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en 석탄’ 효용성 논란

가장 풍부하면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자원이 석탄이다. 그러나 연소 시 막대한 양의 오염물질 배출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아왔다. 최근 들어 석탄을 청정하게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석탄과 그린(Green)이 결합하는 색다른 과정이다. 그러나 이에 따른 환경 논란은 여전하다.

▲ 환경오염 유발자원으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던 석탄이 청정화작업을 통해 재탄생하고 있다.
석탄과 환경은 물과 기름 관계다. 석탄은 효율적인 에너지원이지만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석탄은 연소 시 이산화탄소,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등 공해물질을 배출해서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개념이 바뀌고 있다. 석탄에 ‘청정’을 입히는 이른바 ‘녹색석탄(Green Coal)’ 산업이 떠오르고 있다. 이는 석탄을 고온•고압상태에서 액체연료(가스•오일)로 만들고, 여기서 발생한 불순물은 청결하게 제거하는 사업을 말한다.

물론 풍력•태양광•지열 등 청정 에너지원은 많다. 그러나 기술적인 문제로 화석연료를 이들이 대체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포스코가 5월 발표한 ‘청정석탄이용사업 동향 및 전망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30년 후에도 화석연료는 전체 에너지의 70%를 차지할 전망이다. 녹색석탄사업의 중요성이 갈수록 높아지는 이유다.

석탄은 매장량이 풍부하다. 대한석탄공사 자료를 보면 세계 총 석탄 확인 매장량은 무연탄과 유연탄이 4309억t, 아역청탄과 갈탄이 4166억t인 것으로 나타났다. 확인된 매장량만으로 인류는 석탄을 133년 이상 가용할 수 있다. 전체 매장량 중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30.4% 유럽 및 유라시아지역에 32.1% 분포돼 있다.
 
이산화탄소 획기적 처리 눈앞에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11년 세계 에너지 전망’에서 현재와 같은 정책이 유지될 경우 2035년쯤 석탄이 석유를 제치고 전 세계 에너지 공급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청정석탄 기술의 핵심은 이산화탄소 처리다. 현재 주목받고 있는 이산화탄소 처리기술은 두 가지다. 작업 중 방출되는 이산화탄소를 모아서 단단한 암석 아래에 영구적으로저장하는 CCS(Carbon Capture and Storage)와 공업용재료 등으로 재활용하는 CCU (Carbon Capture and Utilization)다. 이 기술들은 빠르게 현실화되고 있다.

LG경제연구원 문상철 책임연구원은 “CCS는 상용화 단계에 근접해 있고, CCU도 국내 기업에서 (포집된) 이산화탄소로 플라스틱을 만들어 내는 등 상용화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석탄 재가공 기술은 역사가 꽤 오래 됐다. 약 200년 전 석탄에서 가스를 추출하는 기초방식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잘 알려진 석탄의 응용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에서 사용한 기술이다. 물자가 모자랐던 독일군이 석탄을 활용해 합성석유 생산에 성공한 사례다.

석탄의 청정화 작업이 본격화된 건 1990년대 말부터다. 최대 석탄 소비국이자 이산화탄소 최대 배출국인 미국이 국가 프로젝트를 가동하며 청정화작업에 나섰다. 하지만 최근 들어 미국은 셰일가스 개발 등으로 석탄사업에 적극적이지 않다. 셰일가스가 풍족하지 않은 다른 나라는 석탄의 미래자원화 작업에 열을 올리
 
