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걸의 有口有言] ‘아름다운 동거’에 필요한 법칙
[윤영걸의 有口有言] ‘아름다운 동거’에 필요한 법칙
  • 윤영걸 편집인
  • 호수 238
  • 승인 2017.05.02 14: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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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나쁜 자식 없다지만…

▲ 사랑할수록 적당한 거리를 둬야 한다는 말은 부모와 자식 사이에 적용되는 진리다.[사진=아이클릭아트]
EBS에서 방송 중인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거기에 나오는 반려견은 하나같이 사고뭉치들이다. 시도 때도 없이 짖고, 장판과 벽지 등 눈에 보이는 것은 다 물어뜯어 버리고, 자기 몸을 물어 뜯거나 아무데나 배설을 해댄다.

그런데 훈련사가 나타나서 문제 행동의 원인을 찾으면 의외로 쉽게 해결된다. 방송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문제의 원인이 반려견이 아니라 대부분 주인이라는 점이다. 가족의 사소한 행동의 변화가 말썽꾸러기를 정상으로 되돌리게 만든다.

장수시대를 맞아 부모와 자식 사이가 크게 변하고 있다. 피를 나눈 자식이 노후생활의 가장 큰 짐이라는 얘기마저 나돈다. 일본의 사회학자인 야마다 마사히로 교수는 성인이 돼도 독립하지 않고 부모와 동거하는 미혼자녀를 패러사이트 싱글(parasite singles)이라 명명했다. 빈둥거리며 부모의 연금을 쓰는 자식을 패러사이트(기생충)에 비유해 ‘연금 패러사이트’라고 부를 정도로 일본에서도 자식 문제가 심각하다.

어느 일본 책에는 사별하고 혼자 사는 부모에게 다가와 “모시고 함께 살고 싶다”는 자식의 말을 ‘악마의 속삭임’으로 생각하라는 주의사항이 소개돼 있다. 자식과 어설프게 살림을 합쳤다가 결국 재산 다 넘겨주고 버림받는다는 ‘싸늘한’ 경고다.

부모세대는 취업이 상대적으로 수월했고, 부동산ㆍ주식 급등의 덕을 톡톡히 누렸다. 그러나 자식세대는 취업부터 집 마련까지 모든 것이 녹록지 않다. 오죽했으면 연애ㆍ결혼ㆍ출산을 포기한 ‘3포 세대’라는 말까지 나왔을까. 오래 전 가난한 집에서 입 하나라도 덜기 위해 연로한 부모를 내다버리는 ‘고려장’ 풍습이 있었다지만, 이제는 ‘끊임없이 손을 벌리는 자식’과의 관계를 끊어야 하는 ‘역고려장 시대’를 앞두고 있는지 모른다.

이 땅의 부모들은 너무 쉽게 모든 것을 자식에게 퍼주고, 나중에 배신당했다며 후회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우리나라는 민간교육비 지출 1위이다. 유치원 때부터 사교육 열풍에 휩쓸리기 시작해 자식교육이라면 ‘기러기 아빠’ 생활도 마다하지 않는다. 분에 넘치게 호텔에서 자식결혼식을 올려주고 집까지 사주려고 안달이다. 결혼 이후에도 빚내서 자식사업 뒷돈 대주고, 부모가 사는 집을 담보로 보증까지 서주기도 한다.

세계 어느 나라를 봐도 이렇게까지 과잉친절을 베푸는 부모는 없다. 세계 최저의 출산율이 된 이유는 따지고 보면 세계 최고로 자식에 대한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어느 철학자는 “아브라함이 신을 위해 자신의 아들을 제물로 바치려 했다면 한국의 부모는 자식을 위해 신神을 제물로 바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나친 자식사랑이 이미 종교적 맹신에 가깝게 변했다.

재산보다는 가풍을 물려준다는 생각으로 바꿀 때가 됐다. 몇몇 재벌 2세, 3세들은 방탕한 생활로 폭행이 전공이고, 마약은 부전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런데도 부모는 어쩌지 못하고 기업승계를 해주려고 각종 편법을 쓰고 있다. 재벌그룹 형제갈등이 심각한 것은 따지고 보면 돈의 가치만을 앞세운 부모의 일그러진 자식교육 탓이다. 재벌가로부터 서민들 가정까지 상속 재산 분쟁이 끊이지 않는 것은 부모의 재산이 자기 것이라는 공짜 심리 때문이다.

부모와 자녀의 ‘아름다운 동거’가 계속되려면 나름대로 원칙이 필요하다. 먼저 부모는 ‘인생에는 공짜 점심이 없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가르쳐야 한다. 자식을 위한 지출은 자신의 노후자금 계좌에서 선인출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자녀가 독립심을 잃지 않도록 하는 책임은 순전히 부모에게 있다.    

유학은 사람이 지켜야 할 다섯가지 도리를 강조하는 오륜五倫을 강조한다. 여기에 부자유친父子有親ㆍ부부유별夫婦有別이라는 말이 나온다. 부모와 자식 사이는 천륜이므로 끊을 수 없는 본능적인 사랑이고, 부부 사이에는 분별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제 부자유친은 부자유별로, 부부유별은 부부유친으로 바꾸어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부모와 자식 사이는 좀 더 분별이 있어야 하고, 장수시대에 오래도록 함께 살아야 할 부부간은 좀 더 가까워져야 한다. 사랑할수록 적당한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말은 부모와 자식 사이에 적용되는 진리다.

“착한 아들을 원한다면 먼저 좋은 아빠가 되는 거고, 좋은 아빠를 원한다면 먼저 좋은 아들이 되어야겠지. 세상을 바꾸는 단 한가지 방법은 바로 자신을 바꾸는 거야.” -A.G. 로엠메르스의 「어린왕자-두번째 이야기」 중에서다. 
윤영걸 더스쿠프 편집인 yunyeong0909@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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