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 악재’ 뚝심으로 뚫을까
‘더블 악재’ 뚝심으로 뚫을까
  • 성태원 더스쿠프 대기자
  • 호수 240
  • 승인 2017.05.30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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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정의선(47) 현대자동차 부회장의 해외 출장이 유난히 잦아지고 있다. 올해만 10번째 나가 말 그대로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사드 여파로 중국 판매가 크게 위축되고 미국마저 보호무역 분위기와 리콜 여파로 판매가 부진하자 발품을 팔고 나섰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내에서도 사상 초유의 24만대 강제 리콜 명령을 받았다. 수렁에 빠진 글로벌 5위 현대차를 그가 어떻게 건져낼까.

▲ 현대차가 여러 악재로 실적 부진에 빠졌다. 정의선 부회장의 숨가쁜 출장 행보가 눈길을 끄는 이유다.[사진=뉴시스]
정의선 부회장이 올 들어 대략 보름에 한번 꼴로 해외 출장에 나서는 글로벌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17일 현재 벌써 10차례를 기록했다. 출장 지역도 미국, 중국, 러시아, 스페인, 스위스, 베트남, 터키 등 전 세계에 걸쳐 있다. 전용기를 많이 이용한다지만 대단한 의욕이 아닐 수 없다.

그의 분주한 해외 출장은 주요 해외 시장인 중국과 미국을 비롯한 해외 매출이 크게 줄고 있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된다. 현대차ㆍ기아차는 지난 3월 중국에서 전년 동월 대비 52.2%나 급감한 7만2032대를 파는 데 그쳤다. 중국 월간 판매량이 10만대 이하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2월 9만5235대 이후 13개월 만이다. 같은달 미국에서도 전년 동월 대비 8% 감소한 6만9000여대를 파는 데 머물렀다. 4월에도 판매 부진은 계속돼 현대차 1~4월 해외 판매량은 전년 동기비 5.2%가 준 123만여대에 머물렀다. 해외 매출 비중이 70% 상당인 현대차로선 중ㆍ미 등 글로벌 매출 부진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정 부회장은 1월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소비자 가전 전시회(CES 2017)에 참석해 미래차 전략을 발표했고, 스위스 제네바 세계경제포럼(WEFㆍ다보스포럼)에도 다녀왔다. 2월에는 스페인 마드리드에 들러 현지 딜러망과 시장 상황을 점검했다. 이후 곧바로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날아가 ‘제네시스 오픈’ 준비 상황을 챙겼다. 3월에는 스위스 제네바국제모터쇼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현지 시장을 점검했다. 또 베트남 하노이 조립공장 건설 현장과 현지 시장도 살펴봤다.

4월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판매법인과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등을 찾아 시장 및 생산 현황을 점검했고, 뉴욕 모터쇼도 참관했다. 이어 중국을 찾았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ㆍTHAAD) 배치 여파로 판매량이 급감한 중국시장을 살펴보고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서였다. 5월에는 터키 현지 공장과 시장을 점검하기 위해 14일 이스탄불로 출국했다. 유럽 진출의 전초기지 역할을 하고 있는 터키도 판매부진을 겪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정 부회장은 내친김에 전 세계 대리점 사장단 모임에 참석해 글로벌 판매 경쟁력 강화 방안도 모색했다. 지난 10~13일 ‘제9회 전 세계 대리점 대회’가 때마침 한국에서 열린 것. ‘지난 50년 그리고 미래-경이로운 동행’을 주제로 열린 이번 대회에는 정 부회장을 비롯해 현대차 임직원과 105개국 대리점 사장단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정 부회장은 환영사에서 “현대차는 고객의 다양한 수요를 고려한 새로운 제품과 빠른 환경 변화에 발맞춘 신기술 등을 통해 끊임없이 판매를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매출 부진 만회에 힘을 합치자는 호소로 들렸다.

대회에서는 ▲경쟁력 있는 제품 출시를 통한 상품 라인업 강화 ▲고객 접점의 디지털 온라인화 구축 ▲감성적 가치를 반영해 판매 역량 강화 ▲커넥티드카 등 미래 기술에 대한 투자 강화 등이 논의됐다. 세부적으로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출시해 상품 라인업을 강화하고, 소형 SUV 코나(KONA)와 콤팩트 럭셔리 세단 제네시스 G70의 감성 만족도를 높이는 방안 등이 강구됐다. 

