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부른 상가 투자 주의보

수익형 부동산을 노리는 투자자들은 간혹 아래와 같은 착각을 한다. “오피스텔과 상가는 같은 임대 수익형 상품인 만큼 투자 전략도 크게 다르지 않다.” 수익률이 높지만 초기 투자비용 수준이 높은 상가에 서슴없이 투자하는 이들이 많은 까닭이다. 하지만 오피스텔에 투자하듯 상가를 노렸다간 큰코다치기 십상이다. 오피스텔과 상가의 투자법은 완전히 다르다.

▲ 상가시장에 섣불리 투자하면 낭패를 볼 가능성이 높다.[사진=뉴시스]

‘저금리 시대’다. 2016년 6월 이후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1.25%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가 금리를 인상하면서 한국 금리도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저금리 시대’라는 것은 변함이 없다.

저금리 시대에는 수익형 부동산 상품에 투자자들이 몰린다. 은행 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어서다. 이중 많은 이들이 주로 관심을 갖는 건 오피스텔이다. 고가의 부동산 상품인 상가는 투자층이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최근 오피스텔 공급이 크게 늘어나 수익률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전국 오피스텔의 평균 임대수익률은 5.35%로, 2007년 6.76%에서 2008년 6.45%로 떨어진 이후 9년째 하락세다.

 

특히 올해 1분기 서울지역 오피스텔 임대수익률은 4.96%로 관련 통계가 만들어진 이후 처음으로 5%대가 붕괴됐다. 오피스텔은 업무시설로 세금이 부과되기 때문에 주택보다 최소 2배, 많게는 4배의 세금과 추가 관리 비용이 나간다. 실제 수익률을 계산해보면 이보다 낮을 공산이 크다.

반면 상가 시장은 다르다. 부동산 시장의 여러 악재에도 투자수익률이 굳건하다. 한국감정원의 ‘상업용 부동산 임대동향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집합상가(건축 연면적 50% 이상을 임대하고 있는 상가 빌딩)의 연간 투자수익률은 평균 6.93%로 수익형 부동산 중에서 가장 높았다. 제주도(8.5%)와 부산(8.17%)은 연간 수익률이 8%대를 훌쩍 넘었다.

앞서 언급했듯 고가의 상품으로 꼽히는 ‘상가’에 베팅하려는 이들이 여전히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오피스텔 수익률이 하락하자 투자자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상가 투자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상가시장에는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LH 서울지역본부가 최근 공급한 경기도 남양주 별내지구 내 주거전용 단독주택용지는 평균 경쟁률이 69.4대 1에 달했다. 56필지 공급에 3887명이 몰린 것이다. 이중 54필지가 1순위에서 청약을 마쳤다. 올해 1분기 LH 단지 내 상가의 평균 낙찰가율은 183%를 기록했다. 특히 4월 경기 안성 아양택지개발지구 B-4블록에 들어서는 한 상가는 예정 가격 2억5400만원을 크게 웃도는 6억7287만원에 낙찰됐다. 낙찰가율만 277.48%다.

업체들이 공급하는 상가도 인기다. 한화건설이 지난해 11월 전남 여수 웅천 택지지구에서 공급한 ‘여수 웅천 꿈에그린’ 단지 내 상가는 평균 경쟁률 12대 1, 평균 낙찰가율 156%를 기록하며 100%에 가까운 분양률을 보였다. 최근 롯데건설이 서울 금천구 독산동에서 공급한 롯데캐슬 골드파크 4차 상업시설 ‘마르쉐 도르 960’는 최고 304대 1의 청약 경쟁률을 보였다.

상가 수익률 괜찮지만 …

하지만 상가에 투자할 땐 조심해야 할 게 많다. 무엇보다 상가는 오피스텔과 달리 고가 상품에 속한다. 그래서 레버리지를 활용한 투자시, 대출 비중에 신경 써야 한다. 일반적으로 오피스텔은 자기자본 비율이 30~40% 수준이다. 하지만 상가는 자기자본 비율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게 좋다. 한국은행이 ‘당분간 금리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시장의 대출금리가 오름세를 타고 있어서다. 더구나 정권이 바뀌면 상가 시장도 대출 규제 영향을 받을 공산이 크다. 예전만큼 레버리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둘째, ‘임대수익을 얻는 건 똑같다’는 생각으로 오피스텔 투자와 같은 방법으로 상가에 베팅을 하면 큰코다칠 가능성이 높다. 오피스텔과 상가는 완전히 다른 상품이기 때문이다.

 

먼저 오피스텔은 남향 상품이 인기가 좋다. 주거용으로 주로 쓰이는 오피스텔은 향ㆍ채광ㆍ조망 등이 중요해서다. 상가는 다르다. 북향이 유리하다. 햇빛을 받으면 상품이 상하거나 변색 우려가 있어 창문을 가려야 하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오피스텔은 건물 내 동선動線을 살필 필요가 없다. 대부분 엘리베이터를 설치해서다. 하지만 상가는 다르다. 엘리베이터가 있다고 동선이 확보된 게 아니다. 예컨대, 저층 상가의 경우엔 에스컬레이터가 더 중요한 변수다. ‘도착’을 기다려야 하는 엘리베이터보단 에스컬레이터가 고객을 저층 상가로 유입할 공산이 커서다.

남향 상가는 피하라

또한 오피스텔 투자는 건물 자체의 입지만 살피면 된다. 하지만 상가는 시간대별, 요일별 유동인구가 달라지기 때문에 입지만 살펴선 곤란하다. 가령, 역세권일 경우에는 인구의 주요 동선 흐름도 다각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많은 부동산 전문가들이 ‘상가 투자’를 권한다. 하지만 상가 투자만큼 위험한 상품도 없다. 수익률이 높은 건 사실이지만 초기투자금, 레버리지 비율 관리 등 신경써야 할 게 한두개가 아니다. 상가에 투자할 때 ‘꼼꼼함’과 ‘신중함’을 잃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장경철 부동산일번가 이사 2002cta@naver.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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