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재테크 | 20대 싱글 직장여성의 재무설계

돈을 계속 벌고 있는데, 왜 돈이 없을까.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입버릇처럼 투덜대는 말 중 하나다. 급여는 ‘스쳐지나가는 것일뿐’이라는 우스갯소리도 한다. 외롭게 찍힌 ‘0’이라는 통장 잔고를 쳐다보고 한숨 쉬는 일은 다반사고, 큰 맘 먹고 든 적금은 만기까지 지키기가 쉽지 않다. 왜일까. 들리는 정보는 많지만, 현실적인 재테크 방법을 몰라서다.

▲ 지출 통제만 잘 해도 저축과 투자 여력이 생긴다.[사진=아이클릭아트]
클릭 몇번이면 수많은 정보가 쏟아진다. ‘나는 이런 방법으로 1억원을 모았다’ ‘어디에 투자해 종잣돈을 불렸다’ 등등. 하지만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를 접하다보면 정작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해진다. 정보가 너무 많아서다. 나이가 들수록 결혼ㆍ독립ㆍ주택마련 등 돈 들어갈 곳 투성이인데, 첫걸음을 떼지 못하는 이유다.

직장생활 3년차인 김지현(가명ㆍ27)씨는 또래에 비해 경제활동을 일찍 시작했다. 직업은 안정적이고, 연봉도 적지 않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모아놓은 돈이 1100만원뿐이다. 그마저도 1000만원은 월세보증금이고, 바로 융통할 수 있는 돈은 100만원이다. 스스로 검소한 편이라 생각하고, 엉뚱한 곳에 투자해 손해본 적도 없는데 말이다. 무엇이 문제일까. 김씨의 소득과 지출을 먼저 점검해보자.

김씨는 월 평균 230만원의 급여를 받는다. 관리비를 포함한 월세는 47만원, 전기ㆍ가스ㆍ수도비 등 공과금은 평균 3만원 정도 낸다. 식비 18만원, 교통비 10만원, 통신비 8만원이 매달 고정적으로 나가고, 생활비는 15만원가량 필요하다. 취미생활로 공방에서 배우고 있는 가죽공예 수강료는 35만원. 건강관리에 드는 돈도 제법 많다. 필라테스는 15만원, 피부과 치료는 30만원이 꼬박꼬박 나간다. 모임ㆍ경조사비 등 비정기지출도 15만원쯤 된다. CI종신보험(12만원), 종신형 실비보험(4만원), 종신형 저축보험(4만원) 등 보험료도 20만원씩 내고 있다. 이렇게 한달에 216만원 쓰고 나면 그에게 남는 돈은 14만원이다.

김씨는 무분별한 지출을 막기 위해 규모가 큰 병원 진료비만 신용카드를 쓸 뿐 대부분은 체크카드를 사용한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모임이 생기거나 미용실을 가게 되면 그나마 있던 14만원의 여유자금도 사라지기 일쑤다. 신용카드를 한번 더 긁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여유자금이 충분하지 않아서다. 100만원이 있긴 하지만 이것도 보너스를 받아 생긴 것으로, 사실상 매달 남는 게 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

그에게 가장 필요한 솔루션은 새고 있는 지출목록을 잡아 저축여력을 늘리는 거다. 그러기 위해 규모가 큰 월세ㆍ병원비ㆍ보험료ㆍ통신비 등을 손보기로 했다. 먼저 월세다. 김씨는 현재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47만원(관리비 포함)짜리 원룸에 살고 있다. 이것을 줄여 종잣돈을 만들고, 그 종잣돈으로 전세대출을 받아 임대아파트에 들어가는 계획을 세웠다.
지출 통제해 저축 여력 키워

하지만 당장 임대아파트에 들어가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번 설계에선 ‘준비’만 하기로 하고, 이사부터 했다.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28만원짜리 원룸으로 이사해 남은 500만원 중 100만원은 가전과 가구를 마련하는 데 썼다. 나머지 400만원은 비상금으로 뒀다. 이렇게 되면 월세 47만원이 28만원을 줄어 19만원의 여유자금이 생긴다.

그다음은 보험 재설계다. 현재 김씨는 종신보험과 종신형 실비보험, 종신형 저축보험에 가입돼 있다. 분석 결과, 보장범위가 적고 보험금 지급 요건이 까다로웠다. 게다가 보험료가 비싼 종신이 중복가입돼 있었다. 2년째 보혐료를 내고 있긴 하지만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보험료 갱신과 만기를 생각해 해지하기로 결정했다. 대신 보장 범위가 더 크고 보험료도 저렴한 건강보험(7만원)에 가입했다. 저축성 보험으로 소개 받아 가입한 것으로 확인된 종신형 저축보험은 민원을 제기해 해지했다. 김씨가 보험 재설계로 아낀 돈은 13만원(20만원-7만원)이다.

내친 김에 건강관리비도 줄여보기로 했다. 필라테스는 저렴한 학원으로 옮기고, 피부과 치료는 횟수를 줄여 28만원까지 줄였다. 통신비도 본인의 패턴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상품에 가입, 매달 데이터 초과로 원래 요금보다 많이 내고 있었다. 휴대전화와 인터넷을 결합한 할인 상품으로 바꾸고, 기기변경으로 단말기 할부금을 없애 8만원이던 통신비를 6만원까지 줄였다.

이제 김씨에게 생긴 여유자금을 보자. 월세에서 19만원, 보험에서 13만원, 병원비에서 32만원, 통신비에서 2만원을 아꼈다. 매달 남던 14만원까지 포함하면 저축과 투자가 전혀 없던 김씨에게 80만원의 여유가 생긴 셈이다. 이것으로 저축과 투자를 시작하기로 했다.

향후 임대아파트 입주를 위해 주택청약저축(2만원)부터 가입했다. 그다음엔 미래를 위한 연금보험에 가입, 월 20만원씩 납입하기로 했다. 이제 80만원 중 58만원이 남았다. 이 돈은 각각 채권형 펀드(10만원), 저축은행(20만원), CMA(28만원)에 재배치했다.

설계를 마친 김씨는 이제 400만원의 종잣돈과 여러 가지 저축과 투자 상품을 갖게 됐다. 없던 돈이 생긴 게 아니라 새는 돈을 줄인 결과다. 그 덕에 저축과 투자 여력도 생겼다. 이렇게 지출을 통제하고 저축과 투자에 관심을 갖게 되면 여유자금 생기는 건 시간 문제다. 
박세림 한국경제교육원 선임연구원 http://www.koreaifa.co.kr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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