. 아이들이 선망할 만하다는 거다.
▲ 지난 정권이 내세웠던 무수히 많은 공약公約들이 공약空約이 됐다.[사진=뉴시스]
여러 장점에도 박 전 대통령에게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고 꼬집는다. 빈약한 위기관리 능력이다. 세월호가 침몰했지만 7시간 동안 잠적했다가 갑자기 나타나 “구명조끼를 학생들은 입었다고 하던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듭니까”라고 했던 건 대표적인 예다. 결국 박 전 대통령은 국민들이 손에 촛불을 들게 만들었고, 스스로를 탄핵과 구속이라는 불행에 빠뜨렸다.

저자는 4년 동안 박 전 대통령에 대해 날선 비판을 가했지만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오르진 않았다. 저자는 그 이유가 “박 전 대통령이 반어법을 이해하지 못하고 칭찬인줄 알았던 모양”이라고 말했다. 또 “그 반어법을 탄생하게 해준 박 전 대통령에게 바치는 헌사”라고 덧붙였다.
 
세가지 스토리

「기사의 편지」
에단 호크 지음 | 부키 펴냄

미국의 영화배우이자 감독인 에단 호크의 세번째 작품이다. 자신이 주연을 맡았던 영화 ‘비포’ 시리즈의 시나리오 집필에도 참여한 그는 「이토록 뜨거운 순간」 「웬즈데이」를 출간하며 작가로서의 입지도 굳혀왔다. 이 책은 그가 아내와 나눴던 ‘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에 대한 대화에서 시작됐다. 아이들을 위한 삶의 나침반을 영국의 한 기사의 이야기로 풀어냈다.

 
「데이비드 하비의 세계를 보는 눈」
데이비드 하비 지음 | 창비 펴냄

‘손에 잡히지 않고, 담을 수도 없지만 매우 강력한 힘.’ 이처럼 모호한 자본의 개념을 구체적 현실을 통해 명쾌하게 풀어주는 데이비드 하비. 지리학자이자 마르크스주의자인 그가 40여년간 발표한 저술 가운데 핵심만 추렸다. 자본주의가 우리의 시간과 공간을 어떻게 지배해왔는지, 왜 우리가 공장 대신 도시에서 변혁의 열쇠를 찾아야 하는지 등 굵직한 질문을 마주한다.

「마오쩌둥 평전」
알렉산더 판초프 지음 | 민음사 펴냄

러시아의 문서보관소의 문서와 중국과 서방에서 출간된 저작물을 토대로 이전에는 듣지 못한 마오쩌둥의 삶의 궤적을 들려준다. 마오쩌둥의 업적과 과오뿐 아니라 개인의 삶에도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중화인민공화국을 통치하며 황제와 같은 권력을 누린 마오쩌둥이 심한 조울증에 시달렸으며 그의 성격과 정서도 매우 복잡했다는 점 등 몰랐던 면모도 확인할 수 있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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