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의 Clean Car Talk

▲ 자동차 정비소는 소비자와의 ‘교류’가 이뤄지는 곳이다.[사진=뉴시스]
자동차 선진국에선 ‘정비업’을 중요한 분야로 본다. 자동차 애프터 마켓(After Market)의 중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 ‘카센터’로 불리는 전문 정비업체는 영세하고, 1ㆍ2종 정비업에는 ‘요금과다청구’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진지 오래다. 우리는 무엇을 바꿔야 할까.

자동차 애프터 마켓은 자동차가 소비자에게 전달된 다음에 발생하는 모든 시장을 일컫는다. 예컨대 자동차 용품, AS부품, 정비, 튜닝, 이륜차, 중고차, 보험, 리스, 렌트, 리사이클링 등이다. 이 마켓은 자동차 제작과정을 의미하는 비포 마켓(Before Market)만큼이나 중요하다. 소비자와 접점을 이루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자동차 메이커들이 애프터 마켓에 신경을 기울이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다.

애프터 마켓의 핵심 분야는 정비다. 이는 소비자의 니즈를 반영하고, 충성 고객을 유지하는 필수 요소다. 문제는 정비 분야가 사양화 길로 접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원인은 여러 가지다. 우선 자동차의 내구성이 좋아져 정비의 중요성이 이전보다 약해졌다. 길어진 무상보증기간도 정비의 사양화를 부추기는 변인이다. 보험 관련 대기업이 정비 영역에 은근슬쩍 발을 들여놓은 것도 부정적 변수다. 영세기업이나 개인들이 운영하는 일선 정비업의 먹거리가 줄어든 건 이런 이유에서다.

국내에서 ‘카센터’라고 불리는 전문 정비업은 4만500개 정도다. 일명 ‘자동차 공장’인 1ㆍ2종 정비업은 약 4500개다. 그렇다면 이들 정비업체가 살길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정비요금을 현실화해야 한다. 고가의 진단장치를 사용하는 정비업체들이 ‘가격 더 받으려 그러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는 건 고통스러운 일이다. 현실화된 정비요금을 일정한 기준을 근거로 발표하면 ‘요금과다청구’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 것이다.

보험수가 문제도 재정립해야 한다. 1ㆍ2종 자동차 공장은 낮은 보험수가 탓에 어쩔 수 없이 제살 깎아먹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정비업체들은 전체 수입의 60~70%를 보험수가로 보전하고 있는데, 해마다 이 비율이 줄어들고 있다. 애프터마켓 업계는 보험업계가 책정한 자동차보험의 정비수가 기준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더불어 신기술의 인식도 제고해야 한다. 지금은 친환경차 시대다. 하이브리드차는 증가세가 뚜렷하다. 전기차는 내년에 국내시장에만 수만대가 공급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선 정비업체는 하이브리드카의 입고를 여전히 두려워하고 있다. 전기차는 아예 손을 대지 못하는 정비소도 숱하게 많다.

이럴 때일수록 자동차 메이커와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자동차 메이커는 새로운 친환경차가 출고되면 일선 정비사들에게 교육과 지도를 해야 한다. 정부 역시 관련법 강화를 통해 자동차 메이커의 임무와 책임을 다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정비단체에서도 관련 정보를 빠짐없이 입수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미국 등 선진국에선 정비 분야를 전문기술을 갖춘 업종으로 인정한다. 그래서 정비사들은 상당한 수준의 대우를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부심도 강하다. 우리나라의 현실은 정반대다. 정비사를 바라보는 눈이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당연히 처우 수준도 낮은 편에 속한다. 다시 말하지만 자동차 애프터 시장은 상당히 중요하다. 시장 규모가 비포 마켓보다 클지도 모른다. 우리가 정비업종을 허투루 봐선 안 되는 이유다. 경제는 낮은 부분에서 시작한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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