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금결제 관행 개선됐나

▲ 동반성장 활성화의 영향으로 대금결제 관행이 개선됐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사진=뉴시스]

결제지연, 금융비용 발생, 연쇄도산 위험 등 어음제도의 문제점은 한두개가 아니다. 대기업의 ‘갑질’로 악용되는 사례도 많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잘못된 결제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하지만 쉽지 않은 과제다. 대ㆍ중소기업 결제 관행이 ‘어음’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동반성장을 얘기할 때마다 지적되는 것이 대금 결제다. 불공정 대금 결제 관행이 동반성장을 방해하는 주요 걸림돌이라는 거다. 이 때문에 역대 정부는 기업 간 납품 대금 지급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숱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렇다면 대금결제 관행은 긍정적으로 변했을까.

대기업들은 “그렇다”고 말한다. 지난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30대 그룹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금결제 비율은 동반성장 추진대책 발표 전인 2010년 64.3%에서 81.7%로 17.4%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대금 지급 일수도 17.8일에서 12.1일로 5일 이상 당겨졌다. 대금결제 관행이 크게 개선됐다는 뜻이다. 지난해 IBK경제연구소가 발표한 ‘2016년 중소기업 금융실태조사’ 결과에서도 현금결제 비중은 84%로 크게 늘어난 반면 어음결제 비중은 3.7%로 뚝 떨어졌다.

하지만 이런 지표는 중소기업이 체감하는 현실과는 큰 차이를 보였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중소기업 500곳에 대금결제 방식을 물어본 결과, 1년간 받은 판매대금 중 현금결제와 현금성결제의 비중은 각각 56.0%, 9.8%에 불과했다. 대금결제의 34.2 %는 어음으로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어음결제가 중소기업의 자금난으로 이어진다는 데 있다.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중소기업이 받은 어음의 결제기일은 ‘최장 107.9일’에 달했다. 절반이 넘는 중소기업(55.2%)은 ‘가장 길었던 어음결제일로 90일 이상 180일 미만’이라고 답했다.

더 큰 문제는 중소기업의 돈맥이 막히면 또다른 중소기업의 자금난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자금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2~3차 하청기업에 어음으로 결제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의 73 %(즉시폐지 18.6%ㆍ단계적 폐지 54.4%)가 어음제도 폐지에 찬성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어음 결제를 대체할 수단이 없는 것도 아니다. 2015년 산업통상자원부와 대중소기업협력재단이 도입한 ‘상생결제시스템’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제도는 대기업 명의의 외상매출채권을 현금화하는 제도다. 대기업의 신용도를 적용 받아 수수료가 낮다. 대기업이 부도가 날 경우 상환의무를 중소기업에 전가하는 상환청구권이 없어 연쇄부도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문제는 보급률이다. 도입한 지 2년이 지났지만 이를 사용하는 대기업의 수는 281곳(올 1월 기준)이다. 2015년 기준 국내 대기업의 수가 4600곳이라는 걸 생각하면 도입률은 6.1%에 불과하다. 대기업이 달라졌다고 하기에는 너무 낮은 수치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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