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이태경 토지정의연대 사무총장

국유지는 나라 맘대로 팔아도 될까. 혈세가 들어간 철길 옆 국유지를 판 수익은 나라의 몫인가. 세금을 낸 국민의 몫은 없을까. 원초적인 질문이지만 우리는 지금껏 답을 찾으려 하지 않았다. 국유지는 나라땅이라는 인식 탓이다. 이태경 토지정의연대 사무총장은 “우리는 국유지를 기업에 매각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 정부가 소유한 땅이 민간 기업에 넘어가면 이윤 추구를 위한 개발 사업이 진행된다.[사진=아이클릭아트]
✚ 국유지 개발을 두고 갈등이 많다. 뭐가 문제인가.
“일단 땅을 바라보는 시선이 문제다. 우리는 땅을 소유의 개념으로만 본다. 법적 소유권에 따라 사유지나 공유지로 나눈다. 국유지 개발을 두고도 ‘나라 땅 가지고 국가가 마음대로 하겠다는 데 무슨 상관인가’라고 되묻는다. 하지만 정말로 국가가 땅을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주체일까. 진지하게 고민할 때다.”

✚ 어떻게 고민해야 할까.
“힌트가 있다. 영국 철학자 존 로크의 ‘단서론’이다. 로크는 개인의 사유재산을 인정해야 한다고 적극 주장했다. 하지만 땅을 두고는 단서를 달았다. ‘다른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토지가 충분히 남아 있는 경우 토지를 소유할 수 있다’는 거다. 바꿔 말하면 땅을 모든 사람이 누릴 수 있는 ‘공유물’로 봤다는 얘기다. 실제로 땅은 사람이 만든 게 아니다. 토지의 가치도 개인이 노력해서 생긴 게 아니다. 사회가 함께 만들어 냈다. 더구나 국유지는 국가가 소유한 땅이다. 공공성 확보가 최우선이다.”

✚ 우리는 국유지를 ‘함께 쓰는 것’으로 인식하지 못할 때가 많은데.
“우리나라에서는 이게 쉽지 않다. 땅이 곧 권력이고 돈이라서다. 쓸모를 잃은 국ㆍ공유지 대부분을 개발 논리에 따라 민간 기업에 빌려주거나 판 이유다.”

✚ 세금을 안쓰고 개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기업의 참여도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
“국유지를 민간에 아예 팔아넘기지 말라는 게 아니다. 분명 민간의 협력이 필요할 때가 있다. 다만 제대로 넘겨야 한다. 무엇보다 토지 가치를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 국유지 매각가와 임대료를 결정하는 게 공시지가인데, 공시지가가 시장 가격을 반영한다고 믿는 사람이 몇인가. 시장 가격보다 훨씬 저렴한데다 입지도 좋으니 기업들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 수밖에 없다.”

✚ 가격만 적당하면 괜찮나.
“국유지에 공공성이 있는 만큼, 시민들을 설득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시민들을 위한 공간이 아닌 민간 기업이 건물을 올려야 하는 이유를 충분히 납득시켜야 한다. 이게 없으면 결과는 뻔하다.”

✚ 어떤 결과인가.
“난개발이다. 도시개발 계획은 그렇게 간단히 세울 수 있는 게 아니다.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그런데 기업들이 눈앞의 이익만 좇으면 이런 그림을 그릴 수 없다. 이들이 공공성을 확보하겠다며 꺼내는 카드는 한결같다. 기껏해야 주차장과 관광호텔이다.”

✚ 대안이 있을까.
“일단 공공토지임대제도 도입을 고민해야 한다. 토지 소유권을 공공이 갖고 민간에 적정한 가격으로 토지만 빌려주는 거다. 장기적으로는 국공유지 비율을 높여가면서 임대료 규모를 높이고, 이를 사회 구성원에게 나눈다. 민간기업에만 쏠리는 이익을 모두에게 나눌 수 있게 말이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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