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특허 vs 민간특허 등록유지 비율

▲ 국가특허는 등록유지 기간이 민간특허보다 약간 길었지만, 그것만으로 국가특허가 가치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사진=뉴시스]
‘좋은 제품’의 인기는 오래간다. 특허도 마찬가지다. 좋은 특허는 등록을 오래 유지한다. 사용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국가가 돈을 댄 특허와 민간 특허 중 등록유지 비율이 높은 건 어느 쪽일까. ‘시장과정부연구센터’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국가특허의 유지 비율이 높다. 하지만 따져봐야 할 것도 많다.

국가연구개발 사업(국가R&D 사업)의 성과를 분석하기 위해 ‘시장과정부연구센터(이하 연구센터)’가 가장 먼저 들여다본 건 정부 지원으로 출원된 국가특허가 과연 ‘가치 있는가’라는 거다. 이걸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방법은 간단하다. 특허등록 유지 기간을 보면 된다. 예를 들어보자. 특유의 디자인, 최고급 재질, 장인의 마감 등으로 인정받는 명품가방의 소장기간은 계절만 바뀌면 장롱 속에 처박히는 싸구려 가방과 다르다. 특허도 똑같다. 명품 특허는 등록유지 기간이 긴 반면, 보잘것없는 특허는 등록유지 기간이 짧을 수밖에 없다. 특히 특허는 매년 등록료를 내야 한다. 특허권 등록유지를 통해 얻는 미래의 이익이 비용(등록료)보다 커야 특허를 오래 유지할 유인이 생긴다. ‘특허의 등록갱신 연수’가 ‘특허의 질’을 분석하는 근거로 쓰이는 이유다.

연구센터는 국가특허와 민간특허(국가R&D 사업 지원을 받지 않고 출원된 특허)의 등록유지 기간을 비교, 국가특허의 가치를 분석했다. 2006~2012년 출원된 7년간의 특허 자료(통계청)를 로데이터로 삼았다. 이 기간에 출원된 전체 특허 27만694개(국가특허 3만7893개ㆍ민간특허 23만2758개)다.
분석 결과, 국가특허의 등록유지 비율이 전 연차에서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국가특허와 민간특허의 등록유지 비율은 3년차까지 100%를 유지한다. 그러다 4년차부터 뚝 떨어지는데, 국가특허와 민간특허의 등록유지 비율은 각각 53.18%, 48.51%였다. 국가특허 등록유지 비율이 4.67% 더 높았다. 5년차엔 1.69% 더 높았다.  그렇다고 국가R&D 사업이 가치 있는 특허 생산에 기여했다고 보긴 어렵다. 6년차와 7년차에는 국가특허보다 민간특허의 등록유지 비율이 각각 1.32%, 1.12% 더 높기 때문이다.

더구나 특허등록을 누가 유지했느냐에 따라 유지비율도 조금씩 달랐다. 먼저 국내 영리법인(기업)이 국가특허를 유지한 비율은 조사기관 7년에 걸쳐 민간특허 등록유지 비율보다 낮았다. 기업이 정부 지원을 받아 국가특허를 출원했을 경우 그 기간이 생각보다 짧았다는 거다.

반면 국가기관이나 연구기관은 달랐다. 국가기관의 경우, 4년차를 제외한 전 연차에 걸쳐 국가특허의 등록유지 비율이 높았다. 연구기관도 5년차와 7년차를 제외한 연차에서 같은 결과를 기록했다. 연구센터 측은 “일반적으로 국가특허 등록유지 기간이 길면 그 통계를 토대로 ‘가치 있는 국가특허가 민간특허보다 많고, 그래서 오래 등록을 유지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특허 출원 주체별로 등록유지 비율이 다른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국가특허의 등록유지 비율이 긴 것이 꼭 ‘가치’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고 꼬집었다. 국가특허가 오래 유지된 데는 다른 요인이 작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연구센터는 “국가기관이나 연구기관의 경우 국가특허 등록유지가 기관평가 항목에 포함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경우 기관은 국가특허의 가치와 무관하게 등록을 유지할 유인책이 된다”면서 “별도의 심층분석이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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