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1순위 공약의 중요성

19대 대선을 딱 보름 남겨두고 있다. 누굴 선택할지 결정했는가. 아직도 잘 모르겠는가. 여전히 시간도 없고, 관심도 없는가. 그렇다면 대선후보들의 1순위 공약만 보자. 그러면 그 후보자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가 명확히 드러날 거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는 법이다.

▲ 1순위 공약만 봐도 대선후보자가 무엇을 하려는지 알 수 있다.[사진=뉴시스]
“중산층 70%를 재건하겠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2년 대선후보 시절 낸 공약집 첫 페이지를 장식했던 문구다. 박 전 대통령은 이를 위해 가계부채를 잡겠다고 했다. 약속은 지켜졌을까. 그렇지 않다. 당시 1019조원이던 가계부채가 2016년 1344조원으로 되레 늘어났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달랐을까. 이 전 대통령은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내걸었다. 구체적으로는 경제성장률 7%, 국민소득 4만 달러, 7대 무역 강국을 이룩하겠다고 다짐했다. 지금도 국민 기억 속에 생생한 ‘747 공약’이다. 하지만 5년 임기 평균 경제성장률은 2.9%에 불과했고, 2011년 기준 국민소득은 2만2489달러로 1%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13년 UN무역개발회의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무역 수출액 기준으로 8위에 머물렀다. 약속을 못 지킨 셈이다.

‘통합과 원칙의 바른 정치’를 공약집 가장 첫 페이지에 실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어떨까. 국민참여경선제의 제도화, 당정의 분리,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도입, 선거공영제 확대 등은 지켰지만 상향식 공천 제도화, 정당민주화, 책임총리제 등은 지키지 못했다. 더구나 이런 핵심과제들을 통해 이루고자 했던 통합은 기대와는 완전히 어긋났다. 심지어 당내 기득권과의 화합조차 이끌어내지 못해 여당으로부터 탄핵당하는 대통령이 될 뻔했다.

사실 공약집 첫 페이지에는 가장 자신 있고, 가장 의욕 넘치며, 반드시 이뤄내려는 공약을 집어넣기 마련이다. 그래야 후보자가 어떤 대한민국을 그리고 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첫 페이지는 의미가 없다. 그럼에도 공약집에 실린 1순위 공약을 지킨 대통령은 아무도 없다. 슬픈 현실이다.

5월 9일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번에도 후보자들은 다양한 공약을 내놨다. 누가 어떤 공약을 냈는지도 잊어버릴 만큼 많고, 개중엔 비슷한 공약도 많다. 헷갈리는가. 그렇다면 첫 페이지라도 열어 보라. 그리고 그 후보자가 대통령이 돼 무엇을 하려 하는지, 그 공약이 내 삶에 도움이 될지, 그리고 실현가능한지 살펴보라. 그러면 누굴 선택해야 하는지 좀 더 분명해질 거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옛말은 그냥 나온 게 아닐 테니까.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1순위 공약은 ‘일자리 창출’이다. 현재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저성장, 저출산, 고령화, 청년실업, 경제적 불평등 등의 근본 원인이 좋은 일자리 부족에서 시작한다는 분석이 뒷받침됐을 거다.

일자리 창출의 주체는 정부와 공공기관이다. “정부와 공공부문이 최대의 고용주”라는 이유에서다. ‘공공부문 중심 일자리 81만개 창출’ 목표는 그렇게 도출됐다. 재원조달 방안으로는 연간 4조2000억원씩 5년간 21조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분석했다.

文 일자리, 安ㆍ洪 안보

하지만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한 문 후보의 ‘일자리 창출’ 공약은 나오자마자 각종 비판에 직면했다. 같은 당에서 경선을 치렀던 이재명 성남시장조차 “재원 마련이 가능하겠느냐”며 의문을 던졌다. “‘좋은 일자리’를 만들겠다면서 연봉 2000만원대 일자리가 과연 좋은 일자리인가”하는 의구심도 적지 않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1순위 공약은 ‘안보’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군사적 도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강한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홍 후보의 생각이다. 때문에 강력한 무기 증강을 공약이행 과제로 삼고 있다. 한반도 전술핵무기 재배치, 올해 상반기 내 주한미군 사드 배치 완료, 감시정찰장비와 타격전력 등을 최우선으로 보강하겠다는 얘기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다. 재원마련 방법으로는 사업별 우선순위를 달리해 국방예산을 늘리고, 낭비 예산을 줄여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북한을 제재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나 박근혜 전 대통령이 내세웠던 제재와 압박이 성과를 냈다기보다는 오히려 개성공단 폐쇄로 이어져 애꿎은 개성공단입주기업들만 피해를 봤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갤럽이 올해 1월 발표한 ‘남북관계 관련 대국민 설문조사’에 따르면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치가 남북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응답한 이들이 75.9%에 달했다. 응답자의 80.6%는 “제재보다 대화를 병행하거나 전면적인 대화로 대북전략을 바꿔야 한다”고 답했다. 홍 후보의 생각은 국민의 생각과 많이 다르다는 얘기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1순위 공약 역시 ‘안보’다. 홍 후보와 다른 점이 있다면 “자강안보를 추진해 북한보다 높은 군사력을 유지하고, 그 토대 위에서 국제사회 제재와 4자회담·6자회담 등을 재개해 한반도비핵화와 평화체제를 구축한다”는 거다. 압박과 대화를 병행하겠다는 거다. 그는 국방비를 연차적으로 GDP대비 3%까지 점진적으로 증액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안 후보가 속해 있는 국민의당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지지했던 호남 출신 의원들이 많다. 반면 안 후보의 1순위 공약은 김 전 대통령이 추구했던 햇볕정책을 전면적으로 뒤엎는 내용을 담고 있다. 때문에 향후 안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국민의당 내에서부터 분열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가 1순위로 꼽은 공약은 ‘아이 키우고 싶은 나라’다. 미래의 잠재성장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지금부터라도 출산율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취지로 읽힌다. 2016년 기준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1.17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68명에 훨씬 못 미친다. 그리고 잠재성장률은 출산율과 함께 줄곧 내리막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8년 잠재성장률은 2%에 불과하다.

유 후보는 육아휴직 기간 보장, 육아휴직 최장 3년 활용, 육아휴직 만18세 자녀까지로 확대, 육아휴직급여 기존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확대 등을 문제 해결의 열쇠로 제시했다. 재원은 재정지출 우선순위를 조정하거나, 고용보험기금(육아휴직급여)을 통해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劉 육아복지, 沈 정치개혁

상당수 기혼 직장인들의 귀에 박힐 만큼 매력적인 공약이다. 하지만 당연히 기업 반발이 예상되고, 기업문화가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의 육아휴직은 ‘그림의 떡’이 될 공산이 크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현실가능성이 있겠느냐는 자조가 나오는 이유다.

마지막으로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촛불혁명 완수하는 국민주권형 정치개혁’을 1순위 공약으로 내놨다. 이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계기로 또다시 국정농단 사태가 일어나는 것을 막고, 권력을 분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다시 짜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자, 누굴 선출해 어떤 대한민국을 만들고 싶은가. 일자리를 늘리고 싶은가. 아니면 전투기를 늘리고 싶은가. 그것도 아니면 이 나라를 통째로 개조하고 싶은가. 선택은 유권자의 몫이다.
김정덕ㆍ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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