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50주년 맞은 포스코대우 김영상 사장

▲ 김영상 사장은 “포스코대우맨이 힘을 합쳐 스마트한 비즈니스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사진=포스코대우 제공]
김영상(60) 포스코대우 사장이 임직원들에게 창립 100주년을 향해 ‘포스코대우맨’으로 더욱 열심히 뛰자고 당부했다. 3월 22일 열린 창립 50주년 및 통합 포스코대우 출범 기념식에서다. 그는 ‘포스코대우’로의 회사명 변경, 포스코P&S 흡수ㆍ합병 등 모기업 포스코와의 화학적 결합에 애를 많이 써왔다. 한때 대우그룹에서 꽃을 피웠던 이 회사가 포스코로 옮겨와 다시 꽃피울지 주목된다.

지난 3월 22일 오전 인천 송도 포스코대우 사옥에서 이 회사 역사에 남을 만한 행사가 열렸다. 포스코대우 창립 50주년과 ‘포스코P&S 통합 포스코대우’ 출범을 동시에 기리는 기념식이었다. 김영상 사장은 이 자리에서 “(포스코그룹) 패밀리사社의 글로벌화를 뒷받침하는 핵심 계열사로서 새로운 도전의 길을 열어가자”고 강조했다. 또 “포스코대우맨들이야말로 우리 회사 고유의 힘이며, 미래를 만드는 성장동력”이라며 “스마트한 비즈니스 공동체가 돼 상상 그 이상의 변화와 혁신을 이뤄내자”고 당부했다.

같은날 저녁,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등 옛 대우맨 500여명도 밀레니엄 서울힐튼 호텔에서 대우 창립 50주년 기념식을 가져 묘한 대조를 보였다. 창립 50주년 기념식이 각기 다른 곳에서 다른 모습을 띠고 진행된 것이다.

김 사장은 기념식에서 ‘Beyond Trade, P ursuing Future Business(무역을 넘어 미래의 신新비즈니스를 추구한다)’라는 새로운 비전도 선포했다. 또 “포스코대우는 세계 어디서든, 어떤 비즈니스든 메이킹해 나갈 수 있는 종합사업회사로 진화해나갈 것”이라며 이를 위해 “2Core, 3Expansion 전략을 중심으로 밸류 체인을 확대해 사업구조를 고도화하고 글로벌 네트워크 역량 강화와 미래 신사업 발굴을 통해 지속 성장 기반을 다져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그의 기념사에 등장한 몇몇 키워드의 함의含意를 한번 살펴보자. ‘주식회사 포스코대우’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가 한꺼번에 읽히기 때문이다. ‘핵심 계열사’ ‘포스코대우맨’ ‘글로벌 종합사업회사’ ‘2Core, 3Expansion 전략’ 등등이 그것이다.

사실 포스코대우는 2010년 11월 정준양 회장 시절 3조3724억원에 포스코그룹으로 편입된 이래 거의 6년 동안 ‘핵심 계열사’ 대접을 받지 못했다. 대접은커녕 포스코그룹의 신경을 건드리는 골칫거리 계열사로 외부에 비쳤다. 이번에 포스코P&S를 흡수ㆍ합병해 ‘통합 포스코대우’로 재출범하면서 비로소 핵심 계열사 대접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포스코대우’가 어떤 회사인가. 50년 전인 1967년 3월 22일, 김우중 전 회장이 자본금 500만원으로 세웠던 ‘대우실업’이 그 모태다. 무역회사였던 이 회사를 중심으로 발전을 거듭했던 대우그룹은 32년 만인 1999년 해체되기 직전, 재계 2위까지 오르며 한국 경제계에 큰 족적을 남겼다. 대우실업은 ㈜대우(1982년), ㈜대우인터내셔녈(2000년) 등으로 이름을 바꿨다가 지난해 3월 포스코대우라는 이름으로 다시 고쳐 달았다.

물리적 결합을 통해 포스코 지붕 밑으로 들어서긴 했으나 결코 화학적 결합은 이뤄내지 못한 채 독자경영 행보를 보이기 일쑤였던 데 대한 일종의 반격이었다. 한때 세계 경영을 꿈꾸며 지녀왔던 자존심이 포스코라는 막강한 철강사를 주인으로 맞고서도 굽혀지지 않은 것처럼 비친 것은 사실이었다.

이같은 ‘한 지붕 두 가족’ 분위기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계열사 편입 5년 만인 2015년 5월, 마침내 양측(포스코그룹과 대우인터내셔녈) 사이에 한바탕 분란이 일어났다. 포스코 사령탑과 계열사 대우인터내셔널 사이에 ‘미얀마 가스전 매각 파동’이 일어난 것.

