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스토어의 세계

상가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경기침체, 미국발發 금리인상 리스크에 공급과잉 이슈까지 겹친 탓이다. 그렇다고 마냥 침체에만 빠져있을 수는 없다. 새로운 활력이 될 수 있는 상가를 들이면 된다. 대형서점, 마이스(MICE) 등 앵커스토어들이다.

▲ 키즈 테마파크는 가족단위 가구를 끌어모을 수 있는 앵커스토어다.[사진=뉴시스]

앵커(anchor)는 배의 닻을 말한다. 정박한 선박이 움직이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서도 비슷한 의미로 쓰인다. ‘앵커스토어’란 대형 쇼핑센터에 손님을 끌어들이는 유명 상점을 가리킨다. 어떤 상권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점포나 대형 상가의 중심이 되는 핵심 점포다.

상권에서 앵커스토어가 차지하는 역할은 상당히 크다. 합정동 메세나폴리스의 예를 들어보자. 이 상가는 착공 당시만 해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것이란 기대를 받았다. 지하철 2ㆍ6호선의 환승역인 합정역과 연결됐다는 점 때문이었다.

그런데 준공시점이 다가오자 장밋빛 전망이 깨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빌딩 매매시장에 삭풍이 몰아치면서 상가분양률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다수의 공실이 발생하면서 메세나폴리스는 초기 상권 활성화에 실패했다.

그러던 2013년 3월 대형마트 홈플러스가 입점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대형마트가 입점하자 외부고객 방문이 증가하고 오피스텔 입주가 늘었다. 고정 배후수요가 탄탄해진 메세나폴리스는 현재 합정동의 랜드마크로 꼽히고 있다. 대형마트는 수익형 부동산 시장의 대표적인 앵커스토어다.

 

메세나폴리스 맞은편에 위치한 ‘딜라이트스퀘어’도 앵커스토어의 수혜를 입었다. 딜라이트 스퀘어는 지난해 대표적인 악성 미분양 상가로 꼽혔다. 2015년 10월 분양을 시작했지만 규모가 축구장 7개 크기(4만5620㎡ㆍ1만3824평)에 달하는 데다 선호도가 떨어지는 지하 공간(지하 1~2층)이 많아 1층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미분양 상태였다.

하지만 최근 반전이 벌어졌다. 교보문고 합정점이 입점을 확정하면서다. 이 서점의 규모는 실제 사용할 수 있는 면적이 9900㎡(약 3000평)에 달해 서울 광화문 본점(5619㎡ㆍ1793평)보다 더 크다. 대형서점 입점 소식이 알려지자 딜라이트스퀘어에는 총 253개 점포 중 절반가량인 124개의 점포가 새로 입점하기로 했다.

성공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경기 수원 광교신도시에 들어선 주상복합 ‘광교 푸르지오 월드마크’의 단지 내 상가 ‘광교 월드스퀘어’는 교보문고 효과를 톡톡히 봤다. 교보문고 광교센터가 지하 1층에 들어서자 비어 있던 상가의 10~15%가량이 채워졌다. 경기 고양 일산신도시에선 고양종합터미널이 라페스타, 웨스턴돔, 원마운트 등 기존 상권을 제치고 대표 상권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교보문고 일산점이 롯데아울렛 고양터미널점 지하에 입점하면서다. 10~20대 젊은 층부터 가족 단위 수요까지 빠르게 흡수했다.

앵커스토어의 남다른 위력

대형서점이 앵커스토어로 부상하게 된 이유는 서점이 단순히 책 파는 곳을 넘어 여가 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어서다. 대형서점에서는 맘껏 책을 골라보고, 질 높은 서비스와 다양한 문화적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소비의 대상이 제품이 아니라 공간으로 바뀌면서 쇼핑에서 소외됐던 1인 가구, 남성, 어린이 수요층까지 끌어들이고 있다.

앵커스토어 역할을 하는 업종은 대형서점만 있는 게 아니다. 새로운 업종도 앵커스토어로 꼽히고 있다. 최근 부상하는 앵커스토어는 키즈 테마마크다. 키즈 테마파크가 들어서는 상가에는 소비력이 높은 젊은층과 어린 자녀들이 동시에 몰린다. 그만큼 유동 인구가 늘어나 상가 경쟁력을 높이고 주변 상권도 활성화될 공산이 커진다.

 

특히 30~40대가 많이 거주하는 신도시나 택지지구 등 중심으로 활기를 띠고 있다. 입점 상가로 의류ㆍ레스토랑 브랜드 등을 우선순위로 꼽던 시장이 최근에는 키즈카페, 키즈테마파크 등의 입점 유무를 따지고 있는 것이다. 세종시 정부청사 인근에 들어서는 유러피안스트리트몰 ‘에비뉴힐’의 경우 아이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뽀로로파크’가 입점한다는 소식에 100% 분양이 완료됐다. 천안 불당신도시에 공급되는 ‘마블러스타워’에도 키즈테마파크인 네버랜드가 입점을 확정했다. 이 소식에 나머지 상가들도 빠르게 계약이 완료됐다.

새로운 앵커스토어, 마이스

마이스(MICE) 산업도 새로운 앵커스토어로 떠오르고 있다. 마이스 산업은 기업 회의(Meeting), 포상관광(Incentive trip), 컨벤션(Convention), 전시박람회와 이벤트(Exhibition&Event) 등이 융합된 공간이다. 부가경제 효과가 큰 탓에 상권 활성화에 큰 기여를 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관광공사 조사에 따르면, 마이스 참가자들의 1인당 평균 소비액은 일반 관광객의 3.1배, 체류 기간은 1.4배에 달한다.

마이스 산업 자체에서 발생하는 부가가치가 큰데다 행사를 주최하는 단체ㆍ기획사ㆍ개최지ㆍ숙박업체ㆍ음식점 등 다양한 산업과 전후방으로 연계되며 발생하는 효과도 만만치 않아서다.
장경철 부동산일번가 이사 2002cta@naver.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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