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일본•네덜란드•스페인 등이 청정석탄 사업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정석탄 기술은 시장성이 높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비전게인은 청정석탄의 세계시장 규모가 2011년부터 향후 10년간 연평균 4.1%포인트씩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2011년에 230억 달러에서 2016년에는 273억 달러로 성장하고, 2021년에는 344억 달러에 이른다는 것이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현재 우리나라 청정석탄 시장 규모는 3억3000만~4억9000만 달러로 추정된다. 2021년에는 5억~7억4000만 달러로 전망된다. KISTI 관계자는 “석탄발전 비중을 단기간에 낮추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청정석탄 기술의 도입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2020년경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는 CCS 기술의 상용화 검증이 시장 성장의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청정석탄 사업 진행도는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면 꽤 활발한 편이다. 2009년 7월, 민관 합동으로 ‘청정석탄에너지 공동 개발을 위한 협력체제’를 구축했다. 참여단체는 지식경제부•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고등기술연구원•SK이노베이션•포스코 등이다. 지식경제부 에너지기술팀 관계자는 “공식적인 지원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사업 전 기술개발 단계에서 민간업체에 연구개발(R&D)지원 등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간 기업에서 자체적으로 진행 중인 석탄 청정화사업은 보다 활발하다. SK이노베이션은 2008년 청정석탄에너지 기술을 저탄소 녹색성장 추진의 전략 분야로 정하고 기술 개발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11월 한국서부발전으로부터 석탄가스화 실증 플랜트를 수주했다. 석탄에서 합성가스를 추출해 이를 연료로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 플랜트다.

포스코는 청정석탄을 활용한 합성천연가스(SNG)플랜트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포스코 신성장사업단 김광준 단장은 “2014년 6월까지 연간 50만t 생산을 목표로 전남 광양에 합성천연가스 공업단지를 건설 중이다”며 “해외업무로 CTL(석탄합성석유)사업의 타당성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석탄그린산업은 가야 할 길이 멀다. 무엇보다 이산화탄소의 적절한 처리 여부가 논란거리다. CCS와 CCU는 기술적인 상용화가 눈앞에 있지만, 현실적으로 넘어야 할 문제가 많다. 재활용법인 CCU의 경우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얼마나 사용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석탄청정화 작업을 통해 얻어지는 이산화탄소가 100정도 분량이라면, 플라스틱이나 공업용 메탄 등으로 재활용되는데 필요한 분량은 20~30밖에 되지 않는다. 따라서 남은 70~80의 분량을 다시 처리해야 하는 과제가 남는다.

저장기술인 CCS도 문제다.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지대를 찾기 쉽지 않아서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정헌 박사는 “CCS의 경우 이산화탄소가 새어나오지 않는 단단한 암석층을 찾아야 하는데 우리나라 토지 구조상 그런 곳을 찾기가 쉽지 않다”며 “적당한 지대가 없을 경우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다른 나라에서 처리해야 하는데 그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여전히 끊이지 않는 환경 논란

석탄 자체의 태생적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아무리 청정을 운운해도 ‘석탄은 석탄일 뿐’이라는 게 환경단체의 입장이다.

▲ 석탄의 청정화작업에 대해 환경단체는 여전히 미심쩍어 한다. 대표적인 인물이 앨 고어(64) 전 미국부통령이다.
환경운동가로 유명한 앨 고어(Al Gore) 전 미국 부통령은 2009년 있었던 ‘TED 2009’ 강연회에서 “2008년 고향 테네시에서 10억 갤런의 석탄 찌꺼기가 유출됐는데 이는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폐기물 유출사건이었다”라며 “업체 측은 ‘석탄은 매일 깨끗해지고 있다’는 거짓말을 하기 위해 한해 2억5000만 달러의 홍보비를 쏟아 붇는다”라고 비판했다.

청정석탄 업체 측의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도가 과장됐다는 의견도 있다. 시에라 클럽(Sierra Club), 천연자원보호협의회(NRDC) 등 미국 환경단체는 “1000도가 넘는 열에서 석탄을 가열하고, 이를 또 물과 혼합해 가스를 만들며, 이것을 다시 디젤 연료로 전환시키는 등 여러 과정이 있기 때문에 각 공정별로 이산화탄소의 발생 위험은 여전히 높다”며 업체 측의 이산화탄소 제거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유두진 기자 ydj123@thescoop.co.kr|@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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