글로벌 판매량 ‘빨간불’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그야말로 빅 비즈니스 전장戰場이다. 최신 기술과 신차가 어울려 경합을 벌이며 피 튀기는 판매전을 벌이는 곳이다. 여차하면 내로라하는 글로벌 메이커에 추격 당해 뒤로 처지고 마는 게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냉혹한 현실이다. 최근 정 부회장의 숨가쁜 해외 행보의 이면에는 이런 현실이 숨어 있는 것 같다. 50년 전(1967년) 현대그룹 주요 계열사 중 비교적 늦게 출범한 현대자동차는 어느새 글로벌 5위의 자동차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런 커다란 결실을 유지, 발전시켜야 한다는 요구가 정 부회장의 두 어깨에 걸려 있다고 봐야 한다.

글로벌 판매 부진과 함께 그를 힘들게 하고 있는 또 다른 현안은 최근 국내외에서 불어 닥친 리콜 사태다. 품질 경영을 외쳐온 현대자동차에게는 커다란 신뢰의 위기가 아닐 수 없다. 지난 12일 국토교통부는 현대차ㆍ기아차의 12개 차종 23만8000여 대에 대해 사상 최초로 강제 리콜 명령을 내렸다. 현대차 측은 4월 25~26일 국토부의 리콜 권고 5건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지난 8일 청문회에선 “위험이 과장됐다”며 소명까지 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5건 모두를 기각하고 이례적으로 검찰에 수사까지 의뢰하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국내 자동차회사가 당국의 리콜 권고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끝내 강제 리콜 명령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글로벌 판매 부진으로 부심하고 있는 현대차가 리콜이란 이중 덫에 빠진 형국이 됐다. 급기야 현대차 측은 국토부의 이번 리콜 결정을 겸허히 받아들여 고객을 위한 조치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업계는 리콜이 6월 중순께부터 실시되며 리콜 비용만도 1000억원대에 달해 2분기 경영실적 하락 요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4월 북미 등지에서 세타2엔진을 단 차량 150만여대를 리콜하는 일도 벌어졌다. 리콜 비용이 수천억대로 예상된다.

현대가家 오너 3세인 그도 조부 정주영 회장을 닮아 좀 투박해 보이지만 특유의 뚝심과 추진력으로 거대기업군 현대자동차를 이끌고 있다. 그가 부친 정몽구(80) 회장을 보좌하며 현대자동차와 현대차그룹의 경영 전면에 나선지도 어언 10년에 가까워졌다.

이재용 부회장이 사실상 경영권을 승계 받은 삼성에 비해 현대차의 경우는 아직 3세 승계 등에 대한 뚜렷한 청사진을 내놓지 않고 있다. 8순의 오너 2세 정몽구 회장은 여전히 경영 일선을 지키고 있다. 외아들인 정 부회장은 2009년 8월 현대자동차 기획 및 영업담당 부회장을 맡아 부친을 보좌하며 어언 9년을 보냈다.

정의선 해외경영 강화에 숨은 이유

이런 측면에서 지난 연날 정몽구-의선 부자지간에 얽힌 일화 하나가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12월 6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에 정 부회장이 고령의 부친 정몽구 회장을 직접 수행하고 나온 사실이다. 평소 그는 일가 결혼식이나 공식 행사 때 부친 뒤를 따라다니며 그림자 보좌를 하는 등 ‘부친 모시기’에 각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친의 건강을 걱정한 나머지 직접 모시고 나왔고, 주변에 의료진과 구급차를 대기시켜 놓은 채 청문회 내내 국회의사당 한쪽에서 부친을 기다렸다고 한다. 부친을 성심껏 보좌하고 있는 정 부회장이 최근 직면한 글로벌 판매부진과 리콜 악재를 어떻게 돌파하고 회사를 구해 낼지 지켜볼 일이다.  
성태원 더스쿠프 대기자 lexlov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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