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동반진출 괜찮나

▲ 대기업과 협력업체의 갑을관계를 청산하지 않으면 해외시장 동반진출은 기대 이상의 효과를 거두기 힘들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해외시장 동반진출 성공사례는 차고 넘친다. 그런데도 해외시장 동반진출의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겠다고 말하는 중소기업과 협력업체 사장들이 상당수다. 혹시 성공사례가 실패사례를 감추고 있는 건 아닐까. 대ㆍ중소기업 해외시장 동반진출의 성과를 살펴봤다.

“45개 대기업이 1862개 협력사와 해외시장에 동반진출했다. 대기업 1곳이 평균 41개 협력사를 지원한 셈이다. 해외시장 동반진출이 새로운 성장지원 모델로 자리 잡을 것이다.” 지난해 9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동반성장지수 평가를 받는 대기업 62곳을 설문조사한 결과를 발표하면서 해외시장 동반진출 성과를 홍보했다. 숫자만 보면 꽤나 성공적이다.

하지만 다른 숫자들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중소기업중앙회의 ‘2016년 제조업 분야 중소기업 실태조사결과 보고서(2015년 기준)’에 따르면 수급기업들(협력업체)은 거래기업(원청업체)에 납품하면서 느끼는 애로사항(복수응답 허용)으로 가격을 꼽았다. 응답 기업의 50.3%는 원자재 가격이 상승해도 거래기업이 이를 납품단가에 반영하지 않는다고 했고, 49.7%는 납품단가 인하(일명 후려치기)를 지적했다. 또한 수급기업의 전체 매출 중 거래기업에 납품하는 매출 비중(거래기업 의존도)은 83.7%로 8년(2007년 85%)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거래기업과 수급기업 간 전속계약 관행 때문에 거래 의존도가 높아지면 수급기업은 매출을 늘리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통계 하나를 더 보자. 중소기업연구원이 올해 2월 발표한 ‘낙수효과에 관한 통계 분석이 주는 시사점’에 따르면 전체 기업의 해외 현지생산 비중은 2009년 13.9%에서 2014년 18.5%로 증가했다. 문제는 대기업해외생산 비중이 16.8%에서 22.1%로 늘어나는 동안 중소기업은 6.3%에서 7%로 증가하는 데 그쳤다는 점이다.

홍운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20 12년 이후 대ㆍ중소기업의 상호연결고리가 약화됐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해외시장 동반진출에서 양측의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 내용들을 놓고 보면 다음과 같은 결론에 도달한다. “대기업의 갑질은 여전하고, 중소기업의 대기업 의존도는 점점 더 커진다. 해외시장 동반진출로 중소기업이 매출을 늘리고, 기술수준을 높여 거래선을 다양화한다는 건 환상에 불과하다. 대기업이 기술수준을 쫓아가면 국내 중소기업들이 설자리는 점점 더 좁아질 것이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이렇게 꼬집었다. “해외시장 동반진출은 애초부터 우리를 위한 게 아니다. 의사소통, 기술수준, 가격 등을 고려해 대기업이 이득을 보려고 협력사를 데려가려는 거다. 갑을문화는 안이나 밖이나 똑같다. 다른 거래선 확보는 꿈도 못 꾼다. 납품 규모가 커지면 단가는 더 떨어진다. 해외진출이 무슨 득이 되겠는가.”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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