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재테크 | 40대 가정의 재무설계

자녀를 둔 가정에는 숱하게 많은 생애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다. 자녀의 입학과 졸업, 결혼 등 돈 들어갈 곳이 한두군데가 아니다. 부부를 위한 은퇴 후 노후자금도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물가가 오르고, 소득은 크게 오르지 않는 현실에서 여유자금을 마련해놓기란 쉽지 않다. 미래를 준비한답시고 현재 상황만 더 안 좋아지는 결과를 만들 수도 있다. 가계부를 꼼꼼히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다.

▲ 대출받아 장만한 부동산을 끼고 있는 것보다 처분해 가계부의 마이너스를 줄이는 게 현명하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사업을 하다보면 제대로 된 저축 계획을 세우기 쉽지 않다. 소득이 불규칙하기 때문이다. 남편과 함께 자영업을 하는 김소영(45)씨도 마찬가지다. 단기자금이 필요하면 급하게 모아서 쓰곤 했다. 하지만 부부도 어느덧 40대 중후반. 저축은 물론 연금 하나 준비하지 못한 탓에 하루하루가 급해진다.

고등학생과 중학생 자녀를 포함해 4인 가족인 김씨의 가계부를 먼저 살펴보자. 부부의 월 소득은 평균 400만원이다. 문제는 소득에 맞먹는 마이너스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거다. 왜일까. 원인을 알아보기 위해 소비 현황을 점검해봤다. 비소비성 지출부터 보자. 김씨 가족은 모두 청약저축에 가입해 각각 2만원씩 총 8만원을 월 납입하고 있다. 7년 전에 가입한 저축보험은 11만원, 은행적금은 30만원씩 붓고 있다.

김씨 가계부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 교육비와 식비다. 아이들이 한창 공부할 고등학생과 중학생인 관계로 월 교육비만 200만원이 든다. 식비도 100만원쯤 든다. 가족 용돈은 50만원, 병원비와 문화생활비로도 월 평균 65만원가량 소비한다. 유류비를 포함한 교통비 25만원, 통신비 12만원, 관리비와 공과금으로 나가는 돈도 20만원이다. 건강보험료 36만원까지 더하면 557만원. 이미 월 소득을 훌쩍 뛰어넘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자동차세ㆍ자동차보험ㆍ경조사비ㆍ휴가비 등 비정기지출을 월평균으로 따지면 80만원에 이른다. 게다가 투자용으로 아파트를 장만하느라 1억5000만원을 대출 받아 월 74만원씩 원리금을 상환하고 있다. 버는 돈은 400만원인데 쓰는 돈은 711만원이다 보니 300만원이 넘는 마이너스가 생기는 거다.

상황이 안 좋은 가계부를 손보기 전에 김씨 가정의 목표부터 물어봤다. 명확한 목표가 있으면 재설계를 하기가 한결 수월해져서다. 김씨의 목표는 크게 3가지다. 김씨 부부는 65세부터 월 250만원의 여유자금이 있었으면 좋겠다. 두 자녀가 결혼할 땐 못해도 1억원씩은 지원해주고 싶다. 5년 후엔 가족여행으로 해외도 다녀오고 싶은 마음이다. 하지만 지금의 재무상황으론 어림도 없는 목표다.

노후자금을 예로 들어보자. 48세인 남편 기준, 65세까지 17년이 남았다. 100세까지 산다고 가정했을 때, 35년 동안 월 250만원을 연금처럼 쓰려면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13억원이 필요하다. 이것을 17년간 모으려면 현재 1.3%대인 은행금리로 매월 1020만원씩 저축해야 한다.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으로 40%를 충당한다고 해도 612만원을 모아야 가능한 돈이다. 지금의 소득 규모로는 불가능하고 타고난 금수저가 아니라면 쉽지 않은 목표다. 부부의 재무형편에 맞는 목표를 세우기로 한 이유다.

먼저 자녀결혼자금이다. 부부에겐 투자목적으로 장만한 2억8000만원 상당의 아파트가 한 채 있다. 나중에 집값이 오르면 처분해 자녀의 결혼자금으로 사용하거나 증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2억8000만원 중 1억5000만원이 대출인데다 현재의 마이너스 가계부를 해결하는 게 급선무라고 판단해 아파트를 처분했다.

부동산 처분으로 1억3000만원의 현금자산을 마련했다. 월 74만원씩 빠져나가는 원리금도 정리했다. 현금자산 중 8000만원은 교육비 통장을 만들어 넣었다. 김씨 가계부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교육비 부담을 줄이는데 사용하기 위해서다. 한창 교육비가 많이 나가는 시점이라 결혼자금마련 보다 교육비를 해결해 나가는 게 먼저다. 교육비 통장에서 매달 150만원씩 빠져나가게 만들어 월 소득에서 교육비 부담을 50만원까지 줄였다.

부동산 처분해 현금자산 마련

남은 4000만원은 저축과 투자에 활용하기로 했다. 적립식 투자를 활용, 매월 70만원씩 빠져나가게 했다. 연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목표에는 한참 못 미치는 규모지만 노후자금에 대한 고민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다. 1000만원은 비정기지출 목돈 통장을 만들어 월 평균 80만원씩 새고 있는 지출을 막기로 했다.

정리해보자. 김씨는 부동산을 처분해 월 고정지출 중 교육비를 20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줄이고 74만원의 대출상환금, 월평균 80만원의 비정기지출 부담을 없앴다. 본인 명의의 청약(2만원)도 해지했다. 주거용과 투자용 모두 김씨 명의로 돼 있었기 때문에 확률이 적어서다. 한달에 100만원씩 들던 식비도 90만원까지 줄여보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711만원이던 지출은 316만원을 아껴 395만원으로 줄어든다. 마이너스 311만원이던 가계부는 5만원의 여유자금이 남는 가계부로 탈바꿈했다. 김씨의 3가지 목표를 위한 준비는 완벽하게 하지 못했지만 더 늦기 전에 문제점을 바로 잡았으니 이제 시작만 하면 된다. 
천눈이 한국경제교육원㈜ 수석연구원 crimsonnunn@naver.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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