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시장 찬바람, 서민 가계 고통으로 직결

▲ 경기 회복세가 고용 확대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그 결과, 민간소비는 여전히 부진하다. 경제정책의 협업이 필요할 때다.[사진=뉴시스]

올 1분기 경제성적표가 예상보다 좋게 나왔다. 전 분기 대비 경제성장률이 0.9%로, 예상(0.7~0.8%)을 웃돌았다. 수출이 증가세를 이어간 데다 건설과 설비투자가 늘어난 덕분이다.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이어 민간 경제연구소들도 올해 연간 성장률을 상향 조정하고 나섰다.

4월 위기설을 잠재운 깜짝 성장의 견인차는 반도체 초호황이다. 슈퍼 사이클(장기 호황)을 맞은 반도체발發 훈풍이 수출 관련 제조업의 생산 및 설비투자에 온기를 불어넣었다. 반도체 제조 장비 등 기계류 투자가 증가했다. 기계ㆍ금속제품ㆍ석유화학 등 한국 주력제품의 수출도 늘었다.

문제는 고용이다. 여러 분야에서 봄바람이 불지만, 유독 고용시장은 한겨울 냉기가 감돈다. 1분기 실업률은 4.3%, 청년실업률도 10.8%로 계속 고공 행진이다. 특히 대졸 실업자수는 사상 처음으로 50만명을 넘어섰다. 제조업 일자리는 9개월 연속 감소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조사한 기업들의 올해 신규인력 채용 규모는 지난해보다 6.6% 감소할 것으로 집계됐다.

고용시장 찬바람은 물가 오름세와 함께 서민 가계의 고통으로 직결된다. 1분기 실업률과 소비자물가 상승률(2.1%)을 더한 경제고통지수가 6.4로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출이 잘 되고 투자도 살아난다지만, 수출 대기업과 일부 특정 업종에 국한된 일이지 여타 업종의 중소기업이나 가계에까진 온기가 미치지 않아서다. 이른바 낙수효과가 거의 없음이다. 경기 회복세를 주도하는 반도체ㆍ석유화학 부문은 투자를 늘려도 대부분 자동화 설비라서 일자리 창출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경기 회복세가 민간소비로 연결되기까지 시차도 있지만, 고용 확대로 이어지지 않으니 민간소비는 여전히 부진하다. 1분기 민간소비가 0.4% 늘었다지만, 이는 대부분 해외여행객의 나라밖 소비가 늘어난 결과다. 국내 소비, 특히 비내구재(음식료ㆍ화장품ㆍ의약품 등)와 서비스 소비는 전 분기보다 되레 감소했다. 그 결과, 서비스업 성장률은 고작 0.1%에 그쳤다. 2009년 1분기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사드 보복에 따른 중국인 관광객 감소와 소비심리 위축이 영향을 미쳤다.

경기 회복세를 지속시키려면 고용 확대로 뒷받침해야 한다. 고용이 늘어야 소비가 살아나고 내수시장이 활기를 띤다. 그래야 국민이 느끼는 경제고통이 줄어들고 민생도 안정된다. 5ㆍ9 대선 결과 선출될 새 대통령과 정부는 일자리 확충에 승부수를 걸어야 할 것이다.

수출 대기업들이 거두는 이익을 사내유보금으로 쌓아두지 말고 미래 성장산업에 투자해 일자리를 늘리도록 규제를 혁파하자. 기업의 고용창출 실적에 따라 법인세 등에서 인센티브를 차등화하는 성장과 고용창출 연계 세제 개편을 꾀하자. 해외에서 국내로 돌아오는 U턴 기업에 대한 지원도 확 늘리자.

운이 좋은가. 새 대통령과 정부는 경제에 훈풍이 부는 시점에 출범한다. 그렇다고 안심할 상황은 못 된다. 곳곳에 복병과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 사드 기습 배치로 중국의 보복 조치가 강해지면서 갈등이 더 커질 수 있다. 트럼프 미국 정부는 사드 배치 비용을 요구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끔찍한 협정’이라며 ‘종료’까지 운운하는 등 미국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노골화하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 등 지정학적 리스크도 여전하다.

정치에서의 협치協治 못지않게 경제정책의 협업協業도 요구된다. 새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경쟁한 후보들의 공약 가운데 괜찮은 것들을 받아들여 시행하는 포용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모처럼 불어오는 경제 봄바람과 5월 장미 향기를 청년들도 느끼도록 경기 회복세를 살려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도 활성화하길 기대한다.
양재찬 더스쿠프 대기자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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