포스코와 화학적 결합 강구

내홍은 한달 만에 일단 봉합됐지만 포스코그룹의 매각 검토설에 대해 공개리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던 대우인터내셔널 전병일 사장은 6월 16일 사퇴하기에 이른다. 주위에 항명 사태로 비치면서 1기 임기 2년차를 맞았던 권오준 포스코 회장의 리더십에도 큰 상처가 났다.

당시 권 회장이 ‘쇄신과 구조조정’을 기치로 내걸며 포스코 재건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을 때여서 파장은 더욱 컸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기 위해 창의와 자율을 기반으로 비즈니스를 전개했던 대우그룹 분위기와 국책 철강사로 출발해 상의하달식 지시 문화에 익숙했던 포스코 사이에 어쩔 수 없었던 한판 대결이었다. 포스코 사령탑은 이를 결코 용인하지 않았고, 대우인터내셔널에 대한 화학적 결합을 강구하게 된다.

그 결과 탄생한 당시 대우인터내셔널 C EO가 바로 지금의 김영상 사장이다. 2015년 7월 대표이사 사장에 오른 그는 35년간 대우맨으로 지내온 해외 영업통이다. 쿠알라룸푸르지사 지사 근무, 토론토 지사장, 모스크바 지사장 등으로 12년 이상 해외 주재원 생활을 하며 지역별 트레이딩을 두루 배운 인물이다. 철강 무역 경험도 많아 권오준 회장이 낙점한 인물이란 얘기가 많았다. 취임 이후 그는 포스코그룹 정책에 협력하면서 반세기 동안 버텨온 대우실업의 새로운 좌표를 모색하고 나섰다.

지난해 3월엔 대우인터내셔널이란 회사명을 ‘포스코대우’로 바꿨다. 이어 포스코그룹 내 철강 판매 및 가공업체인 포스코P&S를 3월 1일자로 흡수ㆍ합병해 덩치를 키웠다. 포스코를 앞세우고 대우를 뒤에 넣은 회사 이름을 만들고, 포스코 계열사를 흡수해 화학적 결합의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이런 조치는 김 사장에 대한 그룹 수뇌부의 신임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로 보인다. 3월 중 권오준 회장이 2기 연임에 성공하면서 김 사장도 3월 주총에서 연임됐다.     

기념사에서 그는 ‘포스코대우맨’이란 용어도 썼다. 종전의 ‘대우맨’이 ‘포스코대우맨’이란 말로 대체됐다. 또 “대우그룹이 해체되고 회사가 분리되는 고통과 좌절의 과정 속에서 포스코대우는 창립 50주년을 맞았다”고 회고하며 “100주년을 앞둔 새로운 50년을 향해 포스코대우맨들이 인적ㆍ정보ㆍ사업 등 다양한 네트워크를 하나로 연결해 사업을 이끌어가자”고 당부했다.

통합 포스코대우 출범을 계기로 ‘글로벌 종합사업회사’ ‘2Core, 3Expansion 전략’이란 말도 많이 등장했다. 종합사업회사란 말 속에는 기존의 무역상사를 뛰어넘어 직접 사업도 영위하는 회사로 끊임없이 변신해야 지속 성장이 가능하다는 뜻이 들어 있다. ‘2Core’는 철강ㆍ자원개발 등 현재 주력하고 있는 2대 핵심사업을, ‘3Expansi on’은 식량ㆍ자동차부품ㆍIPP(민자발전사업) 등 미래를 책임질 3대 확장사업을 각각 가리킨다. 

아시아 생활소비재 사업에 도전장

포스코P&S 흡수ㆍ합병을 계기로 포스코대우는 그룹의 국내외 철강 사업을 일원화해 철강 비즈니스를 한층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자원개발 사업도 미얀마 가스전 사업의 안정화, 방글라데시 가스전 사업 등으로 발전하고 있다. 확장사업인 식량ㆍ자동차부품ㆍIPP(민자발전사업) 분야에서도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김 사장은 지난해 2월 신사업 추진반을 신설하고 중국 및 아시아지역 생활소비재 사업에도 도전장을 냈다. 지역별 신사업 발굴과 기존 사업 확대를 위해 해외출장을 밥 먹듯 하고 있다. 포스코라는 낯선 둥지에서 원래 난 자식처럼 적응해 나가면서 지속 성장을 위해 종합상사를 종합사업회사로 확 바꿔 놓으려는 그의 실험이 성공할지 주목된다.
성태원 더스쿠프 대기자 lexlov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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