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의 불편한 현실

▲ 사라지지 않는 불공정거래 관행으로 ‘을’은 여전히 힘이 없다.[사진=뉴시스]
“정부 대책에 적극 협조할 것이며, 스스로 마련한 자율 개선 방안을 성실히 이행하겠다.” “이번 대책이 공정거래ㆍ상생 관계를 한층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겠다.” 지난해 6월 공정거래위원회가 개최한 간담회에서 백화점 대표들이 밝힌 내용이다. 이 약속들 잘 지켜지고 있을까.

“하도급ㆍ유통ㆍ가맹분야의 거래 실태가 상당히 개선됐다.” 지난 1월 공정거래위원회는 2015년과 비교해 주요 불공정 행위가 감소했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1만1347개 중소사업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2016년 거래 실태’ 조사 결과가 그 근거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하도급법 위반 행위를 경험했다고 응답한 업체는 2015년 820개에서 2016년 665개로 줄었다. 대형유통업체의 유통업법 위반 행위를 경험했다고 응답한 업체는 122개에서 79개로 감소했다. 가맹분야 거래 관행은 실태점수가 68.9점에서 71.2점으로 상승했다.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대규모유통업법)’이 시행되고 가맹사업법ㆍ하도급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등 과거에 비해 불공정거래가 개선된 건 맞다. 하지만 불공정한 거래행위는 현장에서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판촉 비용을 납품업체에 전가하거나(유통), 식자재 구매를 강제하는(가맹) 구태도 반복되고 있다. 대형유통업체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는 중소제조업체 대표들의 하소연을 들어보자. “유통벤더가 납품단가는 내리고 수수료는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불합리하다고 생각해 대형유통업체에 직접 납품하겠다고 답했지만 (대형유통업체는) 기존대로 유통벤더를 이용하라고 했다.”  “각종 판촉행사 참여를 강요받고 있다. 거절하면 불이익이 생길 거 같아 참여하고 있지만 이로 인해 수익이 뚝 떨어졌다.”

여기까진 빙산의 일각이다. 정부의 감시 기능까지 무력화하는 갑甲도 많다. 지난해 6월 공정위가 백화점 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서 40% 이상의 높은 판매수수료를 업체별 사정에 맞게 자율인하하도록 맡겼지만 꼼수만 판친 건 대표적 사례다. “말이 좋아 ‘자율’이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쪽에선 제도를 피해 매출이 적은 업체의 수수료를 낮게 책정하는 방법으로 평균수수료율을 관리하기도 한다. 정부의 감시기능까지도 무력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뿐만이 아니다. 유통업체가 아닌 원사업자에 납품하는 중소제조업체들도 불공정한 현실에 놓여있긴 마찬가지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12월 중소제조업체 475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제조원가가 오른 업체는 52%였지만 납품단가가 올랐다고 응답한 업체는 12.8%에 불과했다. 김경만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납품단가 관련 불공정행위는 중소하도급업체에 가장 큰 애로요인”이라고 꼬집었다. 한걸음 나아갔을진 몰라도,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얘기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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