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줄이려면…

▲ 노동계는 문재인 대통령의 비정규직 해법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부족한 면이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사진=뉴시스]
비정규직 문제는 한국경제가 풀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문재인 대통령도 비정규직 해결을 공약의 앞부분에 배치했다. 하지만 해결책은 그리 많지 않다. 파견법과 기간제법, 이른바 ‘파ㆍ기’의 나쁜 요소를 파기하지 않으면 본질적인 개혁이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론도 나온다. 문 대통령, 무엇부터 준비해야 할까.

청년실업률이 높은 건 일자리 수가 부족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일자리의 질이 낮아 젊은이들이 기피하는 탓도 있다. 노동계가 ‘일자리의 질’을 높여달라고 요구하는 건 그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정규직과 같은 업무를 하는데도 급여는 덜 받고 고용은 불안정한 비정규직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비정규직 감축과 처우개선’을 공약집 앞부분에 배치한 건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문 대통령이 내건 약속은 ▲상시ㆍ지속적 업무 정규직 고용을 원칙으로 삼아 비정규직 규모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으로 감축 ▲ 비정규직 차별금지 특별법 제정 ▲대기업과 공공부문 간접고용에 대한 원청기업의 ‘공동 사용자 책임’ 법제화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실현과 생활임금제 확산 등 크게 4가지다.

일단 노동계에서는 비정규직을 줄이겠다는 공약을 반기는 분위기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측은 “대선 이후 비정규직 문제 해결 전망 밝을 것”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내건 해법들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지적도 많다.

먼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으로 인한 부작용이다. 공공부문부터 모범사례를 만들겠다는 게 문 대통령의 생각이지만 ‘철밥통’으로 불리는 공공부문 정규직을 더 ‘철밥통’으로 만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파견법이나 기간제법처럼 노동자를 차별하는 법을 폐지하지 않는다면 ‘원론적인 개혁’에 그칠 거라는 조언도 제기된다. 비정규직 문제는 노동자를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구분하는 데서 비롯되는데, 왜 그 구분을 없앨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는 일침이다. ‘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의 박점규 집행위원은 “비정규직 규모를 줄이려면 하청을 통한 파견까지 강력하게 규제해서 기업이 변칙적인 방법으로 비정규직을 고용하지 않도록 하는 게 우선”이라면서 “파견법이나 기간제법처럼 노동자를 차별하는 법들을 폐지하지 않는다면 근본적인 해결은 힘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 큰 문제는 재원이다. 문 대통령은 대기업 비정규직 고용 상한 비율을 정하고, 이를 초과하면 고용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정규직 전환지원금과 사회보험료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필요한 재원의 규모 분석, 혹은 근본적인 인건비 상승분 대책 등은 없다.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거다. 오민규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전략사업실장은 “과거 김대중ㆍ노무현 정부가 밀어붙인 비정규직법에 대한 반성적 평가가 없다”면서 “공약이 모호하다보니 쟁점을 피해가는 식”이라고 지적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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