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아의 마지막 승부수 ‘배트맨’

▲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간접광고를 했지만 배트맨의 영상에 가려 노키아의 스마트폰은 보이지도 않는다.<사진:김선용 기자>

 노키아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 간접광고(PPL)를 하고 있다. 노키아의 재기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초반 스코어는 좋지 않다.

영화 속에서 배트맨 브루스 웨인을 비롯한 주요 인물들은 노키아의 스마트폰을 들고 등장한다. 주인공 웨인은 노키아 마니아로 그려진다. 노키아 스마트폰으로 악당을 탐지해 물리치기도 한다.

 
노키아는 요란하게 ‘배트맨’ 마케팅에 돌입했다. 제품 협찬을 비롯해 워너브라더스와 영화 홍보도 공동으로 진행했다. 개봉을 한 달 앞두고 노키아는 독점으로 예고편 시리즈를 공개했다.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하며 전 세계 팬들 사이에 급속도로 퍼졌다. 노키아 홍보 담당자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을지도 모르겠다.

노키아는 다크 나이트 에디션으로 특별 제작된 ‘루미아 900’을 선보이기도 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윈도7.8 운영체제(OS), 4.3인치 800×480 해상도 디스플레이, 800만 화소 카메라, 1.4㎓ 싱글코어 프로세서의 스펙을 갖췄다. 제품 후면에 배트맨의 문양이 레이저로 새겨져있는 점이 특징이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 애플리케이션이 탑재돼 있고, 한정 수량으로 영국•독일•프랑스 등 40개 국가에서만 판매된다.

하지만 영화 속 배트맨의 무장이 너무 화려해 스마트폰이 보이지 않는다. 한 트위터리안(@kaist10)은 “영화에 노키아가 나왔었나? 두 번 봐도 모르겠음”이라는 후기를 남겼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관람객들이 비슷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업계 홍보전문가들은 ‘최악의 마케팅’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우려를 내비쳤다.

 
또 영화에 등장하는 스마트폰의 판매가가 낮아 억만장자인 주인공이 제품을 선택한 것에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배트맨의 스마트폰은 ‘루미아 900’ 모델을 기반으로 연출됐는데 미국서 반값 할인 중이다. 지난 4월 AT&T를 통해 100달러에 출시했으나 지금은 49.99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노키아 입장에서는 영화의 흥행이 절실하다. 경영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무디스는 23일(현지시각) 노키아의 신용등급을 기존 ‘Ba1’에서 ‘Ba3’로 두 계단 하향조정했다. 전망은 ‘부정적’을 제시, 추가로 등급 강등 가능성이 있음을 밝혔다.

전통적 텃밭이었던 미국인도 노키아에 등을 돌렸다. 7월 23일 시장조사업체인 체인지웨이브는 미국 소비자 4042명을 대상으로 향후 구입을 희망하는 스마트폰 브랜드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고작 2%의 조사자가 노키아를 사겠다고 답했다.

7월 19일 발표된 올 2분기(4~6월) 성적표도 최악이다. 순손실이 14억1000만 유로로 전년 동기 4배 정도 늘어났다. 스마트폰 판매량은 1020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39% 줄었다. 노키아는 내년 말까지 직원 1만명을 감원하고 자산을 처분하는 등 구조조정을 시행해 16억 유로의 비용을 절감할 계획이다.

배트맨이 위기에 빠진 노키아의 구원 투수로 활약할 것인지, 또 하나의 썩은 동아줄일지는 지켜봐야 할 노릇이다.

정다운 기자 justonegoal@thescoop.co.kr|@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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