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1만원 시대 열려면…

최저임금이 오르면 내수에 활력이 감돌 가능성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으로 내건 이유다. 문제는 최저임금을 감당하기 힘든 소상공인들이다. 최저임금 기준을 맞추는 과도기에 노동자의 해고가 잇따를 수도 있다. 문 대통령의 공약에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대책이 빠져 있다.

▲ 문재인 대통령은 최저임금을 시간당 1만원까지 올리기로 약속했지만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했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2020년까지 시간당 1만원. 문재인 대통령의 최저임금 공약이다. 문 대통령이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으로 내건 이유는 간단하다. 그의 경제 정책 핵심이 ‘소득주도형 성장’이라서다. 소득주도형 성장은 노동자의 임금을 올려 소비를 늘리고 이런 소비 확대가 다시 고용 증대와 경제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논리다. 이명박ㆍ박근혜 정부가 추구하던 ‘낙수효과’ ‘이윤주도형 성장’과는 대척점에 있다.

특히 최저임금 대폭 인상은 소득주도형 성장에 맞춤 전략이다. 최저임금은 노동자가 최소한으로 받아야 하는 돈을 법이 강제로 정해둔 것이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년들의 시급’으로 인식되는 건 이제 옛말이다.

 

지난해 최저임금에 영향을 받은 노동자는 18.6%. 2001년 초 2.1%에 불과했던 게 껑충 뛰었다. 최저임금 영향율이 높아졌다는 건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는 노동자가 많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최저임금을 강제로 끌어올리면 그만큼 국민들의 소득도 늘어날 공산이 크다.

문제는 ‘어떻게 올리느냐’다. 무엇보다 재계의 반발이 거세다. 이들의 논리는 이렇다. “임금 상승에 따른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부담이 확대돼 폐업하거나 해고가 증가하면 도리어 총 소득이 줄어들 것이다.” 물론 이 주장의 진위를 가리기는 어렵다. 우리나라 영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을 힘들게 하는 게 단순히 ‘노동자의 임금’만인 건 아니라서다.

소비 둔화로 찾아온 내수부진이 가장 크게 작용하고 있다. 원청기업의 부당한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의 불공정 행위가 문제가 되기도 한다. 영세 자영업자의 경우 천정부지로 치솟은 임차료나 프랜차이즈 본사의 가맹비 부담도 만만치 않다. 다만 확실한 건 있다.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사업주 입장에서 당장의 비용 부담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이다. 소득이 오르고 소비가 늘어나 경제에 활력이 돌 때까지 버틸 수 있는 중소기업과 영세 자영업자가 몇이나 될지도 의문이다.

인건비 보전을 위한 뾰족한 대안이 없다면 문 대통령의 최저임금 인상 계획은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최저임금을 정부가 혼자서 결정할 수 없는 구조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은 사용자위원과 노동자위원, 그리고 정부의 입김이 반영되는 공익위원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결정된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이 없다면 사용자 측은 이번에도 ‘인상 반대’ 논리를 고집할 공산이 크다. 디테일이 없다면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여는 게 쉽지 않다는 얘기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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