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재의 人sight | 김의철 더필주식회사 대표

김의철(50) 더필주식회사 대표는 스웨터 짜는 실을 파는 사업가다. 그가 지난 4월 「우리가 경제다」라는 책을 냈다. 국민연금을 재원의 근간으로 해 기본소득제를 도입하자는 것이 이 책의 핵심적인 메시지다. 네이버 지식in 경제동향ㆍ이론분야 파워 지식인인 그는 기업인이자 가장으로서 경제활동을 하면서 국민이 주체가 되는 국민주권 경제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더 절실해졌다고 말했다.

“기본소득제는 우리 사회에서 중산층을 늘리는 거의 유일한 대안입니다. 국민연금을 재원으로 하면 기본소득을 도입하더라도 부자 증세를 할 필요가 없죠.” 「우리가 경제다」 저자인 김의철 더필주식회사 대표는 국민연금 소득상한제를 폐지해 고소득자에게서도 똑같이 9%씩 걷으면 추가 징수분으로 재원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소득상한제 혜택을 보고 있는 부자들이 반발하지 않을까요?
“국내 최고 소득자는 약 0.1% 냅니다. 부자들에게서 더 걷는 게 아니라 소득을 올리는 만큼 내게 하자는 겁니다. 오히려 공평성을 회복하는 거죠. 월급이 27만원인 ‘알바’도 똑같이 9% 냅니다. 소득 수준만큼 거둬 머릿수대로 나누는 단순한 아이디어고, 무엇보다 이 방안은 지속가능합니다. 기본소득제를 최초로 제안한 클리포드 더글러스는 100년 가는 제도라고 했죠.”

클리포드 더글러스는 2차 대전 발발 전 ‘경제학계의 아인슈타인’으로 일컬어졌지만 주류 경제학자는 아니다.

✚ 국민연금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가 뭔가요?
“한마디로 국민연금은 저축이 아닙니다. 열심히 부은 후 나중에 돌려받는 금융상품이 아니에요. 내가 지갑을 열어 현재의 노인을 부양하는 세대 간 부조죠. 당연히 배당을 해주지도 않습니다. 적립금 고갈 문제를 해결하려 더 걷고 덜 주는 개혁을 하겠다지만 그 자체가 세대 간의 지켜지지 않을 ‘거짓 약속’이라는 방증입니다. 세대 간 불평등을 심화시킬뿐더러 지속가능하지도 않고,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제도도 아니에요. 저축이 아니니 내가 낸 돈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도 없어요. 대출은커녕 국민연금 보험료를 못 낸 젊은이는 압류가 들어오면 리드코프 같은 대부업체서 돈을 빌려 내는데 이 리드코프 실질적인 대주주가 국민연금이에요.”

그는 조지 오웰의 「1984」에 나오는 빅브라더가 한국 사회에 현존한다면 국민경제를 지배하기에 국민연금만큼 현실적인 수단이 없다고 덧붙였다. “적립금의 20% 수준인 100조원가량 운용하는데 주식시장은 물론 전 금융권이 그 앞에 머리를 조아립니다.”

✚ 기본소득제를 모범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나라는 어디인가요?
“핀란드가 올해 도입했고, 벨기에ㆍ네덜란드도 시행을 앞두고 있죠. 기본소득제를 시행 중인 미국 알래스카 주는 미국에서 중산층 비율이 가장 높습니다. 소득불평등도ㆍ상대적 빈곤율 모두 낮고 부작용도 거의 없죠. 석유자원이 기본소득 재원이라 알래스카 이야기를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석유도 돈이나 금처럼 공적 재원으로 이해하면 차이가 없다고 할 수 있어요. 아프리카의 나미비아도 월 2만~3만원 지급하는 기본소득제를 실시하고 있는데 주변국보다 삶의 질이 월등하게 높습니다.”

✚ 기본소득제를 도입한다고 할 때 우리나라의 경우 구체적으로 얼마씩 지급하는 게 타당하다고 보나요?
“1인당 월 20만원씩 지급하면 실질적인 도움이 될뿐더러 이 정도 돈 받는다고 일하지 않을 사람은 거의 없을 거예요.”

