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랑방으로 거듭나고 있는 동네책방

▲ 새로운 형태의 동네서점이 늘고 있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독서인구가 줄고 있다. 가구당 월평균 도서구입비는 고작 ‘한권’ 값이다. 그런데 동네 골목골목 작은 ‘책방’들이 들어서고 있다. 책만 파는 게 아니라 공연을 하고, 전시를 하고, 토론회를 연다. 책방이 동네사랑방으로 거듭나고 있는 거다. 하지만 동네책방의 부활이 독서인구를 다시 늘릴지는 장담할 수 없다.

지금의 40~50대가 학생이던 시절. 독서는 여행ㆍ운동과 더불어 가장 많은 표를 받는 취미 중 하나였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독서의 위상이 특별히 할 일도 없고 가진 것도 없는 사람들의 취미쯤으로 하락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당 도서구입비는 월평균 1만5000원. 가구당 한달에 책을 1권 정도 산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서점이 부활하고 있다. 서점 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얘긴 아니다. 물량공세를 하는 대형서점, 편리함을 앞세운 온라인서점에 밀려 지속적으로 감소하던 동네책방의 감소세가 둔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에 따르면 1996년 5378개로 정점을 찍은 전국의 서점 수는 20년 사이 70% 이상 감소했다. 매년 감소세지만 소폭 증가하는 지역도 있다. 순수서점은 아니다. 문구류 판매나 카페 등을 겸하고 있는 새로운 형태의 일반서점이 증가세에 힘을 보태고 있다.

부활하는 동네서점은 주인이 직접 지역사회의 고객 유형에 맞는 책을 골라 추천하고, 독서토론회를 열거나, 저자와의 대화를 주선한다. 서점을 다양한 공연이나 전시를 위한 공간으로 제공하기도 하고, 배움의 장소로 활용하기도 한다.

LA의 한 중고서점은 책 전시방법 자체를 예술로 승화시켜 서점 내에 책을 사는 사람보다 책방을 구경하는 관광객이 더 많을 정도다. 일본에선 책방이라기보다 휴게실 개념으로 독서공간을 조성한 곳도 있다. 동네서점이 지역사회 문화사랑방의 개념으로 거듭나고 있는 셈이다.

동네서점의 부활은 지난 몇년 동안 ‘문화융성’이라는 국정기조 아래 서점 개원이나 서점 전문인을 양성하고 도서정가제를 시행한 덕분일 수도 있다. 하지만 서점의 부활을 독서와 교양, 배움을 향한 소비자의 요구가 커진 증거라고 볼 수 있을까.

경제가 발전하면 처음엔 내구재 소비를 위해 돈을 쓴다. 그다음에는 여행이나 캠핑, 공연처럼 서비스와 경험에 돈을 쓴다. 1인당 국민소득(GNP)가 3만 달러를 넘어가는 시점엔 독서인구가 다시 증가한다고 한다. 외부적인 포장보다 내면 성장의 욕구가 강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어떨까. 인터넷과 모바일 기술이 예전과는 비교도 안 되게 달라진 지금 우리나라 소비자들도 앞으로 자연스럽게 내면 성장과 지속적인 배움을 위해 독서를 원하게 될까. 글쎄, 이 질문엔 자신이 없다. 여가시간에도 책을 읽기보다는 PC나 스마트폰으로 게임 또는 쇼핑몰 검색을 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아서다. 독서와 함께 대표 취미생활을 경쟁(?)하던 ‘여행’ ‘운동’ 외에 소비자의 시간과 관심을 끄는 요소가 많아진 것도 독서인구 증가를 장담할 수 없는 이유다.

오늘날 소비자들에게 독서는 조용하게 앉아 종이책을 읽고, 스스로 지혜를 깨닫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 독서인구의 성장을 위해 그리고 지역사회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 대형서점이나 온라인서점이 아닌 동네책방은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어떤 책을 구비해놔야 하는가’ ‘어떻게 팔아야 하는가’ ‘어떻게 지역사회와 상호 소통해야 할까’를 말이다.
김경자 가톨릭대 소비자학과 교수 kimkj@catholic.ac.kr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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