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앞에 놓인 5가지 난제
오랜 국정공백이 끝났다. 지난해 12월 9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권한이 정지된 이후 지난 9일 새로운 대통령이 당선되기까지 국정이 마비돼 있던 기간은 약 5개월. 길었던 국정공백 기간만큼 문재인 대통령이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대외적으로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ㆍTHAAD) 배치를 두고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이정표를 잃은 채 방황하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일부 재벌에 집중된 경제력 문제가 곪을 대로 곪아가고 있다. 대북관계, 조선업 구조조정 등 현안도 수두룩하다.
공교롭게도 문 대통령이 어깨에 짊어진 현안은 대부분 박근혜 정부가 해결하지 못한 과제들이다. 더구나 풀기 어려운 난제들이 많아 문 대통령의 부담은 배가 될 공산이 크다. 그렇다고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넘길 수도 없다. 무너진 한국경제를 바로세우기 위해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과정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임기 초부터 시험대에 올랐다.
골치 아픈 사드 배치 문제 = 문 대통령 앞에 놓인 난제 중 난제는 사드 문제다. 지난해 말 불거진 사드 배치 논란은 한중 관계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중국은 한국 정부가 사드 배치를 결정하자 보복조치를 단행했고, 그 결과 면세점ㆍ화장품ㆍ여행업계가 타격을 입었다.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가 썰물처럼 빠져나간 서울 명동과 제주도도 큰 손실을 봤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0억 달러의 사드 비용을 요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사드 문제를 어떻게 푸느냐에 따라 한미ㆍ한중 관계가 급변할 수 있다는 얘기다.
꽁꽁 얼어붙은 대북 관계 = 북한과의 단절된 교류를 회복하는 일도 문 대통령의 과제다. 개성공단의 재가동 여부는 남북관계에서 초미의 관심사다. 지난해 2월 이후 가동중단 상태로 방치된 개성공단은 연간 1억 달러(약 1126억원)가량의 외화를 벌어들이는 알짜사업이자 남북 경제교류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김삼수 경실련 통일협회 국장은 “북한이 금강산 관광사업 관련 시설을 치운 것과 달리 개성공단 시설은 그대로 있다”면서 “북한이 개성공단을 재가동할 의지가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적절한 해법만 제시하면 개성공단이 재가동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거다. 변수는 북핵 위기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할 경우 남북관계 개선은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어 북한의 행보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재벌개혁 이번에야말로 = 이명박ㆍ박근혜 정부의 기조는 ‘비즈니스 프렌들리’였다. 특히 박근혜 정부는 ‘정경유착’ 방식을 통해 경제를 활성화하려 했다. 당연히 박근혜 정부 시절 재벌개혁은 후퇴했다. 박근혜 정부는 임기 초부터 기업 세무조사를 축소하고 재벌 일감 몰아주기에 증여세 줄여주는 등 재벌 위주 정책을 폈다.
대기업 오너들의 집단 청문회,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되는 유례없는 사태 등은 이전 정부의 과오를 말해주는 단적인 사례다. 문 대통령이 재벌개혁에 방점을 찍겠다고 나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실 재벌은 개혁돼야 마땅하다는 지적이 많다. 기업간 양극화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어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는 2011년 52.9%에서 2015년 54.1%로 커졌다. 재벌기업 내에서도 양극화가 발생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30대 재벌 자산의 5분의 1을 차지하고 있고, 4대 기업은 30대 재벌 자산의 절반을 보유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재벌 개혁은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이끌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위원장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는 김 교수는 대표적인 ‘재벌 저격수’로 꼽힌다.
조선업 구조조정 성공할까 = 조선업 구조조정 문제도 골칫거리다. 국제유가의 회복세가 더디고 세계 물동량이 급감하면서 우리나라 경제를 떠받쳐온 조선업이 수주절벽 위기에 처해있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의 처리 문제를 놓고 갈등이 깊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을 매각하고 2사체제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지만 실제론 대우조선해양에 약 14조원의 혈세를 투입하며 산소호흡기만 간신히 붙여놨을 뿐이다. 대우조선해양이 파산할 시 최대 59조원가량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늦기 전에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것이 낫다는 의견도 있다. 혈세를 투입해 목숨을 연명해도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새로운 일감을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더 많은 혈세가 투입되기 전에 조선업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2선체제로 서둘러 개편해야 한다는 얘기다.
방향 잃은 창조경제 = “미래성장동력을 육성해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를 만들겠다.” 박근혜 정부에서 심혈을 기울였던 ‘창조경제’의 골자다. 4차 산업혁명시대를 앞두고 핵심 과제로 손꼽혔고, 박근혜 정부는 3년간 21조5615억원(2012~2015년)의 예산을 투입하며 사업을 키웠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가 이렇다 할 성과를 내놓지 못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스위스 금융기업 UBS는 우리나라의 4차 산업혁명 준비 정도를 45개국 가운데 25위로 평가했다.
현대경제연구원 보고서 ‘4차 산업혁명의 등장과 시사점’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업의 매출 증가율은 2006~2010년 연평균 9.7%에서 2011~2015년 1.8%로 크게 떨어졌다. 박근혜 정부에서 4차 산업이 별다른 성장을 못했을뿐더러 되레 뒷걸음질 쳤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문 대통령도 4차 산업을 본격적으로 육성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박근혜 정부와 다른 행보를 걸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고준영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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