월 150만원의 기초수급액을 받는 4인 가구 기초생활 수급자가 기본소득이 생기면 일을 할까? 현재는 160만원 버는 일자리가 생겨도 망설일 수밖에 없다. 150만원 수입을 포기하고 일한 대가가 차액인 10만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월 20만원의 기본소득이 지급된다면 기본소득 80만원에 160만원이 생겨 합산소득이 240만원이 된다. 김 대표는 이 경우 근로를 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되면 사회적으로 실업률이 낮아지는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당사자는 일을 함으로써 160만원의 금전 소득 외에 숙련, 보람 같은 비금전적 소득을 얻어 건강한 삶을 누리게 될 가능성이 커요.”

✚ 국민연금 적립금을 헐지 않고 과연 그 막대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나요?
“국민연금 적립금을 가입자들에게 돌려주는 건 불가능할뿐더러 설사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주식ㆍ채권시장 붕괴로 이어져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 기본소득제를 실제로 도입한다면 일 처리의 수순을 어떻게 잡아야 하나요?
“국민연금을 재원의 주축으로 하는 기본소득제 도입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이뤄야죠. 부자 증세로 기본소득 재원을 마련하자는 일부 학자들의 아이디어는 너무 진보적입니다. 증세를 해도 현실적으로 재벌은 재산을 도피할 수 있는 길이 있고, 재벌을 제외하면 사실 우리나라에 부자가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에요. 무엇보다 재벌도 포용하는 제도라야 정착될 수 있습니다.”

✚ 기본소득제에 대한 편견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기본소득제는 평등화를 지향하지 않습니다. 단적으로 중산층 이상의 소득을 빼앗아 빈민을 돕는 게 아니에요. 경제적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누군가 돕지 않아도 되는 경제 환경을 만드는 게 목적입니다. 일례로 대학생이 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하며 학비를 마련해야 한다면 당장 돈 되는 일에 매달릴 수밖에 없어요. 이들에게 약간의 돈 쥐어 줘 적성에 맞는 일을 찾을 여유를 주자는 겁니다.”

그는 기본소득제는 정부가 주도하는 국가경제 패러다임을 국민경제 패러다임으로 전환해 보자는 것이 출발점이라고 주장했다.

▲ 김 대표는 기본소득제의 핵심가치를 “가족애의 회복”이라고 말했다.[사진=아이클릭아트]
✚ 어쨌거나 실제로 도입하게 되면 저항이 만만치 않을 거 같습니다.
“자본시장으로 유입되는 돈이 줄 테니 재벌들이 반대할 겁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재벌도 사는 길입니다. 지금 추세로 소득이 양극화되면 결국 재벌도 망할 수밖에 없어요. 어떤 의미에서는 이미 망해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는 기본소득제는 정치권으로서도 매력이 없는 제도라고 말했다. 모든 국민이 지급 대상이다 보니 앞장서 도입해도 생색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 기본소득제로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대대적 일자리 감소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까요?
“4차 산업혁명의 수혜자는 우리 사회의 1%에 불과할 겁니다. 일자리를 위협 받는 나머지 99%가 먹고살 수 있는 기본 터전을 마련하는 길입니다.”

✚ 기본소득제의 핵심 가치가 뭐라고 보나요?
“가족애의 회복입니다. 나아가 공동체를 회복하는 방안이죠. 현행 복지제도는 부양의무제 등으로 오히려 가족의 해체를 부추깁니다. 기초생활수급자는 자식이 취업을 하면 수급자 자격을 박탈당하거나, 계속 돈을 받으려면 자식을 호적에서 파버려야 돼요. 반면 기본소득제는 소득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아 식구가 많으면 가구소득도 자연히 늘어나게 되죠.”

✚ 문재인 정부에 바라는 게 있다면…
“5년간 공공 일자리 81만개 만든다는 게 핵심적인 일자리 공약입니다. 세금을 더 거둬 복지를 늘리는 건 경제민주화라기보다 평등화입니다. 우리나라는 이미 공공 부문이 너무 비대해졌습니다. 국내총생산(GDP)의 약 절반인 750조원 규모예요. 기본소득의 함의야말로 고용을 늘리자는 겁니다.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의 수혜자는 대기업이지만 국민연금을 재원으로 하는 기본소득제가 실시되면 영세 상인 종사 업종의 고용이 크게 늘어날 겁니다. 반도체와 정유업은 각각 매출이 20억, 100억씩 늘어나야 고용을 한명 늘릴 수 있지만 떡볶이 업종은 고용 창출 효과가 엄청납니다.”
이필재 더스쿠프 인터뷰 대기자 stolee@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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