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아마존 될 수 없는 ‘세가지 이유’
쿠팡이 아마존 될 수 없는 ‘세가지 이유’
  • 김미란 기자
  • 호수 240
  • 승인 2017.05.26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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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관에 빠진 쿠팡의 미래

▲ 쿠팡이 로켓배송 때문에 웃고 울고 있다.[사진=뉴시스]
“롤모델은 아마존이다.” “한국의 아마존이 되는 것이 목표다.” 김범석 쿠팡 대표가 공식석상에서 한 말들이다. 아마존이 그랬듯 적자를 감수하면서 성장일로를 걷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실제로 쿠팡은 큰 투자금을 여러 차례 유치해 물류시스템, 배송서비스 등에 적극 베팅했다. 적자가 나더라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하지만 쿠팡이 ‘한국판 아마존’으로 가는 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이대로 가다간 1~2년 후 위기에 봉착할 것이다.” 쿠팡의 실적이 공개될 때마다 터져 나오는 논란이다. 그럴 때면 쿠팡 측은 “계획된 투자”라면서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쿠팡 측이 그토록 자신 있게 말하는 덴 눈부신 ‘앞선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존도 그랬다.”

이를 발판으로 쿠팡은 대규모 투자를 연이어 유치했다. 2015년 6월 소프트뱅크로부터 10억 달러(약 1조1300억원)를 투자 받았다. 투자금 규모도 그렇지만 쿠팡이 121 5억원이란 막대한 손실을 기록한 후여서 큰 이슈가 됐다. 그보다 앞선 2014년 5월 미국의 벤처캐피탈인 세콰이어캐피탈로부터 1억 달러, 같은해 12월엔 세계 최대 규모의 자산운용사 블랙록에서 3억 달러를 유치했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던 쿠팡에 투자를 결정했을까. 그 답 역시 ‘아마존형 비즈니스 모델’이다. 많은 글로벌 투자자가 쿠팡이 추구하는 아마존형 비즈니스 모델의 가능성을 인정한 결과라는 거다.

그렇다면 쿠팡은 아마존과 비슷한 길을 걷고 있을까. “계획된 적자”라는 면만 보면 쿠팡과 아마존은 닮았다. 1994년 온라인서점으로 출발한 아마존이 처음 흑자를 달성한 건 창립 8년 만인 2002년이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물류센터를 구축하는 아마존을 지켜보던 당시 경제전문가들은 “1년 안에 파산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하지만 아마존은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창업자도 “미래를 위한 계획된 투자”라면서 위기설에 적극 대응했다.

▲ 아마존은 끊임없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왔다.[사진=뉴시스]
쿠팡도 마찬가지다. 쿠팡은 사업 시작 2년 만에 흑자를 달성했다. 롤모델인 아마존보다 6년이나 빨리 흑자를 만들었지만 그 이후론 줄곧 영업손실을 내고 있다. 20 13년엔 영업손실이 1억5000만원, 2014년엔 1215억원으로 해마다 규모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최근 2년 동안엔 합산 손실액만 1조원이 넘는다.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투자 받은 돈을 다 썼을 거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김범석 대표는 투자를 멈추지 않는다. “물류와 배송서비스를 위한 계획된 투자”라며 “당장 흑자를 낼 수도 있지만 그러면 기업은 성장하지 못한다”며 큰 그림을 제시했다.

물론 아마존과 쿠팡은 ‘직접배송’이란 교집합이 있다. 빠른 배송을 실현하기 위해 물류센터를 구축하는 데 투자를 많이 했다는 게 같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그 이후부턴 아마존과 쿠팡이 다른 길을 간다.

그 첫번째가 배송시스템이다. 아마존은 물류센터에 공을 들였지만 배송은 배송업체에 위탁했다. 쿠팡은 ‘로켓배송’을 위해 자체적으로 ‘쿠팡맨’ 제도를 도입했다. 판매는 물론 배송까지 쿠팡이 모두 책임지는 거다. 고객들에게 소소한 감동과 재미를 줄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그러기엔 발생하는 비용 부담이 크다.

물론 아마존에도 ‘아마존 프라임(Amazo n Prime)’이라는 초고속 배송서비스가 있다. 하지만 이는 연회비 79달러를 내야 받을 수 있는 유료서비스다. 로켓배송과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다.
둘째, 아마존과 쿠팡이 처한 환경도 다르다. 전문가들은 “쿠팡이 한국시장과 환경이 다른 미국시장에서 성장한 아마존의 비즈니스 전략을 쓴다는 건 무리가 있다”며 지적했다. 아마존이 온라인사업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아마존의 비즈니스 모델은 독보적이었다. 아마존이 사업초기부터 무서운 속도로 성장한 이유다. 현재도 아마존은 미국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쿠팡은 그렇지 않다. 쿠팡이 출범한 2010년은 국내에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우후죽순 등장해 사업을 전개하고 있던 때다. 진입 장벽이 낮았던 탓에 옷을 맞춰 입은 듯한 업체들이 쏟아지며 출혈 경쟁이 벌이고 있었다. 아마존처럼 ‘반드시 쿠팡’이어야 할 이유가 없었다는 얘기다.
그래서 쿠팡이 차별화를 위해 새롭게 제시한 서비스가 다이렉트 커머스, ‘로켓배송’이었던 거다. 하지만 최근엔 경쟁 업체들도 배송강화 전략으로 물류센터 구축에 힘을 쏟으며 쿠팡을 견제하고 있다. 이미 물류센터를 갖고 있는 오프라인 유통업체들과도 온라인시장에서 점유율 나눠먹기를 하고 있다. 치킨게임 복판에 쿠팡이 서있는 셈이다.

달라도 너무 다른 환경

셋째는 사업영역이다. 아마존은 온라인서점으로 출발했지만 이후 전자상거래솔루션, 클라우드서비스, e-북, 태블릿PC 등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왔다. 최근엔 스마트폰 이어 의약품 유통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벌어들인 수익금으로 재투자를 하며 끊임없이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반면 소셜커머스로 출발한 쿠팡은 사실상 소셜커머스 사업을 접고 직매입 방식인 오픈마켓으로 돌아섰다. 지난해 5월엔 ‘아이템마켓’이라는 오픈마켓서비스도 론칭했지만 이 역시 출혈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시장이다. 정연승 단국대(경영학) 교수가 “수익이 나서 재투자가 이뤄져야 하는데 쿠팡은 그렇지 않다보니 미래가 어둡다”고 내다보는 이유다. ‘한국판 아마존’이라는 미래는 달콤하지만 쿠팡 앞에 놓인 현실은 냉혹하기만 하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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