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노믹스 성공의 조건

▲ 문재인 정부는 한달 가까이 각 부처 장관 없이 국정을 꾸려야 한다. 국정기획자문위의 조기 가동이 불가피하다.[사진=뉴시스]

문재인 정부가 과거 정부와 크게 다른 모습으로 출범했다. 대통령 스스로 낮은 자세와 겸손한 권력을 내세웠다. 보여주기 위한 이벤트나 말의 성찬에 그치지 않고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에서의 미니 취임식에 앞서 야 4당을 찾아 위로했다.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란 취임사에선 “낮은 자세로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겠다”고 약속했다. 청와대로 이동하는 길에 차 선루프를 열고 상반신을 내밀어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대통령이 직접 기자회견을 통해 국무총리 후보자와 대통령 비서실장 등 첫 인선을 발표했고, 그 자리에 나온 당사자들이 기자들과 자유롭게 질의응답을 나눴다.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에 따른 보궐선거 결과 출범한 정부인 만큼 새 정부의 의지와 관계없는 제약이 뒤따른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구성도 없이 출범해야 했다. 새 정부 내각 구성을 위해선 신임 국무총리가 국무위원 제청권을 행사하는 게 원칙이다. 문 대통령이 황교안 국무총리의 사표를 수리했으므로 현실적으로 새 정부 국무위원에 대한 제청은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총리직무대행으로 해야 할 상황이다.

이낙연 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와 인준에 20일 이상 걸릴 테니 박근혜 정부 각료와 문재인 정부가 불편한 동거를 해야 한다. 서둘러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했는데 한달 가까이 각 부처 장관 없이 차관 중심으로 국정을 꾸려야 할 처지다.

이에 청와대가 인수위 기능을 할 ‘국정기획자문위원회’를 구성해 가동하기로 했다. 본래 인수위의 핵심 업무는 정부 조직과 기능, 예산을 어떻게 조정할지, 새 정부의 정책 기조를 어떻게 가져갈지 얼개를 짜고 방향을 잡는 것이다. 국정기획위는 역대 정부 인수위가 두달 가까이 작업했던 일을 절반도 안 되는 기간에 압축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국정기획위의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일은 대선 공약의 옥석 가리기다. 짧은 대선 기간에 급조한 공약들을 철저히 재검토해 우선순위를 조정해야 한다. 공약의 현실성을 점검해 단계별 실천 로드맵을 짜야 할 것이다. 당장 할 것과 중ㆍ장기 과제로 돌릴 것을 구분하라. 문 대통령의 공약을 이행하려면 5년 동안 178조원의 재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됐다. 그 비용 추계와 재원 조달 가능성, 정책 효과를 꼼꼼히 따져 무리한 공약은 수정 보완해야 마땅하다.

정부조직 개편은 과거 정부의 흔적 지우기나 단순히 부처 이름 바꾸기에 머물러선 곤란하다. 4차 산업혁명 대비와 저출산 고령화 문제 해결, 창의적 인재 양성 등 장기적 안목으로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국무위원 후보자에 대한 검증도 국정기획위 업무 중 하나다. 각 부처에 적재적소의 인물이 배치되도록 해야 한다. 특히 경제팀 컨트롤타워인 경제부총리의 권한과 책임이 막중하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인 J노믹스에 대한 확실한 비전과 철학은 물론 리더십을 갖추고 시장의 신뢰를 받을 인물을 앉혀야 한다. 개발연대 박정희 정부의 경제개발5개년계획을 떠받친 김학렬, 김대중 정부 때 대기업 구조조정과 빅딜, 은행 퇴출 등을 소신껏 지휘해 외환위기 극복에 기여한 이헌재 같은 인물 말이다.

J노믹스는 경제 회생을 위해 정부가 재정을 확대해야 한다는 ‘케인스주의’와 일자리와 가계소득을 늘려 성장을 일구겠다는 ‘소득 주도 성장론’의 결합으로 요약된다. 문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공공 일자리 창출을 위해 취임 직후 10조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하겠다고 공언했다. 마침 4월 청년실업률이 11.2%로 사상 최악을 기록하자 일자리 추경 편성에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기획재정부가 12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5월호에서 일자리 추경 편성 가능성을 언급했다. 1분기 경제성장률이 0.9%로 예상보다 높게 나온 4월 말 ‘경기 대응용 추경은 필요 없다’고 하던 입장에서 급선회했다.

그러나 추경 편성의 목적인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 공약에 정의당을 제외한 야당들은 부정적이다.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12일 대선 공약을 실천하기 위한 추경이라면 찬성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재인 정부의 첫 경제부총리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이 추경 편성 요건에 부합하는지, 추경을 편성해도 그 용처를 공무원 늘리는데 써야 할지를 놓고 여야가 다툴 때 합의점을 도출해 내야 하기 때문이다. J노믹스 성공의 첫걸음은 경제 컨트롤타워를 어떻게 세우느냐에 달렸다.
양재찬 더스쿠프 대기자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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