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론칭된 갤럭시S8의 함의

▲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이 갤럭시S8의 발표를 직접 맡았다는 것은 중국 시장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방증이다.[사진=뉴시스]
한때 정글을 호령했던 호랑이가 발톱을 다시 세우고 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S8을 중국시장에 론칭한 것이다. 두 함의含意가 있다. 첫째, 올 1분기 3%대 시장점유율이라는 굴욕적인 성적표를 받아든 삼성전자가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느냐다. 둘째, 반한감정에 휩싸인 대륙이 한국의 대표기업 제품을 받아들이느냐다.

고동진 삼성전자 IM사업부(ITㆍ모바일) 사장이 만리장성에 올랐다. 지난 18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갤럭시S8 시리즈 제품 발표회에서 갤럭시S8을 직접 소개하기 위해서였다. 고 사장이 직접 행사에 참가해 갤럭시S8을 소개한 건 우리나라와 미국에 이어 세번째다. 삼성전자가 중국시장 진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럴 법도 하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이 바닥을 헤매고 있어서다. 2013년까지만 해도 삼성전자는 시장점유율 19.7%를 기록하며 중국시장을 호령했다. 하지만 2014년 시장점유율이 13.8%로 한풀 꺾이면서 내리막을 걷기 시작했다. 2015년엔 7.6%로 한자릿수로 내려앉았고, 올 1분기엔 3.1%까지 고꾸라졌다.


삼성전자의 추락을 견인한 요인은 크게 두가지다. 2014년 샤오미의 돌풍을 이겨내지 못했다.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샤오미가 삼성전자의 점유율을 깎아먹은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샤오미 돌풍은 또다른 중국 로컬브랜드 ‘화웨이’ ‘오포’ ‘비보’의 부상을 이끌었다.

지난해 9월 터진 갤럭시노트7 발화 사태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로 인한 중국의 한한령限韓令(한류금지령) 등은 말 그대로 악재 중 악재였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1위(올 1분기 점유율 20.7%가트너) 삼성전자가 중국시장에서 맥을 못 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최악의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야심차게 꺼내든 카드가 갤럭시S8인 셈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중국시장을 겨냥한 다양한 특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갤럭시S8 시리즈에서 선보이는 인공지능(AI)형 비서 ‘빅스비(Bixby)’에 중국어 버전을 추가해 중국 온라인 서비스업체들과의 연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대표적이다. 여기에 중국의 대형 콘텐트 기업 텐센트騰訊, 아이치이愛奇藝, 웨이보微博 등과 협업해 다양한 콘텐트를 제작할 계획이다.

그렇다면 갤럭시S8은 중국시장을 호령할 수 있을까. 환경은 이전보다 훨씬 좋다. 갤럭시노트7 발화 사태는 잠잠해진 지 오래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사드 이슈’도 한풀 꺾였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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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기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갤럭시S8 효과로 중국시장 점유율이 다소 오를 가능성은 높다”면서도 “하지만 삼성전자가 예전만큼의 위상을 회복하긴 힘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자국 스마트폰 선호도가 높아졌다는 건 스마트폰 기술이 평준화됐다는 얘기다. 삼성전자가 기존과 다른 전략을 짜지 않으면 갤럭시 시리즈만의 메리트를 찾기 어려울 것이다.”

실제로 지난 23일 출시한 샤오미의 스마트폰 ‘미6’은 갤럭시S8과 비슷한 수준의 사양을 갖췄음에도 판매가격은 절반에 불과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한중韓中 관계에 ‘봄바람’이 불고 있긴 하지만 안심하긴 이르다는 지적도 많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제 갓 중국과의 대화의 창구가 열렸을 뿐 사드 문제의 해결책을 찾은 건 아니다”면서 “상황에 따라서는 언제든 반한反韓 감정이 거세져 국내 산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흥미로운 비평을 내놨다. “중국의 반한감정이 지속될지 사그라질지 가늠해볼 수 있는 바로미터라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로 한중 관계가 호전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중국의 반한감정이 얼마나 해소됐는지는 판단할 만한 기준이 없다. 이런 맥락에서 갤럭시S8의 흥행 여부가 그 척도가 될 수도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중국시장에 론칭되는 첫 제품이 갤럭시S8이기 때문이다”

갤럭시S8의 중국시장 성적표는 다양한 함의含意를 갖고 있다. 삼성전자의 명예회복, 한중관계 회복 등 숱한 이슈가 얽히고설켜있다. 많은 이들이 갤럭시S8이 대륙을 호령할지에 관심을 갖는 이유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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