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로또 론칭 논란

내년 말부터 인생역전의 희망을 구입할 수 있는 방법이 편해진다. 인터넷으로 로또를 살 수 있게 되면서다. 서민들은 이제 굳이 현금을 따로 뽑아 판매점을 들러 로또를 구입할 필요가 없어졌다. 환호할 일인 것 같은데, 비판이 거세다. 전문가들은 로또의 인터넷 판매에는 무서운 함정이 숨어있다고 경고한다. 로또의 공익성이 후퇴하고 있는데, 온라인 로또를 론칭하는 이유가 뭐냐는 거다.

▲ 정부는 내년 12월부터 인터넷 로또 판매를 허용할 방침이다. 로또 판매를 장려해 사행심을 조장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사진=뉴시스]

814만5060분의 1. 로또의 1등 당첨 확률을 산술적으로 계산한 수치다. 매회 당첨자가 나오긴 하지만 그게 ‘나’일 확률은 거의 없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먹고사는 게 팍팍한 서민들에게 로또는 의미가 크다. 이들이 지갑 속에 넣어둔 로또는 한주를 버티는 힘이다. 당첨만 되면 얻을 수 있는 일확천금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즐거워서다. 로또 판매량이 해마다 증가하는 것도 어쩌면 그 때문이다.

지난해 복권판매액은 3조8855억원으로 2015년(3조5551억원)보다 9.3% 증가했다. 2003년 4조2342억원 이후 13년 만에 최대치다. 이중 로또는 3조5660억원어치가 팔려 2003년(3조8242억원)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2003년 당시 로또의 게임당 판매 가격이 2000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로또 판매액이 사실상 역대 최대다. 현재 로또의 게임당 판매 가격은 1000원이다.

이런 상승세가 꺾일 것 같지도 않다. 판매 고공행진을 위한 새로운 동력이 생겼기 때문이다. 정부가 내년 말부터 로또 구입을 인터넷으로도 구입할 수 있게 허용했다. 기획재정부는 4월 20일 107차 복권위원회를 열어 온라인 복권(로또) 인터넷 판매 도입 방향과 추진 일정을 결정했다. 로또 사업자가 바뀌는 내년 12월 2일부터 로또의 인터넷 판매가 가능하다. 정부는 지난해 3월 관련법 개정을 통해 로또를 인터넷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길을 텄다.

 

정부가 로또의 인터넷 판매를 허용한 이유는 ‘구매 편의성 제고’다. 그간 오프라인 판매점에서 현금으로만 결제할 수 있는 방식이 요즘 시대와 맞지 않다는 게 골자다. 인터넷 결제에선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

무분별한 판매를 막기 위해 안전장치도 마련했다. 시행 초기에는 인터넷 판매 비중을 전체 로또 판매량의 5%로 제한하기로 했다. 또한 1인당 인터넷 구매한도를 설정하고, 실명 및 성인 인증을 거치도록 해 미성년자 등이 구매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더불어 판매시간대를 제한하고 개인별 구매이력을 관리해 과도한 몰입을 방지하겠다는 대책도 세웠다.

그럼에도 시민사회의 비판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일단 정부가 마련한 안전장치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프라인 로또에 구매한도(10만원)가 있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서다. 더구나 온라인 공간에선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 등을 활용해 한도를 넘겨 구매하는 편법ㆍ탈법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온라인 구매한도를 넘더라도 오프라인 로또를 구입할 수 있다는 점도 맹점이다. 결국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합치면 로또 구매 한도가 지금보다 늘어난다는 얘기다. 사행산업으로 분류된 로또를 온라인에서 론칭해 ‘사행’을 부추기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사실 우리나라는 원칙적으로 사행산업이 금지돼 있다. 형법상 도박죄, 도박개장죄, 사행행위규제및처벌에관한특례법 등에 의해 강력한 처벌을 받는다. 사행산업이 도박중독, 실직, 가정파괴, 자살, 범죄 등의 여러 부작용을 낳아서다. 다만 공익 목적을 위해 예외적으로 허용한 게 몇개 있다. 카지노, 경마, 경정, 소싸움 등이 대표적이다. 로또를 포함한 복권류도 여기에 속한다. 결국 우리나라에의 사행산업은 ‘원칙적 금지, 예외적 허용’이 적용되는 영역인 셈이다.

국무총리실 산하에 사행사업통합감독위원회라는 기구를 두고 있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이들은 사행산업을 규제하고 감시한다. 매년 산업의 매출 총량을 정한다. 사행산업의 지나친 성장을 막겠다는 거다. 사행산업을 규제해야 하는 정부가 굳이 나서 온라인 로또를 시작한 게 적절하느냐는 비판이 나오는 건 이 때문이다.

정부도 할 말은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복권 산업의 발전을 부정적으로만 판단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합법 사행산업의 발전이 반대로 불법 사행산업의 위축을 불러올 개연성이 있어서다. 더구나 복권은 다른 사행산업보다 도박중독 유병률 수준이 매우 낮다는 평가를 받는다. 복권을 사느라 전 재산을 탕진했다는 소식도 접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무서운 로또의 관문 효과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런 시각 자체가 위험하다고 평가한다. 로또에는 위험한 속성이 숨어있어서다. 바로 ‘관문 효과’다. 김규호 총신대(산업교육학) 교수의 설명을 들어보자. “도박 중독자들은 처음부터 경륜이나 카지노같은 중독성 높은 도박을 시작하지 않는다. 상당수의 중독자들은 처음에는 가볍게 로또로 시작했다가 더 강한 도박으로 옮아왔다. 복권으로 요행을 바라는 데 길들여졌다가 사행심이 충족되지 않으면 더 짜릿한 도박으로 옮아갈 가능성이 높다는 거다.”

물론 복권 판매 증가에는 순기능도 있다. 저소득층과 소외계층 지원에 쓰이는 기금도 함께 늘어나서다. 그런데 정부가 ‘인터넷 로또 판매’를 결정한 날 발표한 복권기금사업 성과평가 점수를 보면 뒷맛이 씁쓸하다. 공교롭게도 저소득층과 소외계층 지원에 사용되는 공익사업 평가 점수는 74.1으로 2015년보다 1.3점 줄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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