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옷 어디서 빌렸나요?”
“그 옷 어디서 빌렸나요?”
  • 김미란 기자
  • 호수 238
  • 승인 2017.05.08 0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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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시나리오 2028년 패션 트렌드

공간을 빌리고, 차를 빌린다. 옷이라고 빌리지 못할 이유가 없다. 소비의 개념은 그렇게 변하고 있다. 내 것이 아닌 공유의 개념으로 말이다. 안간힘 들여 소유해봤자, 절반은 빚이다. ‘합리적인 소비’가 점점 진화하는 이유다.

스르륵. 현관 옆 무인보관함으로 옷들이 배달됐다. 예정에 없던 일정이 갑자기 잡혀 어젯밤 급하게 주문했는데, 다행히 집을 나서기 2시간 전에 도착했다. ‘비즈니즈 미팅’이라는 키워드에 배달된 옷은 검은색 정장 한 벌과 핸드백, 하이힐이다. 재킷 안쪽 택에 붙은 센서에 손가락을 갖다 대니 띠리릭 렌털사이트로 도착 확인 메시지가 전송됐다.

갈아입은 옷과 이틀 전 친구들과의 파티에서 입었던 민트색 드레스는 다시 무인보관함에 넣었다. 보관함 버튼을 누르자 스스륵 옷들이 다시 밖으로 이동했다. 모바일에 출고 완료 알림 메시지가 떴다. 약속 시간까진 잠깐의 여유가 있어 다시 렌털사이트에 접속, 내일부터 일주일간 입을 옷도 주문해 놨다.

오늘은 새 프로젝트를 함께할 파트너를 소개받기로 했다. 프리랜서 게임시나리오 작가로 일하는 내게 게임제작업체와의 약속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몇년째 유망업종으로 꼽히고 있는 탓에 업계의 경쟁률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어서다. 일의 경중輕重을 따지는 편은 아니지만, 이번 프로젝트는 규모가 제법 커 평소보다 신경을 더 썼다.

파트너를 소개해주기로 한 담당 직원이 오늘따라 유난히 반가운 이유는 뭘까. 그가 입고 있는 네이비 원피스가 며칠 전 렌털사이트에서 봤던 옷 중 하나여서일까. “옷이 참 예쁘다”는 말에 그가 “입고 알림 메시지가 뜨자마자 예뻐서 얼른 렌털 신청했어요”라며 맞장구를 쳤다. 반가운 수다도 잠시, 약속시간이 되자 함께 일할 게임업체 직원이 들어왔다. 앗, 저 옷은 이틀 전 파티에서 친구가 입었던 슈트다.

2028년. 대한민국에서 옷은 더 이상 옷장 속에 보관하는 개념이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렌털숍에서 빌려 입는다. 사연이 아주 깊은 옷가지 몇 벌 정도만 간직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마저도 일부 에만 해당하는 얘기다. 일주일 단위로 옷을 빌리고, 반납하고, 다시 빌리는 일이 자연스럽다. 대학에 다닐 때만 해도 행사 때 입을 옷이나 명품백을 빌리는 친구들이 더러 있었지만, 이젠 평상복까지 빌려 입는 시대가 됐다. 직접 세탁할 필요도 없으니 주문하고, 입고, 벗어서 반납하면 끝이다.

가능한 일일까. 렌털산업이 생활가전에 이어 패션분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소유의 개념은 점점 사라질 거라는 전망 속 렌털사업은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특수복과 잡화에서 시작된 패션렌털이 일상복으로 확대될 거란 분석이 있는 반면, 몸에 직접적으로 닿는 일상복까지 렌털하는 건 아직까지 시기상조라는 반박이 있다. 자, 당신은 어떤가. 당신이 그리고 있는 2028년의 미래는 어느 쪽인가.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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